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숲소리 교실나눔 후기
교육적 관계 회복을 위해 학교가 노력해야 할 것은?
학생 인권과 학교 민주주의 관점에서
권아영(천안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1. 구상 배경
최근 서이초 사건을 비롯한 안타까운 일들로 인해 ‘교권’과 ‘학생 인권’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동안 주로 법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져 왔기에 2023년 한 해 동안 편집팀은 교권과 학생 인권에 대한 다양한 법적 근거들을 통해 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 보고자 노력했다. 논란의 쟁점인 아동 학대와 학생 인권, 교권 보호와 관련된 법령을 해석해 보고 실제 학교의 사례를 통해 교사 및 학생의 권리에 관한 토의를 여러 차례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법적인 권리와 의무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교실 속 교사와 학생의 의미 있는 교육적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기가 힘들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육적 관계'라 하면 그 안에 상호 신뢰, 공감, 책임, 자발성 등의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법적인 권리와 의무만으로는 이 요소들이 생겨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학교 현장의 문제들을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까? 우리는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모색해 보고자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학생인권의 눈으로 본 학교의 풍경』(조영선) , 『민석 쌤의 교권상담실』(김민석), 『학생자치를 말하다』(이민영 외) 등의 책을 읽고 인상 깊은 구절과 현 상황에 적용할 만한 쟁점을 중심으로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학생 인권의 관점에서 교권과 학생 바라보기’, ‘학교 민주주의의 활성화’가 의미 있는 교육적 관계의 형성을 위해 논의될 필요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공부한 내용과 교권 및 학생 인권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고자, 제4회 숲소리 교실나눔의 자리를 마련했다.
2. 진행 과정
▲ 제4회 숲소리 교실나눔 진행 과정
(1) 교육적 관계 회복을 위한 교육 조건과 학생 인권 이해 (조영선 선생님)
▲ 교실 나눔 배경 설명(양철웅 선생님)
▲ 조영선 선생님의 강의
양철웅 선생님이 제4회 숲소리 교실나눔의 구상 배경을 설명하며 문을 열어주신 후, 첫 번째 시간은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학생인권의 눈으로 본 학교의 풍경』의 저자이자 교육공동체 벗에서 <오늘의 교육>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고등학교 교사 조영선 선생님을 초청해 강의 및 토론 활동을 진행했다. 조영선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교육적 권위 및 신뢰 관계 회복을 위해 요구해야 할 교육 조건과 학생 인권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조영선 선생님께서는 먼저 ‘네 명의 인물 중 다른 사람 찾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모두 다른 맥락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교사가 학생들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교사 혼자 모든 문제를 다룰 수는 없기에 단순한 교권 보장만으로는 학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
이후 학교 현장에서 ‘누구’의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해석하여 말할 수 있는 힘이 평등한지 고찰해 보고, 통념을 뒤집은 프랑스의 공익광고와 신호등 토론을 통해 ‘정상적인 학교’라는 것이 과연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신호등 토론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명제는 ‘나는 때려서라도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문장이었다. 나는 훈육을 위해서는 때로 엄격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찬성 의견을 표했다. 그런데 물리적 제지는 아이들이 물리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을 침범당했다고 느끼게 하므로 칭찬 및 관심 등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반대 의견을 듣고, 내가 생각했던 ‘올바른 교육’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나는 청소년들이 착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미성숙하므로 휴대전화, 게임, 담배 등을 규제해야 한다.’ 등의 명제로 토론하며 무조건적인 규제와 통제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오히려 적절한 자율성 및 자기 결정권의 보장이 아이들의 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동학대법이 촘촘하게 만들어진 이유는 이처럼 인간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정서적 요소의 복잡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학생 인권 조례와 현재 생활지도 고시를 살펴보며 학생 인권과 교권에 대한 통념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노르웨이의 교정 철학을 살펴보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감각 회복이 교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또 그동안 학생 인권 조례와 교권은 반비례의 관계를 이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학생 인권 조례의 제대로 된 정착이 교사의 업무상 법적 처리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영선 선생님께서는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당 부분을 교사에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요구하는데, 이는 교사가 많은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따라서 학생 인권 조례를 교권과 대척점으로 생각하지 말고, 교사가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2) 교육적 관계 회복을 위한 학교 민주주의 (이민영 선생님)
▲이민영 선생님의 강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두 번째 시간은 『학생자치를 말하다』, 『학교자치를 말하다』의 공동저자이신 고등학교 교사 이민영 선생님을 초청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생자치 및 학교자치의 필요성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미리 나누어 주신 강의 원고의 제목이 “학생자치와 학교민주주의를 통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의 가능성에 대하여”였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이후 지지부진해진 학급 회의의 활성화 방안이 궁금하기도 했고, 학교 탈출을 꿈꾸며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다소 지쳐있던 터라, 과연 학교민주주의를 통해 학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가 아주 궁금했다.
