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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학교 재수생의 일기(feat. 나의 성장 비결은 무엇인가?)

나무학교 재수생의 일기(feat. 나의 성장 비결은 무엇인가?)

김선이(서산여자중학교 진로교사)

2021년 학기 초의 일이다.

교내 교사학습공동체 한 팀을 운영해주었으면 한다는 제의를 받게 되었다. 혁신학교 주무자로 학습공동체를 운영했던 소소한 경험과 나무학교라는 학습공동체를 통해 경험했던 수많은 감동이 있었기에 선뜻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라는 뜻하지 않은 장벽에 부딪히며 좌충우돌했던 한 해를 되돌아 보았을 때, 서로서로 온라인 수업 기술을 익히고, 익히자마자 교사들에게 나누는 동료 선생님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함께’ 의 힘에 감동한 순간들이 많아서였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개인적으로 묻고 해결하는 방식보다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에듀테크와 관련된 정보를 나누고 그 정보를 나누기에 앞서 선생님들과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 있었으면 하는 욕구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 온라인 수업수다 >라는 이름으로

교내 학습공동체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선생님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며 좀 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꽃과 테이블보, 이미지 카드를 활용하여 서로 둥그렇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미지 카드를 활용한 이야기 나누기를 통해 씩씩하고 당당하게만 보였던 선생님들의 여린 내면을 만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낯선 곳으로 발령을 받으신 나이 지긋한 선생님의 당황스러움과 외로움, 퇴근 후 쉼이 없는 육아로 지친 선생님, 새로운 학교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신 선생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일상에서 내색하지 않던 마음들이 밖으로 표출되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서로 이야기를 끝내고 마무리 하는 시간, 어느 선생님께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에 온 기분이에요. 일상의 세계에서 문을 열고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었고, 이렇게 힐링이 되는 모임을 준비해 주셔 너무너무 감사했어요.”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실은 나 또한 그 즈음 힘든 날들을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었다. 갱년기라는 거친 강을 건너며 불면증과 우울감,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나 자신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내가 학습공동체를 이끌며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컸던 시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라는 연대의식. 그리고 나의 힘든 상황을 꺼내놓으며 자연스럽게 위로 받고 힘을 얻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학습공동체를 함께 꾸려나갈 수 있었던 나의 내적인 근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하며 나의 과거를 돌아본다.
서산여중 <온라인 수업수다> 교내학습공동체 모임

2016년 혁신학교에 처음 발령을 받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수업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수업공개 후 협의회 시간에 함께 했던 동료 선생님들은 내 수업에 대한 평가 대신 내 수업 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말씀해 주셨고, 긍정적인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다. 나는 이런 따뜻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낯설기만 했던 새로운 학교에 대한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내 삶의 고민과 수업 고민을 동료교사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 때 경험했던 수업 나눔의 온기가 남아있다. ‘함께’의 소중함을 경험한 계기가 되었다.
2017년 나무학교에 어렵게(?) 입학하게 되었다. 2015년 거꾸로 수업에 대한 열풍이 불었고, 3년 간 육아휴직 후 복직한 교실에서 나는 많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수업하는 것을 좋아했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행복했던 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더 많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느 날 수업 시간 한창 수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한 학생이 시계를 보며 노골적으로 “아 ~ 지겨워. 언제 끝나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선생님 국어 수업 너무 재미없고 지긋지긋해요.”라는 말로 바로 해석을 한 후 나를 자책했다. 지금이라면 왜 지겨운지 물어보고 대화하며 상처를 덜 받았을 만도 한데 그 때는 그럴 여유도 없이 상처를 받게 되었다.
그 즈음 교사 중심 수업에서 학생 중심수업으로 바꿀 수 있는 거꾸로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기존 나의 수업 방법에 대한 극심한 한계를 느끼며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거꾸로 수업과 관련하여 연수를 하러 오신 선생님들은 한 명의 강사가 아니라 팀을 이루어 함께 오셨다. 그 모습부터가 나에겐 부러운 충격이었다. 거꾸로 수업의 노하우를 공유하러 함께 팀으로 움직이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거꾸로 수업에 관련한 연수를 열심히 듣고 학교에 돌아와 바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모둠으로 앉아 수업을 해야 하냐며 반발하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하고 직접 책상을 옮겨주며 거꾸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거꾸로 수업을 통해 나는 조금씩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 이후 거꾸로 수업 연수에서 만났던 선생님들이 ‘나무학교’ 라는 교사학습공동체 회원인 것을 알게 되었고 2016년 나무학교 회원 모집에 응시하게 되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불합격의 원인은 회원 모집에 대한 안내를 보고 너무나 반가웠으나 내가 있는 지역 서산과 나무학교 모임이 이루어지는 천안이라는 지역의 물리적 장벽이었다. 운전도 서툴고 늦둥이로 낳은 둘째의 나이가 어려 쉽게 결정할 수 없었기에 뜸을 들일대로 들이다가 마감에 임박하여 지원서를 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음 해인 2017년에는 2016년의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상황(서툰 운전 실력과 어린 아이)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과감하게 신청하여 나무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지만 마음열기 시간을 통해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수업을 함께 고민하면서 회원들끼리 급속도로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학교에 몇 년씩 근무해도 서먹하고 깊게 연결되지 못하는 교사들의 관계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이 놀랍기만 했다. 내 수업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었던 편안한 분위기,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고 공감했던 한 달에 한 번 있었던 그 금쪽같았던 시간이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때론 한 달에 1~2번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를 온전히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나무학교에서 선생님들과 만나 ‘나는 어떤 교사이고 어떤 교사이고 싶은지? 내가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철학과 가치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나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교와 교실을 매일 드나들지만 성찰 없이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만나던 나무학교 입학 이전의 시기와 이후의 시기는 나의 교직생애에서 큰 전환기가 되었다.
나무학교 ‘더자’(더불어 자라는 서산지역모임)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
그래서 나무학교 졸업으로 나무학교와의 연이 끊어질까 아쉬워하던 중 소모임 활동을 하게 되었다. 서산지역 모임 ‘더자(더불어 자라는)’와 ‘PBL센터’ 나무학교 졸업 이후 소모임 선생님들과 더 깊게 더 오랫동안 모임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 힘들다고 피로감을 호소하기를 여러 번. 그래서 나무학교 소모임은 이번 해만 참여하고 다음 해에는 편안하게 지내자고 굳게 다짐해 놓고도 다시 소모임에 발을 딛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무엇이 나를 나무학교 소모임으로 이끄는가?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망설임 없이 나누는 사람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에 나는 오늘도 피로감을 호소하며 나무학교 모임에 가고 그러면서 계속 성장해 가고 있다. 나무학교는 나를 늘 성찰하게 하는 성장의 버팀목이다.
김선이(서산여자중학교 진로교사) 책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진로)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북(BOOK)미래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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