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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에 스위치가 켜지면...

자존감에 스위치가 켜지면...
2019년 6월 중순 우리 반(3-1)으로 전학을 온 학생이 있었다. 이전 학교에서 교권 침해로 학교폭력위원회에서 권고 전학을 받은 것이다.
전학 첫날부터 사건이 있었다. 점심시간, 학교 담장 옆에 있는 컨테이너 뒤에서 담배꽁초가 쓰레기 더미에 불이 붙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에 의해 발견되어 급하게 진화한 사건이 있었는데, 전학생이 연루된 것이었다. 문제가 많은 친구가 전학을 왔다는 마음에 그 친구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잘 표현 하였고 나의 이야기에도 반응을 보여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 무릎부상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고 공부는 하위권이며 미래에 대한 꿈은 아직 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매일 이루어졌고 점점 그 친구와의 신뢰감이 쌓여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별 축구 리그에 그 친구를 반 대표로 추천하였고 축구 한 경기로 학급 친구들과 금방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학년 초부터 우리 반은 매월 1일에 새로운 짝과 자리를 바꾸고 있는데 이번에 그 친구와 짝이 된 학생은 인성, 순수함, 봉사정신, 학습능력 등을 두루 다 갖춘 우리 학교 에이스 중 에이스인 친구와 짝이 되었다. 그 친구와 짝이 되면서 아이가 차츰 평온함과 자존감을 조금씩 찿아갔고 학습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져 갔으며 급기야 학습 의욕도 올라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잠만 자던 녀석이 영어단어장을 만들어 외우고 수학 문제를 풀고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고 친구에게 배우기도 하며 너무도 변화의 속도가 빨랐다. 모든 교과 선생님들께서도 아이의 태도와 눈빛이 선량해졌다며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학부모님께서는 난생 처음 스스로 책상에 앉아 새벽까지 공부하는 모습에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한번 다잡은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굳건해졌다. 1학기 성적이 80%였는데, 2학기 말에는 상위 2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가 있었다. 그렇게 변화해 가는 모습은 학급 친구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학급의 분위기는 한층 더 좋아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이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첫째, 경청이였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해본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어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씩 사라졌다고 하였다.
두 번째는 학급 분위기였다. 평온하고 안정적인 학급 분위기를 처음 느꼈고 저와 반 아이들과의 관계를 보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자존감을 찿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을 한 명 이라도 갖고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데 교사 학생, 친구, 학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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