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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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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감성을 가꾸는 은영샘의 교실

생활의 감성을 가꾸는 은영샘의 교실

복지국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강은영(온양여자고등학교 가정과 교사)
‘수업 중에 무슨 감성을 가꾸라는 거야?’
가정 과목은 생활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다. 어떤 생활방식이 자신에게 쾌적한지 알아내고, 쾌적하게 살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체득하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일하는 것, 쉬는 것 모두가 생활이며 개개인이 쾌적하다고 생각하는 생활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우리네 삶에서 자신에게는 쾌적하지만 타인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음을 고려할 만한 ‘감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것 외에도 사회 속에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만난 아이들이 생활의 감성을 가꿔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나가길 바라며 나의 수업 ‘복지국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1. 듣보잡 과목에서 ‘힐링 과목’이 되기까지

1주일에 2시간, 진로 선택 과목인 ‘가정과학’이라는 교과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가정이에요? 과학이에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의 줄임말) 과목으로 설움을 당했으나, 현재는 입시에 찌들어있는 아이들에게 감히 ‘힐링 과목’이라고 불리는 참으로 행복한 교과이다.
가정과학의 첫 단원에서는 ‘인간발달과 가족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32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산 내가 무려 ‘인간’과 ‘가족’을 다루는 수업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가정과 교사의 사명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고 있다. 우리는 삶의 첫 순간부터 죽음까지의 생애주기별 발달 과업에 대해 공부하고, 발달 이론들에 대해 탐구하며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리고 저마다 갖고 있을 충만하게 사랑받았던 기억부터, 가장 가까운 대상들에게 받은 상처들을 꺼내 보고 쓰다듬어보는 과정을 통해 교실 속에서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2. 수업의 의도, 목표

인간발달과 가족생활 수업을 통해 단단해진 토양 위에 꽃을 피울 차례이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본인의 선한 영향력을 펼쳐보는 경험을 해보게 하고 싶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시각을 기르기 위해 우리 주변에 있는 법, 제도, 복지서비스 등이 어떤 시스템으로 구동되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복지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안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이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3.PBL 수업 엿보기

