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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회의로 문제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돌리기

학급 회의로 문제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돌리기

양철웅(온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선생님, OO가 수업 시간에 자리 바꿨어요!” “선생님! XX가 수업 시간에 5분 늦게 들어왔어요!”
“선생님, □□가 수업 시간에 너무 떠들어요!”

문제와 만나다.

중학교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학급 생활교육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담임인 제가 없을 때 학급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이들이 학교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제가 눈으로 보고 지도할 수 있으니 괜찮았지만, 제가 없을 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는 지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직접 보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지도하면, 학생들은 말을 교묘히 바꿔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었고, 누가 일렀냐며 선생님에게 물어보거나, 친구들을 수소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담임 선생님만 바라보는 아이들의 태도’였습니다. 담임인 제가 나서서 아이들 사이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행동 기준을 정해주었을 때, 아이들은 학급 내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담임 선생님이 개입하고 처리해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이는 제가 보기에 매우 수동적인 태도였고, 문제해결력이나 소통 능력, 능동성과 적극성 등의 역량·덕목을 길러줄 수 없는 생활교육이었습니다.

생활지도 방식 돌아보기

교직 발령 첫해에는 제가 학창 시절에 경험했던 선생님들의 생활교육-주로 떼리거나 벌을 주거나, 힘 있는 몇 선생님이 아이들을 휘어잡았던 방식- 등을 비판적으로 보고,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줘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공감과 논리로 설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공감과 논리로 행동이 절제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되는 영역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둘째 해부터는 공감과 논리를 조금 줄이고, 원칙을 세우고 원칙에 따라 책임을 지웠습니다. 그 원칙을 세우는 주체, 원칙을 집행하는 주체는 담임 선생님인 저였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상담을 통해 공감도 해주고, 그 행동과 상황을 바라보며 이성적으로 생각하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담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도 하되,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행동까지 하게 해야 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고 자제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학급에 대한 봉사, 청소 등 저만의 규칙을 세워서 아이들에게 그 규칙에 맞게 벌칙을 부과했습니다.
공감과 논리에 원칙과 책임까지 더하니 생활지도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질서를 명확하게 하니 학급에 안정감이 더해졌습니다.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나름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만나고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2019년도로 기억합니다. 이때 만났던 1학년 학생들은 이전에 만났던 1학년 학생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유난히 서로의 잘못을 담임 선생님에게 고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의 특성을 모른 채, 교사가 주체가 되어 감정에 공감하고, 상황에서 떨어져서 이성적으로 접근하게 하고, 원칙에 따라 책임을 일관되게 지우는 방식이 매우 균형잡힌 방식이라고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게도 당연히 잘 먹히리라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먹히긴 먹혔지만, 담임 선생님의 시간과 에너지도 동시에 완전히 잡아먹혔습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2, 3학년과 달랐습니다. 중학교 올라와서 궁금한 것도 많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친구들의 잘못을 담임 선생님에게 잦은 빈도로 이야기했습니다. 중학교 올라와서 궁금한 것,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었지만, 친구들의 잘못을 하루에도 몇 번씩 이야기하는 것에는 대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선생님, OO가 수업 시간에 자리 바꿨어요!”
“선생님! XX가 수업 시간에 5분 늦게 들어왔어요!”
“선생님, □□가 수업 시간에 너무 떠들어요!”
원칙을 일관되게 세우고, 최대한 일관되게 적용해야 하는 저의 방식대로라면, 어떤 학생이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면, 원칙에 따라 적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빈도수가 너무 많아지니 담임 선생님이 감당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업무도 해야 하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학급 아이들이 자주 싸우고, 규칙을 어기고, 수업 시간에 교과 선생님에게 불손하게 대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때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아이들을 지도했고, 학급에 대한 봉사나 반성문 작성 등의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생활지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점점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교사의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는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성숙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한 명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생활지도였습니다. 스스로 왜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지적인 변화,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정서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저의 시간과 에너지를 몇 곱절이나 학급 생활지도에 쏟아 넣은 그해가 가고, 다음 해에 다시 그 학년의 학급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물론 2학년이 되면 철이 들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만날 것 같았습니다. 또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무학교 성장교실 때 공부했던 ‘학급긍정훈육법’을 들춰봤습니다. 당시에 PDC를 실천하고 있던 나무학교의 선생님들로부터 자치 회의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던 터라, 여기에서 팁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치 회의로 자율적인 문화 만들기

