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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김선명(배방고등학교 윤리교사)
교육 혁신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기 초에 ‘학교 구름다리 간판 문구 공모전’을 실시했다. ‘학교 구성원들이 볼 때마다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문구’가 주제였는데, 공모 결과를 살펴보면서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꽤 많은 학생이 ‘쟁취’, ‘최고’, ‘미래’, ‘극복’, ‘노력’, ‘성취’, ‘대학’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 문구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미래에 반드시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위로를 담고 있었다.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있을까? 말 못 할 고민을 마음속에 끌어안고 얼마나 끙끙대고 있을까?
아이들이 자신 주변의 소중한 존재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일어나는 좋은 일들에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돌아보고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2학년 1학기 윤리와 사상 과목에서 7개 학급의 학생들과 함께 배우기로 한 영역은 ‘인간과 윤리 사상’ 그리고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이다. 동양 윤리 사상은 내 삶을 성찰하고 마음을 건강하게 수양하기 위한 공부 방법을 안내한다. 나는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를 이해하고 동양 윤리 사상을 적용하여 불행의 원인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함께 공부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개학하기 전에 나무학교 PBL 센터 선생님들과 함께 새 학기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했다. (PBL 센터가 아니었다면 방학이 다 끝나가도록 그다지 편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쉬기만 했을지도)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의 큰 질문은 “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 타인, 세상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였다. 그리고 이 큰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작은 질문으로 “윤리와 사상을 왜 배워야 할까?”(학급 전체 토론),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나의 행복 성찰), “행복의 방해 요소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동양 윤리 사상 학습 및 탐구 토론),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글쓰기)였다. 수업의 흐름은 아래 표와 같다.
차시별 구체적인 수업의 흐름도 노션 페이지를 통해 학생들과 공유하고 함께 확인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갔다. 윤리와 사상 프로젝트 담벼락 페이지에는 수업의 흐름과 내용, 참고 영상과 링크, 유튜브 수업 영상, 차시별 학습지, 마음일기장 등이 모두 담겨 있다. 올해처럼 쌍방향 수업과 대면 수업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 스스로 수업 자료와 내용을 정리하고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수업 절차나 자료에 관한 질문도 많이 줄었다.
▲ 수업 흐름도 페이지와 QR코드
처음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수업의 목적과 평가를 먼저 생각했다. 동양 윤리 사상에서 ‘마음’은 본성과 감정, 인식과 표현 등을 주재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배움의 목적은 아이들이 동양 윤리 사상을 이해하고 적용하여 부정적인 마음을 다스리고 수양할 줄 알며, 이러한 과정을 글로 표현하여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타인에게도 행복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평가 방법은 수업의 목적과 성취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고민하였고, 내용 이해 단계에서는 토론을, 삶에의 적용 단계에서는 글쓰기 방법을 선정하고 수업의 흐름을 구체화하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앞으로 함께 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트롤리 딜레마 토론을 학급 전체 토론으로 진행하며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동양 윤리 사상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 차례 토론한 후 성격유형검사와 애착유형검사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성찰하고 짝과 공유하였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자의 학습 목표를 세우도록 유도하였다. 총 3차시가 소요되었다.
다음으로 동양 윤리 사상을 자신의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강의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자기 말로 표현해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을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의 학습을 점검하기 위한 문제를 만들어보면서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복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담은 활동으로 둘 가고 둘 남기 토론 방법을 활용한 ‘동양 사상 탐구 토론’을 준비했다.
성취기준에 따르면 학생들은 동양 사상을 이해하여 상대적인 입장이나 관점들을 비교하여 설명할 수 있거나, 현대적 의의나 영향을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총 4차시에 걸쳐 동양 사상 탐구 활동에 참여했다. 학급별로 4명씩 7~9개의 모둠을 구성하였다. 모둠별로 맡은 주제를 나누어 학습 자료를 복습하고 내용 구조화와 문제 출제를 통해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탐구했다.
