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명_하고 싶은 거 다 하는 행복한 교사 되기
조혜선(이순신고등학교 역사 교사)
#야망넘치는 신규의 사고뿐인 신규생활
“Girl‘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문구를 보고 야망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야망을 품은 삶을 살고 싶다. 정확히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고 싶다.
어릴 적 역사를 좋아했고 말하는 것도 좋아했든 꿈 많은 소녀.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을 하며 역사의 수수께끼를 공부하고 싶었던 시기. 딸이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소망과 역사로 밥 벌어먹기라는 현실에 타협하며 수능 성적에 맞춰서 사범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눈물 젖은 노량진 생활을 비롯한 수험 생활을 정말 운 좋게 끝내고 코로나와 함께 발령받았다. 그 시간을 버텨내면서 나는 역설적이게도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시기에 아무도 나를 사랑 해주지 않았기에.
누구에게나 그렇듯 신규교사 생활은 눈부시게 찬란하면서도 눈 시리게 서글펐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불행했다. 온갖 사고를 다 쳤기에 어느 순간 “한 번뿐인 신규교사 생활, 할 수 있는 사고 다 치고 제대로 배우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게 되었다.
내 보람이 되어주는 아이들과 내 편이 되어주고 위로 해주는 최고의 동기들, 같이 울면서 야근 해주는 내 또래 선배 교사들 덕분에 행복했다.
▲신규시절 나의 보람이 되어주던 귀여운 내 제자가 마지막 날 준 편지.
# 그 말
몇 년이 지났지만 생생하게 잊을 수 없는 말이 있다. "역사 수업에서 활동은 안 돼." 내가 수업에 고민이 있다고 찾아가니 활동식 수업은 안된다며 단언하시던 단호한 교과 파트너 선생님의 말씀.
"고3이라서 1학기에 모든 진도를 끝내야 해요." 학교에 인사 간 첫날 시수표를 보여주고 미안해하시며 (그러나 매우 단호하게) 말씀하시던 사회과 부장 선생님의 말씀.
신규교사 조혜선은 고1 한국사(현대사 부분만 1차시씩 3반), 고3 동아시아사(2반 대략 45명), 고3 세계사 수업(2반 대략 45명)을 하면서 수업 진도와 시험 문제와 수행평가와 9등급 나누기에 허덕였다. 내가 원하는 수업이 무엇인지 몰랐다. 학생들은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선배 교사 선생님들의 저 말 하나하나에 묶여갔다. 역사는 활동하면 안 돼. 나는 고등학교 교사야 진도를 다 나가야 해. 내가 원하는 수업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한 역사가 무엇인지 잊었고 잃었기에 나를 사랑했던 조혜선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잃어가고 잊어갔다.
# 하고 싶은 것 하기
2년 차와 3년 차의 조혜선은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처를 받았던 담임에서 도망쳐 교육과정 기획 업무를 맡았지만, 그곳에 낙원은 없었다. 물론 행복하기도 했고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그것을 낙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그 2년 동안 나는 많이 성장했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다시 알게 되었다.
어찌어찌 고교학점제에 익숙해졌지만 담임을 하고 싶다는 욕망 게이지를 가득 채우고 4년 차에 된 담임. 내 왕자님들(2023학년도 2-4반은 왕자님이다. 내가 그렇게 부른다. 이유는 내가 여왕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악당도 한 명 있지만 원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교사들의 SNS 계정에서 봤던 모든 학급 이벤트를 하며 사랑을 담뿍 주며 행복하게 보냈다. 그리고 미련 뚝뚝 떨어트리면서 (혹은 손 툭툭 털며 홀가분하게) 얼떨결에 새로운 지역 새로운 학교로 떠나게 되었다.
▲2023년 우리반 왕자님들과 제주도 수학여행 사진 프린트 들고 찍는 것이 로망이었다.
첫 학교에 있었던 4년 동안 업무적으로 (교육과정 기획과 담임교사로) 제법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지냈다. 학교 교육과정을 세우고 고교학점제의 나름의 전문가가 되고 생활기록부도 꽤 잘 쓰는 괜찮은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외부 활동을 야심 차게 시작해보기도 했다. 제법 나 자신에게 만족하면서 살았다. 어느 순간 믿음직한 교사로 성장해 주변의 기대(?)를 받았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았다.
#그렇다면 역사 수업은?
나는 답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노동사와 여성사를 공부하고 싶다. (솔직하게 아직 마음만 있다 하지 않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시작하자) 나는 지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을 가르치는 역사교사가 되고 싶은 걸까? 나의 교사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 걸까?
나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역사가 과거의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계속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아이들이 교과서의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가끔은 삐딱하게 왜라는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 나는 욕심이 너무 많다. 야망이 크다고 생각해 본다. 내 수업은 욕심으로 가득 찼고 결국 아이들이 왜 이해를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혼자 성내다 끝내곤 한다…. 수업에서 상처받고 인터넷을 둘러보았다. 세상에는 멋진 수업을 하는 역사 선생님이 정말 많고 나는 그분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닮고 싶으면서 무언가를 하진 않았다.
수업을 공부 해보고 싶었다. 나 혼자 절대 공부하지 않는 이론을 공부하고 싶고, 다른 선생님들과 상호작용하고 싶었다. 그러던 찰나에 우연히 나무학교의 박진희 선생님을 만났고 나를 나무 학교로 밀어넣어 주셨다.(진희쌤 감사해요 ♡)
그래서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PBL 교육과정을 선택하여 실천해보기로 했다. 수업을 공부하고 싶었다. 겁이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사실 동아시아사 수업에서 하고 싶었는데 학교를 옮기면서 자율활동에서 도전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PBL을 공부하면서 내가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아마 내년에는 수업에서 PBL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제법 나 성장했다!
▲우리 반 PBL 결과물 : 10년 후 성인이되서 아산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정책을 작성했다
#선선한 역사 수업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자.
모든 진도를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역사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가끔은 삐딱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응원 해주자.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한번 해보자.
혜선쌤의 선선한 역사 수업.
“선선하다 : 사전적 정의는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원하다. 까다롭지 않거나 주저함이 없다. 제주 방언으로 ‘놀랍다’라는 뜻.”
시원하고 주저함 없이 놀라운 역사 수업. 그런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가슴 속에 묻어두기만 했던 나의 수업 명칭이다. 나는 앞으로 그런 수업을 할 것이다.
#인간 조혜선과 교사 조혜선
내 삶을 PBL이라고 한다면 내 삶의 탐구 질문은 "행복한 조혜선이 되기 위해 교사 조혜선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이다. 내 최종 목표는 행복이다. 탐구 질문이 아직 많이 미흡한 것 같지만 나의 교직 인생은 30여 년이 남았다. 앞으로 탐구 질문이 좀 더 고쳐지고 더 멋진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한 번 더 수업에서 욕심을 부리고 이상을 좇아보자. 부디 하고 싶은 것 많았던 신규 때의 열정을 잊지 말기, 야망을 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주변의 시선에 지치지 말고 나를 응원하고 사랑 해주기.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그게 내 인생 목표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정말 많으니까.
조혜선(이순신고등학교 역사 교사)
Girl's be ambitious. 역사와 한복을 사랑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야망 넘치는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조혜선 난 나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