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회 첫 도전, 2년간의 기록
인치선(천안신방중학교 수학 교사)
학생자치회를 2년동안 지도하며 학생회 뿐만 아니라 지도교사인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성장이 있었기에, 이것을 잊지 않고자 이 글을 씁니다. 첫 발령을 받은 2015년, 4월에 갑자기 발령을 받은 탓에, 전임 선생님의 업무와 담임을 그대로 맡아 1학년 생활 지도를 담당했었습니다. 학생부장님과 함께 매주 수요일 아침 등교 시간에 학생들의 교복 착용을 지도했습니다. 또 선도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받게 되는 학생이 생기면 징계(봉사) 지도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업 시간마다 책 없으면 벌점, 교복 안 입었으면 벌점, 수업에 늦게 들어오면 벌점, 이런 지도밖에 할 줄 몰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는 학급긍정훈육법 연수를 듣고, 나무학교와 생활교육연구소 활동을 하면서 학생이 주도하는 교실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 유령 같은 2020학년도 제18대 학생회
2020년 업무 희망 3지망에 ‘학생자치’라고 썼던 사실도 잊은 채 학생안전생활부는 지원자가 없어 당연 배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고경력 선생님께서 퇴근 시간 후 몇몇 학생들을 남겨서 행사를 준비하시고, 점심 시간에 대의원회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담임으로서 업무를 하시느라 어려움이 있으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걸 할 생각을 하니 조금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생들과 주로 하는 업무이기에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식상하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늦은 등교 개학 후 학년별 등교를 하다 보니 임명장 수여식을 6월 중순에나 할 수 있었고 학생회 임원회 17명의 학생들은 채팅방만 개설되었습니다. 대의원회는 전 학년이 모이는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1학기에는 임명장만 받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이렇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8월 26일이 되어서야 임원들을 모았습니다. 작년까지 학생회의 주요 활동인 실내화 대여제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8월 말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9월부터 등교일은 더 줄어들어 활동이 축소되었습니다. 2학기 임명장 수여식을 해도 되는 것일까? 임원 회의도 괜찮은 것일까? 동아리활동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활동이 괜찮은지 질문이 들면 누구도 답을 내리기가 곤란한 상황이다보니, 다른 선생님들이나 임원들에게 걱정이 되는 요인을 만들지 않는 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장, 교감선생님께서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18대 학생회 마지막 회의
2. 2020학년도 유일한 행사 학생의 날 캠페인
학생의 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 공문이 내려오더군요. 학생의 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미리 떠오르지 않았던 터라 공문을 받고서야 급하게 임원들을 불러 모아서, 이런 날인데 캠페인이라도 해 보지 않겠냐고 했더니 아이들이 무척이나 적극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던 터라 그랬나 봅니다. 교문에서 피켓을 들고 학생의 날에 대한 표어와, 방역수칙에 관련된 내용을 홍보하고, 기념품을 나누어 주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짧은 시간에 1100여 개의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잘 되지 못해 아쉽게도 기념품은 취소하고, 학생회 임원회에서 표어를 작성하여 캠페인 활동, 그리고 패들렛에 학생 선조들에게 감사 인사 쓰기를 진행하였습니다. 임원들이 간식을 주면 마스크를 벗을 것이기에 안된다고 하여 별다른 상품을 주지 못했었던 게 아쉽네요. 그리고는 새 학년도 학생회 선거와 임원 선발을 하게 됩니다.
3. 뜨거웠던 2021학년도 회장 선거
3분의 2 등교 수업을 실시했던 2020년 11월, 언제 또 3분의 1이 될지, 전면 원격이 될지 하는 걱정 속에서 부장님과 상의하여 선거 일정을 예년에 비해 다소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2학년 담임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추천과 권유로 무려 다섯 팀의 후보(러닝메이트)가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채팅방도 만들어 정정당당한 선거를 당부하고 선거 후 낙선한 후보는 임원회에 합류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부서에 예산이 매우 많기에 선거운동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줄 수 있었습니다. 후보들이 각자 상징 색상을 정하여 어깨띠와 선거운동 피켓을 디자인하여 업체를 통해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선거운동원에게는 명찰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11월에 실시한 만큼, 12월 학기말 지필평가 준비 기간을 피하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선거운동 기간은 1주일 갖고 투표를 했습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sns 선거 운동 시비, 선거운동 규칙 위반 시비가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줄여야겠습니다. 후보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합의점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기대했던 후보는 낙선되고, 다른 후보가 당선되어 당시에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습니다.
