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사가 역사를 수업하는 것이 가능한가...?
황윤상(원당중학교 수학 교사)
독자가 제목부터 확인하였을 때, 어떠한 반응일지 궁금하다.
우선, 필자는 현재 중학교에서 수학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이다. 20대에는 수학이라는 학문에 제대로 매료되어 있었다. 비록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보니‘도전’을 추구할 수 있는 학문이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수학을 공부하였고, 필자는 2020년 3월 1일부터 정식으로 수학교사로서 근무하게 되었다.
한편, 필자는 10대 학창시절부터 역사라는 학문을 좋아했었다. 그 시대의 인물 각각의 특유의 서사, 여러 전쟁으로 인하여 주도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 해당 시기의 독특한 사회와 문화 등등...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인간이라 그런지, 역사 과목의 내용을 접하며 ‘과거의 사람’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알고 그로부터 인생의 교훈을 얻는 이러한 과정이 필자에게는 의미 있었던 공부 시간이었다.
이때 2022년에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교육과정 내 동아리 활동’수업을 담당하게 되었고, 필자는 ‘역사인물탐구’라는 동아리 활동을 개설하여 학생들을 모집하고 1년 동안의 수업을 운영하였다. 수학교사가‘역사’라는 학문을 바탕으로 수업을 운영한다니... 동아리 활동의 취지가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수업을 개설하고 이에 따라 운영한다는 사항이 있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학교사가 이와 같은 동아리 활동을 개설한 것에 대해 충분히 의아할 만한 부분이 있었을 듯하다.
맨 처음 시간에는 호기롭게 수업에 임하였다. 해당 수업을 선택하였다면 당연히 역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역사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라는 내용의 간단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하였다. 1학기 때는 이러한 영역을 주제로, 2학기 때는 저러한 영역을 주제로 수업을 운영할 것임을 언급하면서, 첫 시간에는‘역사적 인물’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활동지를 통해 작성하도록 하였다. 학생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고,‘앞으로 수업이 잘 운영될 것 같다’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는 교사로서의 기억 중에서 아픈 손가락 중의 하나로 인식될 만한 수업으로 남게 되었다. 학생 각자가 어떤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은지 선택을 하였지만, 순수하게 역사에 대해서 많은 내용을 알고 싶다거나 그런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동아리 활동 시간은 교과수업 시간이 아니니까 친구들과 재미있게 대화도 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이다’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있었던 것 같다. 수업 중에도 친한 친구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지도해도 결국은 원상태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마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역사적 인물에 대하여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도 물론 있었지만, 이들보다도 친구들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수업 분위기는 흐려졌었다. 결국 수업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형성하는 학생들의 지도를 포기하고, 수업마저 비교적 덜 신경쓰면서 운영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기서의 첫 번째 성찰 포인트는, 교사가 단호한 지도 없이 그대로 수업을 운영하고자 했던 부분이 수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조금 더 단호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였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동아리 활동이 운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필자 역시 나름대로 학생들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한두 번 진행하였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을 검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인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활동지에 적어보도록 하는 등의 활동 수업을 운영하였다. 이때는 학생들이 집중하고 수업에 임하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는 단지 ‘스마트폰’이라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물품을 사용하여 이루어진 수업이었다. 교사 본인의 역량으로 이루어진 수업이 아니었으며, 도구의 힘을 빌려 운영된 수업이었다.
역사 과목은 기본적으로 과거로부터의 사실 또는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교과서 내용을 읽거나, 또는 교사가 PPT 등으로 화면에 ‘문장’을 제시하고 이를 학생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었다. 근대 시대 전까지는 그림만 남아있을 뿐 사진의 개념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 시대의 사람들이 작성한‘글’을 열심히 읽고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역사 공부의 핵심 포인트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진 자료를 동아리 활동 시간에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PPT의 거의 대부분은‘글과 문장’으로 가득하였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필자가 성찰해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한다. 시각적 이미지, 스마트폰 등등‘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필자는 인색하였다. 수학 수업을 할 때는 그래도 알지오매스 등 다양한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수학적 지식 이해를 돕고자 노력하였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으로 운영한 역사 수업의 경우 필자의 ‘고정관념’이 유연한 수업 운영을 방해하였다. ‘글’만이 역사를 이해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역사교육에서의 본질은 각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그 시대상을 이해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글로 된 기록’만을 강조하는 것은‘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다양한 보조적인 활동 자료가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보고 이를 수업에서 적용 및 실천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체득하였다.
다시 제목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과연 가능한 것인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와 같이 두 과목을 모두 지도할 수 있는 교원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 필자는 그래서 역사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수업을 적절히 운영하고 싶었고, 나름 열심히 준비하여 수업에 임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패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전공 지식이 있어도, 그리고 아무리 해당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어도,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충분한 준비가 있지 않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 시절에는 역사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였더라도 수년 전이다. 근무시간에 수학교사로서 수학 수업 운영에 관한 고민만을 하였고, 역사 관련 동아리 활동 수업에 대해서는 다소 안일하게 생각하였던 부분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교사로서 학생 지도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학생 지도에 대한 관점은, 강하게보다는 <부드럽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교에서의 규정 등을 준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히 원칙에 맞게 지도하려고 하지만, 교과수업과 같이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수업 진행 속도를 최대한 여유 있게 가져가려고 하는 편이다. 반면 학생들에게 다소 강하게 지시하는 것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보니, 학급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에도 간단히 언급만 하고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이러한 교육적 습관으로 인해 이번 동아리 활동에서도 영향을 미쳤고, 실패한 상황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글을 쓰다보니 다소 필자 스스로를 강하게 다그친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이 필자의 수업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실패 사례로서 인식되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다음에 유사한 영역의 동아리 활동을 수업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다면, 이번의 성찰 내용을 근거로 점차 나은 수업을 계획하고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역사 관련 동아리 활동을 실행하고자 한다.
황윤상
평생 배움을 추구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