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연재]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 제2화
2차시: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속도와 꾸준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쓴 수업일기입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수업 장면을 기록하고 연재하겠습니다.
1. 프로젝트 일정과 수행평가 채점기준표 확인하기
마이클 맥도웰의 <프로젝트 수업 제대로 하기>에서는 학생의 배움보다 단순히 활동의 즐거움 그 자체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 수업을 경계한다. 그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 '명료성', '도전', '문화' 이 세 가지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 중 '명료성'이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나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지',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에 명료하게 답할 수 있도록 수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숲소리 2호에 썼던 '활동이 배움으로 이어지려면 2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수업의 명료성을 갖추기 위해 수행평가 채점기준표(구본희 선생님은 이걸 배움 확인표라고 부르자고 하신다. 매우 좋은 이름이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1-1. 프로젝트 일정표 확인하기
1교시에도 '가상 편지'를 통해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일정을 안내했지만, 아이들은 반복하지 않으면 금방금방 잃어버린다. 하루에 국어 수업만 듣는 게 아니니 이해한다. 나도 그러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일정표를 안내했다.
이전에는 달력 형식으로 일정표를 만들어 안내했었는데, 이번엔 조금 더 직관적으로 수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는 크게 3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나를 바꾸는 책읽기'이고 둘째는 '우리를 바꾸는 책대화', '셋째는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다. 일정표에 따르면 1~3번이 책을 읽는 단계, 3~4번이 책대화 단계, 5~6번이 글쓰기 단계다. 수행평가로 따지면 책을 읽고 책대화하는 과정과 비평문을 쓰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1-2. 수행평가 채점기준표 읽고 질문하기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일정에 대해 안내해준 후에는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를 꼼꼼히 뜯어보게 한다.
먼저 동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채점기준표에서 평가 요소 별 '기준에 도달한 수준'에 대한 설명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읽을 시간을 줬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채점 기준의 내용 중에서 이해가 되지 않거나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혹시, 이번 프로젝트에서 더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하는데 빠진 채점 기준이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워낙 사전에 국어 선생님들끼리 채점기준표를 정교화하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제작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질문하지 않았다. 그래도 질문을 한 친구가 있긴 했는데, '책 대화에서 심화적인 질문이나 설명을 한다는 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1학기 화법과 작문 수업에서 면담하기를 배울 때 '추가 질문'에 대해 배운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해줬다. 이 부분은 4차시 쯤에서 송승훈 선생님이 사용을 허락해주신 책대화 예시를 함께 읽으며 다시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교사가 먼저 채점기준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채점기준표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 EBS에서 기획한 <세계의 PBL> 영상을 보다 영어 선생님이 이걸 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는데 꿀팁좀 얻고 싶다 ㅎㅎㅎ 아이들이 직접 채점기준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머리를 굴려야 할 것인데...
1-3. 알아야 할 목록 만들기
이다음 아이들은 채점기준표의 내용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앞으로 수업을 통해 알아야 할 것'으로 나누는 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알고 있다'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알고 있다'의 의미는 단순히 채점기준의 의미를 이해한 상태가 아니라, 내가 진짜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알아야 할 것은 질문의 형식으로 작성하게 했는데, 질문으로 적으면 나도 모르게 그 내용이 더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알아야 할 목록 만들기 활동은 채점기준표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질문 형성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관련 영상은 링크 클릭!
이렇게 채점기준표를 꼼꼼히 뜯어보게 하면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수행과 채점기준표의 내용을 비교해본다. 수업에 참여하며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학생을 배움의 주인으로 만드는 데 매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2. 더럽게 책 읽기
20분 정도 채점기준표를 확인하는 활동을 한 후에는 책 읽기를 시작했다. 책 읽기를 안내할 때에는 우리 학교 국어 선생님들의 책 읽기 방법을 학생들에게 소개했는데 매우 반응이 좋았다. A선생님 성격이 여기서 드러난다는 둥, 이건 100% B선생님의 책 읽기라는 둥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학교 국어 선생님들의 공통된 책 읽기 방법은 책을 더럽히며 읽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 긋거나 인덱스를 붙이고,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나 질문을 옆에 기록하며 책을 읽는다. 아이들에게 내가 왜 이렇게 책을 읽는지, 어떤 경우에 이렇게 책을 읽는지, 이렇게 읽으면 뭐가 좋은지 등을 소개하면서 '너희도 이번에 이렇게 한번 책을 읽어보자!'라고 이야기했다.
20여분 간 아이들은 정말 한 명도 자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었다. 자기들이 직접 선택한 주제글이어서, 매일 얼굴 보는 국어 선생님들의 책 읽기 방법이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서 그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