설명할 준비를 모두 마친 후 각 모둠에서 두 명에게 지식수집자, 나머지 두 명에게 지식전달자 역할이 부여되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학습지에 안내된 채점기준표를 활용하여 각 역할에서 보여야 할 역량과 그 예시를 설명하였다. 4차례 정도 같은 역할로 활동을 수행한 후 다음 차시에 모둠 내에서 역할을 바꾸어 다시 활동을 수행했다. 교사는 모둠별 활동을 관찰하며 지식전달자가 오개념 없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있는지, 지식수집자가 타인의 학습을 방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 동양 사상 탐구 토론 세부 채점 기준
첫 차례에는 학생들이 구조화한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기만 하였다. 오개념을 전달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교사에게 질문하기는 하였으나, 사례를 들어줄 여유는 없어 보였다. 그런 모둠에는 교사가 지식수집자에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위주로 구체적 사례를 질문하도록 유도했다. 네 번째 활동이 진행될 때쯤에는 학생들이 좀 더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사례와 함께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 (동양 사상 탐구 토론) 구조화한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학생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활동 중간중간 적절한 피드백을 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쉬웠다. 학급 대부분이 온라인클래스 화상 수업을 통해 모둠 탐구 내용을 구조화하였기 때문에 한 시간 동안 모든 모둠의 대화 내용을 듣고 피드백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토론 활동 초반에 돌아다니며 아쉬운 부분은 직접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교사의 설명을 잘 듣고 다음 순서에서는 직접 설명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몇몇 학생들은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기에 자신감이 없어서 생략하기도 하였다. 지식수집자가 질문할 때 교사에게 설명을 부탁하는 지식전달자도 꽤 있었다. 잘못 설명했을 때 친구의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활동 마무리 후 학생들이 작성해 제출한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지를 읽어보았다. 학생들은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지 못했거나, 시간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본인이 학습해온 동양 사상을 하위 개념과 상위 개념으로 나누어 구조화해본 경험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맹자와 순자 같은 사상가들이 주장한 한자어 개념들을 단순히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맹자와 순자가 하늘을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이 인간의 본성과 수양 방법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해했다. 교사가 바라본 것과 같이 학생들도 스스로 자신의 자기 관리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이 성장했음을 느낀 듯하다.
▲ (동양 사상 탐구 토론) 학생의 자기 및 동료 평가지
윤리와 사상의 동양 사상은 덕목부터 수양법까지 모두 한자어라서 학생들이 특히 어렵다고 느끼는 단원이다. 동양 사상을 학습하는 단계에서 꾸준히 온라인 쌍방향 형성평가를 했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개념의 의미를 이해해야지만 풀 수 있는 퀴즈들을 제시하고 강조했다. 친구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한자어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어보다 사상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윤리와 사상 지필고사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인 학생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동양 윤리 사상을 적용할 차례이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학습한 유교, 불교, 도가, 한국 전통 윤리 사상에서 강조한 마음공부 방법을 자기 삶과 현대 사회에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불행의 원인을 해결해보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를 글로 표현하여 ‘우리의 행복’을 이루는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철학적 지혜를 삶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보고, 앞으로 겪게 될 불행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였다. 그래서 이 모든 과정에 진심으로 성실하게 참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하였다.
아래 그림은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의 세부 채점기준표이다. 평가 요소는 성취기준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발췌하였다. 학생들은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고 우리 삶에서 동양 윤리 사상이 필요한 이유를 탐구하기 위해 도서를 읽으며 글감을 찾는다. 그리고 동양 윤리 사상의 역할 사례를 탐구하고 글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동양의 이상적 인간상과 철학들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의를 깨닫는다.
이 과정은 총 7차시에 걸쳐 진행되었고, 2회고사 종료 후 3차시 정도 글을 보강하고 출판기념회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쓴 글들은 학급 도서로 출판된다. A4 용지 크기의 문집을 만들긴 싫어서, 요즘 에세이 도서처럼 B6 크기로 책을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부 고교학점제 예산 사용을 미리 허락받아 놓았다. 1학기 내에 해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방학 때 따로 북크크 사이트를 통해 출판한 후 각 단톡방을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해주고 개학 후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세부 채점 기준