제가 발견한 한 가지 방법은 자치 회의였습니다. 일단, 학기 초에 학급 규칙을 학생들과 함께 정하고, 학급 규칙에 따라서 학급을 운영합니다. 학급 규칙을 세우는 방법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①우리 학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또는 욕구를 2~3가지 정하기, ②그 욕구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규칙 만들기, ③규칙을 게시판에 공고하고 지속적으로 적용하기의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는 학급 규칙 세우는 방법보다 학급 자치회의 운영 방법을 더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 중요한 가치, 욕구와 그에 따른 학급 규칙
하지만 학급 규칙에 따라 운영을 해도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규칙대로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규칙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공동생활을 위해 필요한 규칙들도 있습니다. 그 사각지대가 생길 때, 학생들은 주로 선생님에게 문제를 호소합니다. 예를 들어,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학생들, 원격 수업 기간 ‘줌 조회’ 시간에 늦게 들어와서 조회 시간 끝나는 시간을 늦어지게 하는 문제, 수업 시간에 교과 선생님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학생들, 수업 시간 시작했는데도 돌아다니는 문제 등 다양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학급 회의가 필요합니다.
회의는 ①회의 안건에 대한 소개, ②이게 왜 문제인가?, ③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④어떻게 해결할까? 등의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자치 회의의 절차에 대한 다른 좋은 방법들도 많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절차를 4단계로 정한 것입니다.

회의의 시작: 이게 왜 문제인가?

먼저, 회의 안건에 관해서 소개합니다. 대부분 회의는 누군가의 건의나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됩니다. 다만, 회의의 안건은 학급원들이 공감할 만한 중요한 문제여야 합니다. 중요한 문제란, 학급 규칙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가치들(배움, 안전, 우정 등)을 침해하거나, 소수로 인해 다수의 불편이나 피해를 겪는 상황, 학급 규칙을 반복적으로 어기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학생들이 스스로를 절제하지 않을 경우 이를 어떻게 제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무턱대고 안건을 제시하면 안 됩니다. 학생들의 건의나 담임 선생님의 문제의식이 생길 때, 이게 정말 중요한 학급의 문제인지 한 번 다시 생각해보고, 이를 학급 회의로 개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수의 학생들이 건의를 했다면, 그 소수의 학생들에게도 “왜 그 문제가 우리 학급 전체의 문제이고, 학급 회의에 부칠 만한 중요한 문제일까?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문제일까?”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공론화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제인 경우에는, 회의를 시작할 때, 이 안건이 왜 학급 전체 회의에 부칠만한 공동의 문제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최초에는 이 안건이 학급 회의에 부칠 만한 안건인지에 대해서도 거수 투표를 진행하여 회의 참여 인원의 과반수가 되었을 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종종 생략하다가 나중에는 쭈욱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회의를 진행하는 주체도 처음에는 담임 교사가 했지만, 점점 반장과 부반장에게 그 책임을 이양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하는 것을 경험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반장과 부반장이 어색해 했지만,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회의의 본론: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예전에 자기 계발 서적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이 있었습니다. 외벽이 하얀색으로 칠해진 기념관이 있었는데, 새들이 그 기념관의 외벽에 새똥을 많이 싸서 기념관 이미지로 실추되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외벽을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했고, 이 해결 방법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의 원인을 깊게 파헤쳐보니, 해결 방안이 매우 쉬워졌습니다. ‘새들이 왜 날아올까?’에 대해 생각해보니, 기념관에 거미들이 많이 서식했습니다. 그 거미들을 먹기 위해 새들이 많이 날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거미는 왜 많지?’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 기념관에는 날벌레들이 많이 날아왔던 것이었습니다. 날벌레들이 많으니 날벌레를 잡아먹는 거미들도 많은 것이 당연하지요. ‘날벌레는 왜 날아오지?’를 생각해보니, 기념관이 밤에 야간 조명을 켰기 때문에 그 조명에 이끌린 벌레들이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원인을 생각하니, ‘기념관 새똥 문제’의 문제 해결은 단순하게 밤에 야간 조명을 끄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커다란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밤에 퇴근할 때 조명만 끄면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저는 최초에 회의를 시작할 때 ‘하얀 기념관 새똥 문제’의 이야기를 꼭 들려줍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을 잘 파악해야 하고, 문제의 원인을 깊게, 제대로 파악하려면 ‘왜?’라는 질문을 5번 정도 던져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5번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뜨악!” 하지만, 사실 일상의 문제들은 2~3번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원인을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원인을 잘 파악하면, 매우 쉬운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학급에는 분리 수거통이 있었습니다. 종이, 플라스틱, 깡통 등을 담아놓는 바구니가 3개 있고, 일반 쓰레기통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꾸 분리 수거통에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학생이 어려움을 호소했고, 분리수거는 학급원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이 지속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 학급회의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저는 ‘어떤 놈이 일반쓰레기를 분리 수거통에 버리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또 꾸러기 같은 학생들이 장난으로 그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토의 과정에서 ‘왜 학생들이 분리 수거통에 일반쓰레기를 버릴까?’ 그 원인에 대해서 논의했는데, 학생들이 그 원인을 ‘일반 쓰레기통과 분리 수거통의 거리가 멀어서’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쓰레기통에서는 멀지만, 분리 수거통과는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귀찮아서 일반쓰레기를 분리 수거통에 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반 쓰레기통은 교실의 앞쪽에 있었고, 분리 수거통은 교실의 뒤편에 있었습니다. 일반 쓰레기통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자는 취지로 쓰레기통을 선생님들이 다니는 교실 앞쪽에 놓았는데, 거기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 원인에 아이들 대부분이 공감했고, 해결 방안을 ‘분리 수거통과 일반 쓰레기통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장난으로 분리 수거통에 일반쓰레기를 넣는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분리 수거통에 일반쓰레기를 넣는 학생이 적발되면 일주일 분리수거를 시키자는 벌칙도 정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회의 후에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일반 쓰레기통과 분리 수거통을 한 곳에 모아놔서 문제가 해결됐는지, 벌칙 때문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두 해결 방안이 모두 효과적이었기에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분리 수거통과 일반 쓰레기통에서 멀어진 학생들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진 않았습니다. ㅎㅎ)
물론, 이렇게 조금만 변화를 줘서 문제가 해결된 사안 말고 에너지를 많이 써야만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도 많습니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교과 선생님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수업에 상습적으로 지각해서, 그 학생들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그 제재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적용했을 때 해결됐던 일들도 많습니다.