우선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생자치 활동을 위한 학생 요구사항’ 자료를 살펴보며, 학생들이 단순한 예산 지원이나 시간 확보뿐만 아니라 학교 주요정책 결정에 학생 참여 보장, 학생자치회 주도 학교행사 등 학교 일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학교 주요정책 결정에 학생 참여 보장’ 항목은 학교 현장에서 ‘학교생활규정 개정에 학생들의 참여 보장’,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참여’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한 중학교의 학교생활규정 개정 추진 사례를 통해 내실 있는 학생자치 방안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학생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학교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 및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둘째, 학생들의 자율적 학생회 운영 및 지원책 마련, 셋째, 회의할 때 학교 관리자가 참석하여 협의 결과가 실질적으로 실천되도록 지원하는 것, 마지막으로 학교 행사를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학생회만의 리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학교 내 의사소통 선순환 구조를 살펴보며 학생자치 활동이 잘 이루어지는 학교의 학생들이 가지게 되는 긍정적인 태도와 자치 과정에서 기를 수 있는 역량을 알아보았다. 이 과정에서 학교민주주의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어려운 이유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나에겐 큰 충격을 주었다.
“교사들이 자치와 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제대로 된 학급 회의와 학생자치를 경험해 본 적이 아주 드물었다. 우스갯소리로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너희들은 좋겠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이만큼 많은 지원과 지지를 받으면서 맘대로 행사를 진행해 본 적이 없는데.”라고 얘기했을 만큼, 우리 세대의 학창 시절은 수동적으로 굴러갔고,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착한 어린이들이 상과 칭찬을 받았다. 이민영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교자치(학생회)를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을 반성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되살려 특정 학생 집단에게 완장을 채워주고, 권력 구조를 마련해 학교 운영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학교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할까? 경험해 본 것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선생님들 대부분이 같은 표정이었다. 이에 이민영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경험하셨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주셨다. 우선 소소한 문화적 변화로 동아리 활동 인원 배분과 축제 기획단 운영을 예로 들어주셨다. 동아리 편성 과정에서 강제로 인원을 배분하지 않고, 원하는 동아리 가입을 보장해 줌으로써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통해 억지로 동아리 인원수를 맞추는 것을 방지해 모든 아이가 행복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셨다. 충격적인 것은 좀 더 적극적인 학교문화 구축 사례였는데, 바로 교사들에 의한 교감 선출 사례였다. 사립학교라 가능한 일이라고 하셨지만, 교사들이 관리자를 3순위까지 추천하고 이 중에서 관리자가 선발되는 사례는 마치 반장 선거의 확대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이 동화 속 이야기처럼 마냥 낭만적이고 긍정적으로 운영된 것만은 아니었다. 학교생활규정 개정 절차 과정에서 공청회 시간에 곧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이 청중으로 참여하여 후배들의 더 나은 세상을 용인할 수 없다는 듯이 2학년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던 사례를 들려주시며 학교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시사점을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이 과정에서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을 영위하는 태도, 즉 인간다움이라는 것과 학교민주주의의 발전을 너무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진리일 수도 있지만, 실제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학교 현장에서 이 뻔한 진리를 간과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사의 민주주의가 먼저 활성화되어야 학생자치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 학생이 바라보는 교권 · 학생 인권 · 학교 민주주의 (학생 패널)
쉴 틈 없이 바쁘게 달려 온 교실 나눔 참가 선생님들이 너무 많고 빠른 지식의 유입으로 인해 기진맥진하실 즈음, 귀여운 다섯 명의 학생들이 등장했다!
이 학생들은 각 학교 학생자치의 최전방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로, 편집팀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섭외한 야무진 패널이었다. 누구보다 학생자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학생이 원하는 학생자치의 방향과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학생 패널과의 대화 시간을 두 선생님의 강의 이후 교실 나눔의 마지막 시간으로 배치하였다.
