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고 기피했던 토론, ‘자유론’에서 당위성과 용기를 찾다
신영란(당진중학교 진로교사)
추천 책: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책세상)
‘자유론’은 어떻게 하면 우리 각자의 ‘개별성’이 자유롭게 발휘되도록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에 대한 대안을 찾게 해줍니다. 저자인 밀은 개별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과 의견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또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이 책을 봤던 터라 제게 많은 반성 거리를 주었는데, 항상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적은 노력 대비 빠른 결과를 도출하는 비민주적인 방법의 생활지도와 학급 운영을 해 온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을 사용하지만 교묘하게 소수의 의견은 들을 필요가 없음을 잠재적으로 가르쳤고 형식적인 회의는 있었지만, 그 안엔 진정한 토론은 없었습니다.
밀은 ‘경험과 토론’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경험에는 해석이 필요한데 해석을 올바르게 하려면 토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생각해보면 지나친 주입식 위주의 교육에서는 권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진리라 생각하고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인간의 지성과 판단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나와 입장이 다른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토론해야 할까요? 밀은 충분하게 근거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때 근거란 자유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주장까지도 편견 없이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입장의 해석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반대 논의를 진지하게 들음으로써 심각하게 검토하여 문제가 되는 것의 진실을 가려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토론, 저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지만, 시험문제는 어떻게 내고, 진도는 어떻게 빼며, 이렇게까지 수준 높은 토론이 실제 현장에서 가능할까? 와 같은 문제의식에 봉착합니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함께 답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교육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문화를 깨고 민주적인 문화를 실현하게 해 그들의 개별성을 살리는 열쇠가 되어준다면 진지하게 토론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과서에 그렇게 나왔으니까, 선생님이 그렇게 설명했으니까’와 같이 모든 내용을 잘 암기해서 시험을 보는 지금의 교육환경이 현재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비수평적 구조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론을 도입하는 데 있어 고민이 되는 이유는 꼭 눈에 띄게 말을 잘하거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심 토론은 소수에게만 학습효과가 있다는 생각에 피하게 됩니다. 또 토론 수업은 확실하게 뭔가를 배워가는 것 같지 않아서 토론에 대한 교육적 확신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밀의 다음과 같은 말에 용기를 얻게 되었는데요.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들도 이것을 잘 들으면 그렇게 이해된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토론의 장을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 마음속엔 겨자씨와 같은 무수히 많은 깨달음이 있을 수 있다는 이 말에 토론 수업을 도입할 용기를 가져봅니다. 사실 저는 별로 토론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세대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수직적 문화 풍토에 젖어서 이런 문화가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밀의 말처럼 진정한 자유란 개별성이 발휘되는 사회이고 그것이 민주적인 토론이 가능한 사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학교 현장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함을 깊이 공감합니다. 교실 수업과 학급 회의에서부터, 나아가 교직원 회의, 전교 학생 회의, 크게는 직장, 가정, 사회에까지 많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되어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모두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