▲19대 학생회장 선거
4. 2021학년도 제19대 학생회
2020년 12월 말 부서의 부장과 차장을 선발하였는데 이 때에도 역시 지원자가 많아서 면접 또한 큰 일이었습니다. 구글 설문을 통해 지원 부서와 동기를 받은 후, 수업이 없는 시간에 30분 단위로 학생을 나누어 불러서 면접을 하였습니다. 면접관은 1,2학년 생활 지도 담당 선생님과 당선된 회장, 부회장이 함께했습니다. 2021년 2월 교육과정 준비 시기에 학생회 임원회의를 소집하여 연간 학생회 임원회의 방향을 정하고, 새학기 등교 맞이 캠페인과 1학년 입학식 안내 계획을 세우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활동을 소개합니다.
▲19대 학생회 첫 임원회의
가. 2021학년도 새학년 등교 맞이와 입학식 안내
어색한 첫 대면을 하고(아이스브레이킹, 이럴 때 왜 못 했을까요) 회의 진행을 제가 처음에는 조금 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세부적인 계획은 회장과 부회장이 주도하여 논의하도록 점진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새학년 등교 캠페인(인사 잘 하기, 방역 수칙, 자가 진단)과 선물(에너지 바) 나눠 주기, 신입생 교실 안내를 하여 활기찬 개학을 만들었죠.
▲새학기 등교 맞이
나. 캠페인 활동과 실내화 대여제
전통적으로 해 오던 실내화 대여제는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운영하였습니다. 그리고 캠페인 활동도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의 피켓을 들고 1학년 학생들이 캠페인을 한다며 임원 학생들이 당황해하고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연간 중점 활동으로 제시하신 “인사 잘 하기” 캠페인을 창의인성부 선생님들이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지도하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서로 상의가 된 줄 알았던 작은 오해로 학생들을 잘 이해시키고, 캠페인은 1학년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교통 지도와 선도(교복 착용 확인) 활동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임원들과 대의원회의에서 운동화 착용, 사복만 착용하는 것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하여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었습니다.
다. 대의원회의 개최
학년별 등교로 어려웠던 대의원회의(반장)를 위해 학년별 대의원(반장) 채팅방을 만들고, 대의원회의를 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점심시간에 개최했었는데 1학기에는 3분의 2 등교였고, 전체 등교를 하는 지금도 점심시간이 두 시간으로 나뉘어 있어서 회의는 1학기, 2학기 각 1번씩밖에 모이지는 못했습니다만, 채팅방을 통해 공지 사항과 의견 수렴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스승 존경 주간, 급식 메뉴 투표, 자유복의 날 등이 잘 운영된 것 같아요.
▲대의원회의 진행 모습
라. 스승 존경 주간
교육 활동 보호에 관련하여 학생 주도 행사가 있어야 한다는 교무기획부 의견이 있어 스승 존경의 주간이라 이름 붙이고, 캠페인, 학급별 담임선생님께 상장 증정, 패들렛에 감사 인사 쓰기 이벤트를 운영하였습니다. 학급별 상장은 대의원회(반장)과 협력했던 사례죠.
마. 급식 메뉴 제안
학생들은 늘 급식에 아쉬움이 많아, 학생회장단이 급식 메뉴에 대해 설문을 받아서 인기 메뉴를 식단으로 구성하고, 영양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논의하고 식단으로 제공해 주고 계십니다. 설문을 2회 실시하였고 날짜를 띄워 총 5일의 식단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식단표에도 회장단 공약 식단이라고 강조해 주셨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회장단도 뿌듯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 자유복의 날
회장단 세 녀석이 1학기때부터 쭉 제안했으나 제가 바빠서 잊거나, 고리타분한 제 생각으로는 아니다 싶어 넘겼던 “사복 입는 날”을 2학기 1회고사를 앞두고 부회장이 찾아와 말했습니다. 그래서 부장님께 말씀드리니 긍정적이셨고, 학년 부장님들을 통해 선생님들의 동의를 얻어 1회고사를 보는 2,3학년은 자유복의 날(교복, 체육복 착용 포함)을 운영했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이것을 시험 기간에 지도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선생님들도 좋아하셨습니다.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포스터를 게시하여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개성이 강한 옷을 제외하고 입기로 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복, 체육복과 더불어 편안한 자유 복장으로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그래서 2회고사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 독도의 날, 학생의 날
10월 독도 사랑 주간이 있다는 창의인성부 의견을 듣고, 학생임원회에서 독도 사랑 표어 쓰기를 통해 우수작을 뽑아 캠페인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학생들은 활동지가 뚝딱 하면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지 표어쓰기를 하기로 한 전날 오후에 활동지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당황했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활동 실시 안내 방송, 활동지 수거, 우수작 선발은 학생들이 직접 하였고 캠페인을 위한 피켓까지 제작되었습니다. 학생의 날에는 2학년 차장들이 패들렛으로 독립운동 학생 선조들에게 감사의 말 쓰기 이벤트를 실시하고, 회장단이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여 포토존을 운영하였습니다.