이 프로젝트부터 정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일과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돌아갔고, 머릿속도 복잡했다. 특히 5월 석가탄신일과 학년별 모의고사 때문에 너무 많은 변수가 생겼다. 3차시 즉, 세 가지 정도의 활동을 어느 학급은 대면 수업으로, 어느 학급은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해야 했다. 아이들이 모두 노트북을 학교에 챙겨올 수 없는 상황에서 컴퓨터실까지 빌릴 수 없자 나도 그냥 뭐든 아무렇게나 하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수업을 포기할 순 없으니 애를 써봤다. 우선 자료 탐색을 위해 학생들이 철학과 행복 관련 에세이 도서를 부분적으로 읽고 독후활동을 작성해야 했다. 대면 수업이 가능한 학급은 도서관에서 진행했고, 쌍방향 수업은 미리 학급에 공지하여 도서를 미리 대출해가도록 했다. 다들 예상했듯, 빌려놓고 학교에 두고 가거나 아예 빌리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을 위해 도서 한 권을 골라 발췌하여 스캔해두었고 PDF 파일로 제공했다. (나도 이런 방법을 알고 싶진 않았다^^)
에세이 도서를 읽으면서 앞으로 자신이 쓸 글의 형식이나 구조를 떠올려보도록 지도하였고, 철학 도서를 읽으면서 자신의 고민에 적용할 내용을 미리 기록해두도록 지도하였다. 순회하며 아이들이 기록한 독후활동지를 읽다 보니 진로, 게으름, 자존감 등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 작가의 글에서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독서 활동 모습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독후활동지
독후활동 마무리 후 다음 차시엔 자기고민과 경험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솔라리움 카드(그림 카드)를 활용하여 가까이 앉은 친구들과 행복을 방해하는 고민들을 나누었다. 이야기 나누며 생각을 정리한 후 자기 글의 주제를 포스트잇에 적어 제출하였다. 이 수업 또한 4개 학급은 쌍방향으로 진행했다. 솔라리움 카드는 펼쳐두고 사진을 찍어 채팅방에 공유하였다. 학생들은 랜덤 모둠으로 나뉘어 카드 사진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자기 글 주제는 패들렛으로 제출하였다. 교사가 포스트잇과 패들렛을 비슷한 주제별로 유목화하여 모둠을 구성하였고, 완성된 모둠으로 다시 헤쳐모여 모둠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포스트잇과 패들렛으로 유목화한 모둠
모둠별 계획서에는 모둠원들의 주제와 역할분담, 목차 구성, 모둠의 장 제목 등을 협의하여 적도록 하였고, 구글 설문지로 제출하게 하였다. 쌍방향 수업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학생들이 따로 모둠 단톡방을 개설해 이야기를 나눈 후 제출했다. 학생들이 생각한 글의 주제로는 ‘삶’, ‘자존감’, ‘타인과의 관계’, ‘미래와 진로’, ‘시간 관리’ 등이 대표적이었다.
다음 차시에서는 글감을 구조화하였다. 만다라트 활동지를 만들어놓았지만,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다시 학급별로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고, 만다라트 양식으로 채워 놓았다. 학생들은 화상 수업에 접속하여 설명을 들은 후, 만다라트 작성을 시작했다. 자신의 주제와 관련한 경험, 그 결과 느낀 감정, 문제의 원인, 관련 사상, 해결 방법 등을 예시로 제공하였고 학생들 대부분이 예시대로 작성하였다. 공유 문서를 사용하다 보니 화상 수업 채팅방에 난리가 났다. 학생들 몇 명의 슬라이드가 실수로 지워지고 다시 작성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만다라트 토론 활동
아이들이 작성한 모둠 계획서와 만다라트 토론 활동지를 바탕으로 관련 사상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했다. 꽤 많은 학생이 적절하지 못한 사상을 쓰거나 상반된 입장을 함께 적는 실수를 했다. 관련 사상을 아예 적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한 명 한 명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면 좋겠지만, 매번 200명을 대상으로 피드백하긴 어려움이 있어, 학급별로 비슷한 주제끼리 묶어 관련 사상과 적용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피드백은 구글 문서로 작성하였고 링크를 공유해주었다. 아이들은 초안을 작성할 때 이 피드백을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모둠별 피드백 문서
1차시 정도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초안을 작성했다. 구글 문서를 활용하여 모둠별로 초안 양식을 만들어두었다. 학생들은 모둠별 링크를 통해 개별적으로 편집하고 작성했다. 이 수업은 다행히 모든 학급에서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초안을 쓰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지만 일기처럼 편한 마음으로 쓰라고 하니 좀 더 속도가 붙었다. 평가 기준의 분량이 2쪽이었지만, 4쪽 이상 쓴 친구들도 1/3 정도 있었다. 글을 완벽하게 쓰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국어 시간이 아닌 만큼 동양 윤리 사상을 적절히 적용하는 데 집중하도록 유도하였다. 프로젝트 안내 활동지에 첨부한 채점기준표가 활동의 방향을 반복하여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초안은 채점하지 않았고,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한 완성본만 채점하기로 하였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모둠별 초안 작성
다음 차시에서는 인쇄한 초안으로 동료 피드백을 진행했다. 피드백은 글을 읽은 후 3가지 색깔의 포스트잇에 각각 질문, 오개념 수정, 격려의 말을 적어 인쇄되어있는 초안에 붙이도록 하였다. 질문을 가장한 비난을 막기 위해 ‘친절하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게’ 피드백할 것을 강조했다. 모둠 내에서 글을 돌려가며 읽고 피드백한 후에 자유롭게 이동하여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하도록 지도했다. 쌍방향 수업으로 피드백을 진행한 학급은 구글 문서 ‘댓글’ 달기 기능을 활용했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동료 피드백 활동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동료 피드백과 교사 피드백
