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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차갑고 뜨거운 감정을 드러내고 풀어내는 작업

학생들의 차갑고 뜨거운 감정을 드러내고 풀어내는 작업

중학교 남학생들과 함께한 두 번의 좌충우돌 책 출간 도전기-

송수현(서령중학교 국어 교사)
“샘, 국어 시간 재미있어요!” “에이, 거짓말. 선생님 얼굴이 ‘유잼’이라서 그런 것 아니고?” “진짜예요. 국어 시간에는 안 졸려요.”
화려한 말재주나 쇼맨십은 없지만 밤새 게임을 하고 온 학생들도 깨워 수업하기 위해 오늘도 이 한 몸 희생해서 한바탕 학생들을 웃기고 수업을 시작해본다. 고맙게도 2년째 함께해온 이들은 국어 시간이라면 일단 환한 얼굴로 반겨주고 과장이 섞인 찬사도 보내준다. 연차가 쌓이니 이제 좀 학생들을 대하는 방법에 노하우가 생긴 것일까.
“그런데 얘들아, 선생님은 신기하게 이 학교에서 내내 ‘녹색 명찰’만 가르쳐왔다. (서령중 명찰은 흰색 – 녹색 - 주황색 세 가지로 학년마다 색깔이 다르다.) 신기하지? ” “우리 말고, 또 누구누구를 가르쳤는데요?” “그건, 말이지.”
학생들과 대화하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때는 참 모든 것이 버거웠는데 말이다.

아이들의 차갑고 뜨거운 감정 앞에서

“으아아악!”
복도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잘못 들으면 흡사 짐승의 울음소리 같다. 서령중이 남중인지도 모르고 지원한 나는 2018년 봄. 서령중 2학년 학생들을 처음 만났다. 남학생들만 지도한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개교 이래 가장 어려운 학생들이라고 정평이 난 학생들이라 그런지 이들의 거친 언어와 행동에 진땀을 빼기 일쑤였다. 사립이고, 같은 재단에는 남고만 있기 때문에 ‘어쩌면 앞으로 쭉 이런 남학생들만 부대끼며 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아찔해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뱉어내는 차갑고 뜨거운 감정 앞에서 자주 넘어졌고, 그 넘어짐의 근원이 나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아 자책하기도 했다.

첫 번째 책쓰기 프로젝트. ‘한 뼘으로 나를 들여다보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글 쓰는 것을 수학이나 영어 문제를 푸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지라도, 함께 감정을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학생들의 글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고, 글을 쓰고 자랑하는 학생들도, 때로 감성에 젖어 시를 쓰는 학생들도 생겼다.
나의 글쓰기 지도가 드디어 성공궤도에 오르는 것인가 싶을 때, 난관에 봉착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다른 친구들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즐거움을 조금은 알았지만,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출하기 두려워하는 학생들. 급기야 3학년 1학기에는 ‘자신을 성찰하고 계획하는 글쓰기’를 가르쳐야만 했다. 이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도 타인에게 공개하기 두렵지 않은 글을 부담스럽지 않게 쓸 수 있을까 많은 시간 고민했다.
한 뼘, 적은 분량의
자전, ‘나’를 표출할 수 있는
소설, 허구를 가미한 이야기
허구를 가미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공개하기 덜 어렵고, 자신을 표출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기. ‘한 뼘 자전소설 쓰기 프로젝트’는 내가 시도한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첫 번째 글쓰기 프로젝트였다.
<표1> 한 뼘 자전소설 쓰기 프로젝트, 탐구질문 및 진행 과정
학생들에게 ‘문제의 출발점’을 제시하면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실제 삶과 이 문제가 맞닿아 있음을 알려주고, 이 문제를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도전적이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학생들에게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개인 차원의 산출물인 ‘한 뼘 미니북’ 표지에 자신의 모습, 자화상을 그려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 초입 자화상 그리기 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자신의 사진을 카본지에 대고 모나미펜으로 따라 그리면서 진행된 이 활동을 학생들이 꽤 즐거워했다.
이어서 자전소설의 갈래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전에 배운 소설, 교과서에 실린 자서전, 미니픽션을 읽어보면서 내용을 정리해보고 우리가 쓸 자전소설이라는 양식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학생들의 삶에서 자전소설의 글감을 쉽고 풍성하게 마련하고자 했다. ‘그때 그 순간 내 마음의 날씨’라는 활동을 통해 마음의 날씨에 따라 삶의 다양한 국면을 이끌어내도록 지도했다.
다음으로 자전 소설 기획서를 쓰면서 자신의 경험, 자신의 이야기 중 소설 변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았다. 제목, 기획 의도, 인물, 사건, 배경을 구상해보고 어떤 시점으로 글을 쓸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하였다.
그 후에는 개요를 작성하고, 다양한 표현 방법들을 생각해 보게 한 후 초고를 작성하였다. 초고쓰기는 교내 문학작품 쓰기 대회와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이어 한 뼘 미니북을 디자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표지와 본문 디자인, 차례, 머리말, 작가 소개 등을 넣어보도록 하였다. 앞선 활동을 바탕으로 자화상이 표지로 들어간 미니북을 완성하였다.
프로그램 진행과정을 돌아보는 ‘성찰일지’ 작성을 끝으로 1학기 ‘한 뼘 자전소설쓰기 프로젝트’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처음에는 9차시를 계획하였는데 나중에는 12차시까지 늘어졌다. 기말고사 진도를 나가야 해서 부랴부랴 마무리한 것이 못내 아쉽다. 또한 긴 호흡의 프로젝트 과정 중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면서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시차를 두어 쪼개서 진행하거나 덜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과감하게 덜어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처음으로 개발한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루브릭)