1단계: 프로젝트 시작하기
기술·가정과 PBL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업방식이지만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PBL을 공부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프로젝트 수업을 돌아보게 되었다. 프로젝트 수업의 철학에서 실천까지 촘촘히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며 ‘프로젝트 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 ‘처음 시작하는 PBL’ 등의 서적을 참고하여 GSPBL(Gold Standard PBL)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따져보며 수업을 설계하려고 노력하였다.
도입활동 진행하기
나는 아이들에게 대통령께 편지가 왔다며 열심히 조작한(?) 청와대발 편지를 건냈다. 편지의 골자는 ‘여러분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의 주인공인 너희들의 아이디어를 묻고자 한다.’였다. 아이들은 “선생님 진짜예요?”부터 “에이∼ 대통령이 얼마나 바쁜데 우리한테 편지를 보내겠냐?”, “아니야. 선생님 표정을 보니까 진짜인 것 같은데?”와 같은 순수하고 귀여운 반응들을 보였다. 프로젝트에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뭔지 모를 사명감으로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순간이었다.
탐구 질문 소개하기
뒤이어 우리 프로젝트 수업의 큰 줄기인 탐구 질문을 소개했다.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복지서비스를 구안할 수 있을까?’라는 탐구 질문을 소개하고 매 차시 수업 시작 시 큰 소리로 읽어보며 우리의 최종 목표를 주지시켰다.
모둠 구성 및 팀빌딩 활동
본격적인 프로젝트 활동을 위해 모둠을 구성했다. 진로 연계성을 고려하여 모둠을 구성하였으며 교육, 공학, 의료보건, 문화예술 등 커다란 카테고리로 묶어 3∼4인 1조로 모둠을 구성하였다. 모둠원들끼리 만났으니 이제 친해질 차례이다. 본인이 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서로 소개하고, 각자의 MBTI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비슷한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끼리 의외로 비슷한 MBTI 유형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며 서로 키득키득대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그 외에도 극강의 단합력을 높여주는 초성게임인 ‘쁘띠바크’ 등을 통해 모둠 결속력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쁘띠바크 소개 영상(tvN-문제적남자)
프로젝트의 로드맵 및 결과물 안내
앞으로 복지국가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프로젝트 로드맵을 소개하였고, 우리가 도출해 낼 결과물에 대해 안내하였다. 프로젝트의 주요 결과물은 크게 2가지로 개인이 작성할 ‘복지 정책 제안서’와 모둠별 ‘정책 홍보 카드 뉴스’ 만들기였다.
▲ GSPBL(Gold Standard PBL)의 조건
▲ 복지국가 프로젝트 로드맵
2단계: 지식, 이해, 역량 키우기
프로젝트 진행 중 교사가 담당해야 할 주요 역할은 2가지이다. 학생 스스로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돕기, 필요에 따라 비계를 제공하기이다.
탐구활동 지도하기
우리나라 전체 정부 조직도를 제공하고 다양한 부·처·청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우리의 세금을 가지고 각 부처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였다. 각 모둠별로 연계된 정부 부처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주요 사업 및 정책 홍보 메뉴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또한 요즘 큰 이슈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토의하도록 하였다. 모든 정책을 살펴볼 수 없기에 본인의 진로 영역과 가장 맞닿아있는 복지서비스를 탐구하고 현황을 분석하도록 하였다.
비계 제공
각 부처 공식 홈페이지에는 너무 방대한 양의 정책들이 소개되어있었으며 고등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행정 용어들이 난무하였다. 이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청해 올 때 교사의 역할은 빛나기 마련이다. 공식 홈페이지 말고도 블로그, 유튜브 채널 등을 함께 찾아가며 조금 더 쉽게 설명되어있는 정책들을 함께 살피고 각자의 진로와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느라 모둠에서 모둠으로 엄청난 순회공연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3단계: 비평하고 개선하기
3단계는 결과물을 발전시키고 비평하며 개선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2단계와 3단계를 넘나들면서 결과물을 수정하고 필요한 지식과 기능들을 익히게 된다. 탐구활동을 통해 완성한 복지 정책 제안서를 모둠원끼리 피드백해보고 수정하는 시간을 통해 본인의 복지 정책 제안서를 견고히 하는 작업을 하였다.
동료 비평하기
탐구활동 결과 구안해낸 복지 정책 제안서를 구글 클래스룸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탑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작업이 가능한 구글 문서를 활용하였으며, 스마트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은 손글씨로 작성한 제안서 제출도 가능하게 하였다. 제출한 제안서를 모둠원끼리 소개하고 수정,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글 문서의 댓글 달기 기능과 손글씨와 말로 전달하기 그 어떤 형태든 좋다고 안내하였고, 최대한 복지 정책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도록 비난이 아닌 서로의 정책을 비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젝트 배움 일지 작성
매 차시 수업 종료 5분 전에 프로젝트 배움일지를 작성하였다. 수업의 마지막 5분의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든 교사들은 알 것이다. 그러나 이 5분의 시간이 떠들썩하게 토의하고 자유롭게 모둠 활동하며 한껏 상기된 에너지를 차분하게 마무리해주는 시간이 되어 참 좋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처럼 현재 본인의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와있고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지 정리하였다. ‘처음 시작하는 PBL’에서 제공한 양식과 동일하며 일지 양식은 아래와 같다.
① 이 기간 동안 내(우리)가 프로젝를 위해 가졌던 목표들은 ~입니다.
② 이 기간 동안 나(우리)는 ~을 해냈습니다.
③ 내(우리)가 앞으로 할 것은 ~입니다.
④ 나(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문제, 질문은 ~입니다.
▲ 구글 클래스룸 화면
▲ 동료 비평하기
4단계: 결과물 발표하기
4단계는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계이다. 학생들의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다듬고 점검하여 공개하는 시기로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무엇을 성취하였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결과물 발표 및 공유
모둠별로 모인 제안서 중 홍보 효과성이 가장 높을 것 같은 정책을 선정하여 카드 뉴스 형태로 제작하였고 이를 업로드 하도록 하였다. 카드 뉴스 템플릿을 제공하는 미리캔버스, 망고보드, 타일 등의 사이트와 어플을 안내하여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파급력이 높은 SNS나 정부 사이트에 탑재하려고 수업을 기획하였으나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각자 사용하는 SNS 형태가 달랐고 계정이 없는 친구들, 비공개 게시를 원하는 친구들, 업로드는 개인의 자유! 를 주장하는 친구들이 있어 구글 클래스룸에 탑재하여 학급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참여 포탈’에 직접 복지 정책을 제안하여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곳에 공개적으로 정책 제안을 한다면 너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짧은 생각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학생들의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여 조금은 축소된 형태의 결과물 발표가 이루어졌다.
평가와 성찰, 그리고 축하하기
구글 클래스룸에 탑재된 각 모둠의 카드 뉴스를 살펴보고 잘한 점, 보완할 점, 궁금한 점 등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댓글과 재 댓글을 통해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마트폰 세대답게 손글씨로 쓸 때보다 더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신기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마지막 차시에는 탐구 질문을 최종 검토하며 진심으로 프로젝트에 임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통해 개인의 프로젝트를 돌아보고, 나의 수업 방식에 대해서도 묻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나 과제량은 적절하였는지, 지시사항은 명확하였는지 등 다음 프로젝트 설계에 반영하기 위한 설문을 하여 교사 본인의 수업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를 끝으로 우리의 멋진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축하 박수로 서로 격려하였다.
▲카드뉴스 공유하기 활동