동료 피드백 활동이 모두 종료된 후 공강 시간을 활용하여 교사 피드백을 진행했다. 한 학급당 22개에서 37개 정도의 글을 읽고 피드백하는 데 2~3시간 정도 걸렸다. 맞춤법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피드백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모둠별 ‘맞춤법 검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 맞춤법 검사 사이트를 활용하도록 지도해두었다. 교사는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성, 관련 사상의 적용 여부, 경험이나 사례와의 연결성, 오개념 등을 중심으로 피드백하였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글을 완성하는 시간을 1시간 정도 가졌다. 간단히 수정만 해도 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동양 사상 적용 부분을 통째로 수정해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글을 먼저 완성한 학생들은 같은 모둠 친구들의 글 완성을 도왔다. 이 수업은 오히려 화상 수업이 편했는데, 역시나 대면 수업으로 해야 하는 학급이 있어서 컴퓨터실에서 진행했다. 링크를 안내하고 접속하는 것부터가 큰일이었지만 많이 배웠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동료 피드백과 교사 피드백
완성된 글은 채점기준표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반절 정도의 학생들은 피드백을 잘 반영하고 자신의 문제 상황과 동양 사상을 적절히 연결하여 작성하였다. 그리고 반절 정도의 학생들은 동양 사상을 연결하고 적용하였다기보다 단순히 관련된 사상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소수의 학생은 자유분방하게 글을 작성하고 동양 사상은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물론 그마저도 하지 않은 학생도 2~3명 있었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지
아이들의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지를 읽어보며, 학생들은 자기가 노력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에 대한 작은 피드백에도 자기효능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매서운 비판보다도 철저한 무반응이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된다는 점도 깨닫는다. 효율적이진 못했지만 한 명, 한 명에게 도움이 될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 일주일 내내 땀 흘린 나에게 박수 쳐주고 싶다.
200명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하다 보니 점점 요령이 생기기도 했다. 글의 구성이나 문단 구조 등에 대해 중복되는 피드백은 메모장에 써놓고 복사, 붙여넣기 하여 시간을 단축해보기도 하고, 내가 다 설명하기보다 화두가 되어줄 수 있는 질문으로 피드백을 해보기도 했다.
피드백에 매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데 비해 이를 반영하지 않은 사례가 종종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교사의 피드백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였는지, 반영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단순히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에게 꼭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즉각적인 피드백이 학생들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길게만 느껴지는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이렇게 수행평가에 대한 글을 작성할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한 단계씩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유동적인 환경 속에서 다양한 매체와 기능에 적응하고 과제를 수행해내느라 고생한 아이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좀 더 익숙했더라면 조금이라도 덜 고생할 수 있었을 텐데.
이 글에서의 프로젝트 과정은 꽤 정돈되어 작성되었다. 대면 수업을 하다가 코로나 확진 발생으로 갑자기 귀가하여 쌍방향 수업으로 전환된 적도 있었고, 구글 잼보드로 모둠 구성을 하다가 학생들이 너무 낙서하고 장난해서 패들렛으로 갑자기 옮겨간 적도 있었다. 수행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아무리 불러도 카메라를 켜지 않는 학생들의 화면 속 커다란 이름을 보며 야속하기도 했다. 마음 일기장도 학기 초부터 학생들과 꾸준히 써왔고, 이후 글쓰기에 활용하려고 했는데, 신경 쓸 자료가 너무 많아 존재 자체를 잊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많고도 다양한 수행평가들을 챙겨가며 얼마나 지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까? 수행평가는 학생이 알고 있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을 잘 배우고 있는지, 교사는 가르쳐야 하는 것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해 피드백하기 위해 지속적이며 형성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더이상 학생들이 수행평가 때문에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과목을 배우고 그보다 더 많은 성취기준을 달성해내야 하는 학생들의 상황에서 여러 도서의 도움을 받더라도 완벽한 묘안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다음 수업에서는 좀 더 학생들의 삶과 가깝고, 수업의 목적과 적절하게 연결되며, 수업의 과정에서 함께 수행할 수 있고, 전문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수행평가를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도전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와 도전을 함께 하고 그 과정을 지켜봐 주는 나무학교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 프로젝트) 화상 수업 중인 나와 아이들의 모습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여 배우는 역동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도전을 즐깁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적 지혜를 배우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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