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연재]노동인권 프로젝트 제2화 - Start with a bang! 프로젝트를 매력적으로 시작하기 -
박준일(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노동인권 교육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수업 장면을 기록하고 연재하겠습니다.
1. 매력적인 도입활동의 필요성
우리는 가끔 이상적인 교실의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프로젝트의 주제인 노동인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책과 신문 기사를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을 만들어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는 수업은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동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노동이 무엇인지, 우리가 노동 문제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거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인권 프로젝트의 도입활동은 노동인권 문제 탐구에 대한 학생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해당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지식과 고정관념을 함께 확인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프로젝트의 탐구질문이 무엇인지, 교과 성취기준과 관련한 학습목표는 무엇인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최종 결과물은 무엇인지, 최종 결과물의 청중은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노동인권 프로젝트 도입활동의 기능>
① 노동인권 문제 탐구에 대한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한다.
② 노동인권 문제와 관련한 사전 지식, 고정관념 등을 점검한다.
③ 프로젝트 탐구질문 및 학습목표를 확인한다.
④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이 무엇이고, 청중은 누구인지 확인한다.
2. 매력적인 도입활동의 유형
우리는 꼭 프로젝트 수업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수업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해당 학습 주제에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도입활동은 우리가 평소 해오던 동기유발 활동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럼 프로젝트의 도입활동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학생들에게 청중의 요청이 담긴 실제 혹은 가상의 편지를 안내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의 노동 인권을 걱정하는 교장 선생님이나 학부모님, 노동을 하다 부당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또는 성인 노동자, 실제로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애쓰고 계신 노동 활동가 등 다양한 청중들이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편지 안에는 학생들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문제 상황과 문제 해결의 필요성, 학생들의 역할 등이 안내되면 좋습니다. 한편, 실제 편지가 아닌 가상의 편지라도 진짜처럼 보이도록 이메일이나 편지의 형식, 편지를 쓴 청중이 사용할 것 같은 어휘, 전문용어, 표현 방식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뉴스에서 다루는 흥미로운 이슈나 사건에 대해 논의하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엔 노동 인권과 관련한 안타까운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이 같은 또래에게 일어난 일이거나,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학생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이 시급한 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을 하다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면, 학생들과 함께 이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 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논의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노동인권과 관련한 흥미로운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살펴보면 학생들과 꿈의 직장 공모전, 실업 탈출 게임처럼 학생들에게 노동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이킬 수 있는 1차시 정도 분량의 재미있는 활동들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네 번째 유형은 노동인권과 관련하여 가상 또는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상이나 영화 장면을 시청하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영화 <레미제라블>, <카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전체 또는 일부 장면을 시청하고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고, 영화 속 인물이 취한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만나는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의욕이 크게 떨어져 있는 편이라면 워밍업이라고 생각하시고 여러 차시 동안 영화 전체를 시청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다섯 번째 유형은 노동인권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현장으로 견학을 다녀오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제가 근무했던 학교의 노동인권 동아리 지도 선생님께서 활용하셨던 방법인데요. 그 선생님께서는 학생들과 주말을 이용해 전태일기념관을 견학하여 학생들이 그 당시 노동 현장이 어땠는지, 노동 인권이 왜 중요한지, 노동 운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프로젝트 도입활동의 유형>
① 청중의 요청이 담긴 실제 혹은 가상의 편지 안내하기
② 뉴스에서 다루는 흥미로운 이슈나 사건에 대해 논의하기
③ 주제와 관련한 흥미로운 활동하기
④ 주제와 관련한 가상 또는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상이나 영화 시청하기
⑤ 주제와 관련한 현장 견학하기
3. 노동인권 프로젝트은 어떻게 시작했나?
저는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도입활동의 5가지 유형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수업에 적용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씨를 다룬 뉴스와 기사문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나서 김용균 씨가 숨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찾도록 하여 이야기하게 하고, 노동자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과 사회의 인식이 어떠한지 생각을 나눴습니다.
이후에 우리가 노동인권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 자문을 구했던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 교육국장님의 편지를 함께 읽도록 했습니다. 저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나눴던 대화를 소개합니다. 시간이 오래되어 기억이 조작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려요
[도입활동 수업 장면]
교사: 우리가 지난 시간에 함께 살펴봤던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사고의 원인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는 노동과 노동자를 존중하고 있지 못합니다. 얼마 전, 선생님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학교에서 청소년 노동 인권 상담을 해주시는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 교육국장님께 이야기를 드렸더니, 교육국장님이 선생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시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을 담아 e-mail로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교사: 그럼 모둠원들과 교육국장님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를 함께 읽고,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각 모둠의 모둠장이 모둠원들에게 편지를 읽어주세요.
학생1(모둠장): (모둠원들에게 소리가 들리도록 편지를 읽는다.)
교사: 교육국장님의 편지 잘 읽어보았나요? 교육국장님이 생각하는 문제 상황은 무엇이었나요?
학생2: 노동자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아요!
학생3: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크게 다치거나 돌아가시는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교사: 맞아요. 두 친구가 잘 이야기해줬어요. 교육국장님은 노동인권과 관련하여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청소년인 우리가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통해 일을 하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시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노동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럼,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탐구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요?
학생4: “노동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나는 현재 또는 미래의 노동자로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예요!
교사: 네! 맞아요. 교육국장님이 우리에게 던져준 이번 프로젝트의 탐구 질문을 잘 찾았습니다. 교육국장님이 편지의 마지막에 이야기하신 것처럼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동 인권에 대해 탐구하고, 그 답을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선생님들에게 연말에 있을 노동인권 토론회에서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편지를 활용한 프로젝트 도입활동을 진행하실 때에는 이것이 가상 편지이더라도 진짜 편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지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면서, 선생님이나 동료 선생님의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프로젝트의 실제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교육국장님이 쓰신 e-mail을 학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프로젝트의 실제성을 높이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이 편지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들이 있는데요. 이 안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은 무엇이고,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 청중은 누구이며, 결과물 발표는 어떤 방식으로 언제 이루어지는지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단, 편지의 내용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거나 길면 학생들이 도입활동부터 프로젝트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니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 2년 전 수업을 굳이 글로 옮기는가?>
안녕하세요. 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박준일입니다. 이번 수업 연재에서는 2019년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고1 학생들과 함께 했던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2년 전 수업을 다시 글로 옮기냐고요? 특성화고 학생들이 여전히 현장실습에서 억울하게 다치고, 죽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월 6일,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 홍정운 군이 12kg의 납벨트룰 차고 잠수를 해 요트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하다 수심 7m의 바닥으로 끌려내려가 숨졌습니다. 홍정운 군은 잠수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 일은 홍정운 군에게 절대 시키지 말아야 할 일이었습니다. 제 취미 중 하나는 스쿠버다이빙입니다. 그렇기에 홍정운 군이 느꼈을 패닉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왜 매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죽음을 감수하고 사업주에게 값싼 노동을 제공해야 할까요?
2019년부터 2년 간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서 함께 국어를 배웠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한참 고민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2년 전에 이 아이들과 했던 노동인권 프로젝트를 연재하려 합니다. 지금 보면 아쉬운 점이 많은 수업입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저에게 의미있었던 수업이기도 합니다. 지금 국민들과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이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많은 분들이 노동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연재를 마쳤던 '제대로 화내기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 연재에서는 '노동인권'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자 하는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또 2년 전 수업이라 가지고 있는 예시 자료가 없을 때에는 제가 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예시 자료를 만들어 소개하려 합니다.
이번 연재 글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