임용 공부를 하면서 루브릭 평가를 처음 접했을 때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이 기억이 난다. 교단에 선 후 과정중심평가 연수에서 다시 루브릭 평가를 접했고 명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 수행평가 채점 방법에 대한 나의 고민의 해결책이라 여겨 100% 소화하지도 못하면서 용감하게 도전해 보았다.
<표2> 한 뼘 자전소설쓰기 프로젝트, 채점기준표
그렇게 처음으로 만든 루브릭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만족하였다.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니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이 어떤 수준에 해당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교사는 채점에 있어 모호하고 애매한 부분을 줄일 수 있다.
물론, 허점은 존재한다. 나의 루브릭에 의하면 상 수준을 모두 획득한 경우 15점, 하 수준을 모두 획득한 경우 5점이 된다. 그런데 E등급의 점수를 5점 이하가 아닌 11점 미만으로 책정하였다. 물론 활동 자체의 난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고려했다.
루브릭 평가를 여러 번 진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상위등급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발견한다. (실제 이 수행평가 후에 진행한 ‘서령북스 마케터되기’ 활동에서는 심지어 72%~87.5%의 학생이 A등급을 부여 받았다.) 자신의 결과물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다 보니 상위등급의 점수를 부여받은 학생들이 많아지고 결국 교사는 학생들에게 점점 높은 수준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A등급을 최고 점수로, E등급을 최저 점수 설정하고 등급간 간격을 일정하게 하게 작성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지금도 계속 고민한다.

수업 시간에 쓴 글이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결과물이 되다.

이 프로젝트의 산출물은 크게 3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자전 소설 초고’와 그 초고가 담긴 ‘한 뼘 미니북’. 학교 차원에서는 다듬어진 초고를 졸업앨범에 등재(본교의 경우 졸업앨범이 문집 역할을 함)하고 동아리 차원에서는 자가출판 플랫폼 부크크에서 출간하는 것이다.
<3> 한 뼘 자전소설 쓰기 프로젝트, 결과물 및 공개 방법
충남교육청에서 공모하여 예산도 받고, 책 출간의 방향을 제시해줄 주변 인사도 열심히 찾아보았다. 다행히 다년간 학생들과 수업 시간에 책 쓰기 수업을 진행하신 세종 조치원 중학교의 임진묵 선생님과 연이 닿았고, 책을 쓰고 책을 출간하기 위한 책 쓰기 캠프를 진행하였다. 글을 쓰는 것, 책을 출간하는 것, 그 어느 하나도 자신이 없던 책 쓰기 초보 교사는 이 캠프 진행과 임진묵 선생님의 조언을 통해 책 쓰기와 책 출간의 A~Z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다.
<표4>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5월에 수업을 통해 쓴 글을, 6월과 10월에 책쓰기 캠프를 통해 다시 보고 다듬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성장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글쓰기를 두려워했던 학생들은 글을 써 내려갈 수 있게 되었고, 단순히 글을 쓰고 끝냈던 학생들은 이제 자신의 글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크크(bookk)에서 출간하기