▲ 학생 패널들(왼쪽부터 정민서·김정현 학생(송남중 2학년), 문경빈 학생(온양용화고 2학년), 이하정 학생(천안신당고 2학년), 이승현 학생(천안신당고 3학년))
먼저, 패널들의 사전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바라보는 교권과 학생 인권의 실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학생들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양립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으로 인해 생긴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공교육을 불신하는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교권 침해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교권 침해는 학생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학교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만 무례하게 주장하면서 나타나게 된 문제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다음은 학생의 관점에서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관계 성립 및 학교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교육공동체가 노력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첫째, 학생자치 활성화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패널들은 학생자치 문화 자체는 변화했으나, 이는 학생자치 담당 학생들만 체감할 수 있고 일반 학생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으로 학생자치는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학생들의 소통 창구는 너무 작다는 점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불만은 쌓이는데 학생회는 자치부장 선생님들과만 소통할 수 있고, 일반 학생들은 그마저도 힘들기에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휴대폰 자율화 토론회 경험을 예로 들어 학생들의 참정권 보장과 교사와의 소통 경험은 규칙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자라게 하고, 무조건적인 강요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눈에 보이는 구조로 반영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학생들의 관심과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시한 ‘학생 청원 SNS 제도’나 ‘운영위원회 학생 패널 참여’ 등을 제안했다. 폐쇄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탈피해 학생들이 의사결정의 과정과 이유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 운영을 이해하고 불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의의로 제시한 점이 인상 깊었다. ‘학생이 학교 규칙 및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교사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일시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결국 학생의 반복적인 규칙 위반을 야기한다’라는 야무진 주장에는 다 같이 박수를 쳤다.
둘째, 수업 참여 개선에 관한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이나 수업의 길이보다는 선생님들의 말투와 행동에 수업의 선호도가 결정된다. 따라서 일방적인 통보와 명령은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감만 올라갈 뿐이라고 했다. 평가 과정에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활동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고, 반영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예를 들어 모둠 활동에서 잘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그냥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 주고 그 학생과 함께 활동을 잘 해낸 모둠원들을 칭찬해 준다면, 고난을 이겨낸 학생 모두가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힘이 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안전한 경로가 마련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 패널은 학습권 침해에 대해 항의했으나 무시당하고 상처만 받았던 경험을 사례로 들어,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관계 성립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 인권의 제대로 된 정착이 교사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조영선 선생님과의 강의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을 학생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더욱 신기한 경험이었다.
의견을 발표하는 중간중간 선생님들과 패널들이 서로 질의 응답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교실 나눔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선생님께서 패널들에게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학생자치 참여를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셨다. 학생 패널들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학생회도 힘든 점이 많아요. 아무래도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친구들이 불만도 많이 이야기하니깐요. 그렇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고, 사회에 던져지기 전 빨리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원하던 것을 해내고 얻는 보람과 만족감, 그리고 친구들에게 듣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제가 또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요.”
“친구들이 저에게 불만을 얘기하는 것은 모두 저를 대표로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표란 자기만 잘하고 앞서나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같이 욕도 먹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천천히 친구들과 함께 나아가 보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어요.”
똑부러지는 학생 패널들의 의견을 들으며 교실 나눔에 참여하신 선생님들 모두가 감탄과 동시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그동안 바쁜 학교생활에 치여 산다는 핑계로 정말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살진 않았나, 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치며
일 년 동안 학생 인권에 대해 책을 읽고, 관련 법률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학교 현장의 실제 사례들을 논하다 보면, 우리가 이렇게 책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이 와중에도 민원 전화를 받고 SNS에 함부로 올려진 이야기들을 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선생님들이 있으실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특히 나는 이 주제를 공부하는 내내 바위에 계란을 부딪치고 있는 듯한 허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허무하지 않게 마무리해 준 것은 결국 또 아이들이었다. 학생들은 늘 교사를 슬프게 하지만, 또 기쁘게 한다. 교사를 화나게 하지만, 또 즐겁게 한다. 허무함과 괴로움을 견뎌내고 편집팀 선생님들과 일 년 공부~교실 나눔까지 마무리해 낸 원동력은 결국 우리 학생들이었다. 교실 나눔의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은 서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관계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가야 할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앞으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여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권아영(천안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날마다 달마다 새로움을 꿈꾸는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