▲학생의 날 캠페인
▲포토존 운영
5. 새로운 도전, 2022학년도 선거
올해 개정된 학생 생활 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를 학년별 3명씩 뽑았는데요, 여기에 지원한 학생도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대신했던 벽보 게시 등 선거관리위원의 역할을 학생들에게 다시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을 마쳤습니다. 저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단일 후보가 출마하게 되었어요, 선거관리위원회의 활동과 기능이 큰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되고 선거를 치르게 되어 조금 아쉽습니다.
6. 2021년 동안 교사로서 배우고 느낀 점
가. 배운 점과 성장
코시국에 회장단이 공약으로 내세운 몇몇 행사는 취소하게 되었으나 소소한 이벤트를 운영하고, 전체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도 던지고, 의견도 수렴하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긍정적인 활동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밤에 줌 회의를 할 정도로 바쁜 일정에서 학생들은 열심히 해 주었습니다. 5월까지는 손발을 맞춰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6월 이후로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졌습니다. 또한 학생회장, 부회장이 선생님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열심히 발로 뛰고, 임원들을 챙기며, 역할의 공백을 메우는 열정을 발휘하며 어느새 회의도 조금씩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나무학교와 성장교실에서 배운 여러 가지 방법과 역량을 학교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영역이 학생회 지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수업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이나 두려움으로 적용하지 못했던 각종 회의 방법, 온라인 도구의 활용, 다양한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지도하는 수학 자율동아리가 있지만 내실있게 운영되지 못했는데요, 학생회 임원회가 일종의 동아리처럼 모여서 협동하고 연결되는 기회가 있어 좋았습니다. 더불어 10월에 천안여자중학교 학생회 리더십 캠프에도 지도강사로 참석하는 좋은 기회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학생자치회 지도를 또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많이 듭니다.
나. 아쉬운 점과 한계
물론 아직도 제가 임원 회의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아이들의 주도성이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사의 준비나 운영을 잘 하는 것에 비해 주인 의식, 문제 의식은 덜 키워준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한 학급 회의에 대한 선생님들의 관심과 노력의 차이가 크기에 바쁜 일과 속 학급 회의는 부담이 되는 활동으로 여겨져 잘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급 회의 시간을 많이 확보했으나 실질적으로 다른 의무 교육이나 청소 시간으로 묻히기 일쑤였습니다. 대의원회의를 할 시간도 정하기가 어려우니, 큰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주도하는 자치 문화를 확산하고자 했던 제 목표는 조금 컸나 봅니다.
학급 회의와 대의원회의가 좀 더 활발했다면 학생회 임원회의의 역할이 분담되고, 학생 자치가 더 생동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담당 교사가 상담할 일이 많은 학급의 담임이거나, 맡은 업무가 많다면 학생회 업무는 다소 소홀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저를 잘 따라주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저희 반 덕분에 잘 할 수 있었기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 학생 자치의 의의와 효과
학생 자치활동은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을 선거나 회의를 통해 직접 표현하고 이를 실현해나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년 초 학생 자치활동을 통해 참여 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 예방 등의 인성 교육 효과도 기대하였습니다. 급식 메뉴, 화장실 환경 등의 안건을 다루면서 임원회의와 대의원회의를 통해 학교생활 중 개선했으면 하는 것들을 찾아 스스로의 노력으로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보았습니다.
임원회가 학교 전체 차원의 현안과 학생 참여 활동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대의원회에서 학급의 의견을 발표하며 회의 결과를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원회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시기별 계기 교육을 딱딱하게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인 임원들이 제시하기 때문에 관심을 끌 수 있었고, 효과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필요한 것은 선생님에게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스스로 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봉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니, 학생 자치에 대한 학문적 배경이나 별도의 조사 없이 틈틈이 쓴 글이라 다소 길고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져 제출하기가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 학생 자치회를 운영했으니, 많은 선생님들께서도 담임 또는 업무를 맡으셨을 때 겁내지 마시고 학생의 입장을 조금만 더 고려하신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회장의 “내년에도 선생님이 학생회 맡으시면 잘 하실 것 같아요.”라는 순수한 칭찬(?)을 떠올리며 졸고를 마칩니다.
성장교실과 생활교육연구소의 울타리를 가꾸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학 수업은 어렵지만, 교실 활동과 학생 자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