교사의 외롭고 고단한 편집과정을 지나 마침내 자가출간 플랫폼 부크크를 통해 ‘한 뼘으로 나를 들여다보다’를 출간하였다. 부크크를 통한 출간은 편집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꽤 까다로운 작업일 수 있지만 그동안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글을 국어시간에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나는 학생들의 산출물이 개인, 학급, 학교를 넘어 학교 밖까지 영향을 주는 결과물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크크를 통한 출간 방법을 선택하였다.
부크크에서 책을 출간하면 책 출간 시 겪는 어려움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첫째,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쉽게 신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다. ISBN은 출판사를 통해서만 신청 및 발급이 가능한데 부크크에서 책을 출간하면 부크크의 ISBN 등록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여 ISBN을 발급받을 수 있다.
둘째, 부크크 포함 다른 유통망을 통해 판매 및 구입이 가능하다. 원래 지역 업체를 통해 ISBN을 발급받고 책을 출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그 방법을 선택했다면 고통스러운 출판 프로세스를 덜 거치고 실수도 시간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을 통한 유통으로 학생들이 한 작업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크크에서의 출간을 선택했고, 부크크를 통한 유통으로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초록창에서 자신들이 쓴 책이 검색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우리 아이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출간과 함께 나의 길었던 첫 번째 책 쓰기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두 번째 책쓰기 프로젝트. ‘우리들의 차갑고 뜨거운 열네 살

강렬하고 고단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고, 학생들과 무언가를 함께 성취했다는 기쁨에 후발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졌다. 2019학년도 1학기 ‘한 뼘 자전소설 쓰기 프로젝트’가 끝난 후 2학기에는 ‘나서마(나는 서령북스 마케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직접 출판사의 마케터가 되어 출간되는 책의 책 광고와 홍보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이다.
2020학년도 1학기에는 1학년 학생들과 ‘우차열(우리들의 차갑고 뜨거운 열네 살)①-청소년 시집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2학기에는 ‘우차열②-북튜브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중 ‘우차열①-청소년 시집 출간 프로젝트’는 1학년 1학기 ‘비유와 성찰’ 단원과 한 학기 한권 읽기 단원을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중학교 남학생의 ‘일상의 감정’을, 저마다의 차갑고 뜨거운 마음을 ‘시’로 풀어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였고, 그래서 프로젝트 제목을 ‘우리들의 차갑고 뜨거운 열네 살’이라고 정했다. 자유학년제이지만 평가 루브릭에 따라 수행의 정도를 채점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쉽게 과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작성하였다.
<표5> 우 ‧차 ‧열 프로젝트, 채점기준표
이 프로젝트는 ‘날 닮은 너 찾기-너와 우리를 공유하기-열네 살의 감정을 담아-나만의 시집 만들기-성찰일지 작성하기’ 순으로 진행되었다.
‘날 닮은 너 찾기’는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나 청소년이 일상의 경험을 표현한 시집에서 자신의 감정과 맞닿는 장면을 찾아보는 단계이다.
‘너와 우리를 공유하기’는 앞 단계에서 선정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깊은 내용을 찾아 공유하는 단계이다. ‘날 닮은 너 찾기-너와 우리를 공유하기’ 단계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청소년)의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배우게 된다.
‘열네 살의 감정을 담아’는 나의 일상에서 의미 있는 경험, 각자의 차갑고 뜨거웠던 감정을 떠올려보고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단계이다.
‘나만의 시집 만들기’는 시를 창작한 후 이를 하루북 어플의 ‘함께 쓰기 기능’을 사용해 한 권의 책으로 엮는 단계이다. ‘삼성 플로우’ 어플을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어떻게 시를 쓰는지 직접 시연하면서 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면서 곧잘 따라와 주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성찰하는 ‘성찰지’를 작성한 후 교과 수업에서의 활동은 끝이 났다. 이제 본격적인 시집으로 엮는 작업이 남았다.