회의 이후: 공고하고 적용하기

회의에서 아무리 열띠게 토론하고 멋진 해결 방안을 도출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공고하고, 일정 기간 조회 시간마다 강조하고,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으면 자치 회의는 무용지물입니다. 학기 초에는 담임 선생님이 회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적용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일정 기간 담임 선생님이 그런 의지를 보이면, 이후에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무겁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 학급회의 결과 공고문. 회의를 했으면 꼭 공고를 하고 적용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해야 한다.
벌칙을 주기로 했으면, 잘못을 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청소나 학급 봉사 등 벌칙을 꼭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회 시간에 회의한 내용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한두 번 물어봐서 ‘담임 선생님이 이걸 인식하고 있다.’라는 것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시간에 교과 선생님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것도 학급 회의를 열어서 해결 방안을 정했습니다. 해결 방안은 ‘평소에 선생님에게 예의 갖추기’, 잘못한 경우에 ‘반성문 쓰고 해당 선생님에게 직접 찾아가서 진솔하게 사과드리기’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벌주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학급원 모두가 같이 합의한 내용이었기에, 잘못한 학생들이 반성문도 쓰고,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사과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학생과 상담을 하고, 학급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반성문 쓰고 사과하는 과정을 지도했습니다.
학기 초에 이게 잘 되면 나중에는 담임 선생님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학급원들이 서로 잔소리하며 같이 지키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회의를 통해서 해결하자고도 합니다. 이런 모양새가 되면,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 vs 담임 선생님’의 구도가 아니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 vs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구도가 됩니다. 선생님의 부담이 많이 덜어집니다. 그리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가 형성됩니다.

기타

아, 덧붙여서, 회의는 주로 아침 조회 시간에 짬을 내서 했습니다. 심각한 사안(학급 내에서의 폭언, 욕설, 폭행 등의 행위 등)일 때는 종례 시간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조회 시간 10~15분 정도 짬을 내서 간단하게 진행했습니다. 창체 시간에 ‘자치’로 잡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계기 교육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문제가 있을 때 바로바로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아침 조회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회의 때문에 조회 시간이 늦어져 쉬는 시간이 첨해당한(?) 날은 종례를 빛의 속도로 끝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진행을 담임이 했지만, 반장과 부반장에게 점차 진행을 맡겼습니다. 그 시기와 비중은 담임 선생님이 판단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무리

교직 첫해에 아이들을 ‘인격적으로만’ 대했을 때, 그 해가 끝나고 매우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질서도 잘 잡히지 않았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습니다. 인격적으로 대하면 질서가 잡히지 않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관계까지도 잘 잡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 이후에 원칙과 책임을 강조했을 때는 질서가 잘 잡혔는데, 학기 말로 갈수록 아이들과 점차 서먹해지고 건조해지는 교실 분위기로 인해 뭔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급 자치 회의를 통해서 학급의 문제를 해결하니, 학급의 질서도 잘 잡히면서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끝까지 좋게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더 좋은 생활교육의 방법들이 많지만, 만약 딱 한두 가지만 바꿔야 한다고 하면, 저는 ★학기 초 학급 규칙 정하기, ★자치 회의를 먼저 바꿔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두 가지만 바꿔도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뀝니다. 민주적 학급 운영의 가장 핵심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다 쓰고 보니 간단한 내용을 너무 길게 썼습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23년도 힘내시고, 교실 속에서 조금 더 넉넉하게 아이들과의 시간을 감당하고 누리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삶이 보여주는 새로운 장면 속으로 한 걸음씩, 제대로 걸어가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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