4. 채점기준표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 바로 평가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특성상 평가에 예민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평가 기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프로젝트 첫 차시부터 평가 요소들을 설명하는 순간이면 왠지 모르게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야 성공적인 프로젝트야!’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던 경험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수업 첫 차시에는 도입 활동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프로젝트 수업에 몰입했을 즈음 학생들과 평가 요소 하나하나를 깨부수는 느낌으로 해나가니 학생들도 나도 거부감이 덜 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평가 기준표는 결과물 제작의 가이드 라인, 프로젝트 활동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하기도 하였다.
주로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산출된 결과물들을 평가 요소로 삼았다. 복지 정책 제안서의 분량(성실도), 내용(타당성, 참신성, 적용가능성, 사회파급력)을 평가하고, 카드뉴스 제작(체계적 시각화·구조화, 완성도), 발표 및 성찰에 대해 평가하였다. 객관적 평가가 쉽도록 평가 기준을 세웠던 탓에 ‘예/아니오.’식의 이분법적 평가가 주를 이룬 것 같아 스스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다음 프로젝트 활동에서는 조금 더 입체적인 평가 기준을 세워보고자 평가 관련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학생 활동 정도를 구체적으로 반영해주고 기록까지 이어질 때 생동감 넘치는 교실, 배움을 주고받는 살아 있는 학습 현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수북히 쌓인 결과물들에 열심히 피드백하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과정을 최선을 다해 기록할 예정이다.

5. 학생들의 결과물

▲ 정책제안서
▲ 카드 뉴스
▲ 배움 일지

6. 수업 후기

배우는 의미와 목적이 자신의 일상과 연결될 때 학생들은 비로소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의지를 싹틔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로젝트 수업은 세상을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수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PBL 관련 도서들을 탐독하고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수업을 돌아보는 경험이 되었으며, 프로젝트 수업을 구안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교사로서 성장하는 경험을 하였다.
우리네 인생에서 오롯이 내 것인 삶을 영위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수업에 임할 것임을 다짐하며 ‘생활의 감성을 키우는 은영샘의 교실’ 문을 닫고자 한다.
▲ 대통령께 온 편지
▲ 모둠활동 비계 제공
▲ 정책 제안서 작성하기
▲ 모둠 탐구 활동
▲ 프로젝트 이후 설문조사
<참고 문헌> 존 라머, 존 머겐달러, 수지 보스(2017). 프로젝트 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지식프레임. 벅 교육협회(2021). 처음 시작하는 PBL. 지식프레임. 미나미노 다다하루(2014). 팬티 바르게 개는 법(어른을 꿈꾸는 15세의 자립 수업). 공명.
쇼핑과 소맥, 영화를 사랑하는 헐렁한 인간이지만, 내 수업에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입니다. 2019년 나무학교 성장교실로 시작해 현재 PBL 센터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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