하루북에서 책 출간하기

2019년 3학년 학생들과 자가출간 플랫폼을 통해서 책을 출간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자가출간 플랫폼에서의 책 출간은 글을 모으는 작업부터 출간까지의 과정을 오롯이 교사가 살펴야 한 권의 책이 출간된다. 하지만 ‘하루북’에 책을 출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을 모으는 것은 이미 수업 시간에 하루북 어플의 ‘함께 쓰기 기능’을 이용해 끝냈다.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데려가서 워드 작업을 할 필요도 글을 수합할 필요 없어진 것이다. 이제 책 페이지 순서만 정하면 된다.
이제부터의 작업은 책쓰기 동아리의 책 편집팀과 함께 하였다. 2020년 책 편집팀은 책 표지 및 속지 디자인, 빠진 학생의 글을 모으고 정리하기,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 모으기, 각 반 사진 모으기, 소제목 정하기, 교정하기 등을 담당했다. 학생 편집팀에게 함께 쓰는 책 관리 권한을 부여하여 책의 페이지를 학생들도 편집할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매끄럽게 전개되나 싶었지만 ‘하루북’에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 또한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이하에서는 직접 부딪히고 얻은 몇 가지 유의점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학생이 쓴 글을 교사가 편집할 수 있는 기능(문의 결과 이 기능은 후에 추가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들음)이 없다. 따라서 학생의 글에서 오타를 발견한 경우 다시 작성하게 하거나 교사 혹은 책 편집팀이 다시 작성하였다. 둘째, 고해상도 이미지가 아니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처음에 확인차 인쇄했던 책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사진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사진을 보낼 때 원본을 그대로 살려 보내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었다. 저해상도의 사진은 모두 고해상도의 사진으로 바꾸는 수고를 겪었다. 물론 3MB 이하의 사진만 삽입할 수 있다. 셋째, 출간한 모든 책에 ISBN을 넣어주지는 않고 30권 이상 주문해야 ISBN 넣어준다. 또한 ISBN을 넣은 모든 책을 다른 출판사에 유통할 수는 없다. 하루북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한 경우가 그 예인데 이때는 오직 하루북 출판사에서만 출간이 가능하다. 넷째, 연말에 하루북 출판사는 엄청 바쁘다. 책이 나오기까지 10일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예산을 받아 책을 출간한다면 연말을 피하거나 보다 여유 있게 견적을 넣는 것이 좋다.

두 번의 책쓰기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남중에서 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며 초여름 초록의 풀잎같이 싱그러운 우리 아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차갑고 뜨거운 색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때로 그 색은 어슴푸레한 물빛을 머금은 파란색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은 진홍색이기도 하였다. 그 뜨겁고, 차가운 감정은 이들과 함께 있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다가도 답답하게도 하고, 또 지치게도 하였다.
문득 그러한 학생들의 마음을 ‘글’로 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일상에서 의미 있고, 강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장면을 포착하고 그 차갑고 뜨거웠던 감정을 드러내고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 결과 두 번의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학생들은 기성 작가 같이 정제되고,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하지 않았다.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였다. 다소 표현력이 부족하더라도 나는 이들의 일상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 결과 자전 소설집, 시집 두 권을 편집하고 책으로 엮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글을 수업 시간에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면, 글쓰기로 이 감정들을 드러내고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면 지금 학생들과 함께 쓰고, 함께 엮는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작업에 도전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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