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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요즘 아이들이 마음고생 하는 비밀을 알아주고 잘 토닥여줄 수 있는 용감한 교사를 꿈꾸며

요즘 아이들이 마음고생 하는 비밀을 알아주고 잘 토닥여줄 수 있는 용감한 교사를 꿈꾸며

박미라(송남중학교 영어 교사)
추천 책: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김현수, 해냄)
올해로 교사 생활을 한 지 햇수로 18년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력이라는 숫자가 정말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늘 0부터 새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올해에도 역시 교사 경력이 1년 더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몹시 부담스럽습니다. 왠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든지 능숙하게 잘 처리하고, 아이들과 생기는 여러 문제를 유연하고 세련되게 대처하는 멋진 선배 교사의 모습을 후배 교사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새로 옮긴 학교의 첫 교사학습공동체 독서 모임에서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몇 년 전 아산교육청에서 운영했던 ‘교실 관계 심리학’ 연수에서 뵈었던 김현수 원장님께서 쓰신 책이라 우선 호감이 갔습니다. 원장님의 수업 덕분에 폭발하는 아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나름대로 대처를 잘 할 수 있었거든요.
이러한 호감을 품고 책을 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계속 제가 혼나는 느낌이었거든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마음고생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것이 그렇게 속상하고 가슴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해 막연하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왔던 것이 결국엔 우리 어른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쓰라렸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왜 꿈이 없지?’, ‘왜 이렇게 무기력한 아이들이 많은 걸까?’, ‘예전(교사 생활을 하던 초기)보다 폭발하는 아이들이 왜 갑자기 많아진 거지?’, ‘수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벌써 힘들다고 쉬자고 하는 걸까?’, ‘얘네 왜 이래?’
교사로서 마주치기 싫은 아이들의 모습을 결국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 미안했습니다. 아이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기 시작한 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삐뚤어진 마음으로 바라보고 포기하면서 내뱉은 말을 아이들이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는 원장님의 말씀이 가슴을 후벼팝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손을 놓아버린 아이들이 여럿 떠올랐거든요. ‘이생망’의 고통에 대한 방어로 나온 행동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정말 많이 봐왔던 아이들의 모습이라 더 마음이 아려옵니다. 그런데도 제가 선생님들께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모두가 ‘이생망’을 외치기엔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금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무학교]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김현수 원장님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아이들을 만날 때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신답니다. 우리에게 다시 용기를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야 할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책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학교 교사학습공동체 독서 모임에서 교직 경력이 30년 가까이 되신 선배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기회가 충분히 있으며 18년의 교직 경력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님을, 그래서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았답니다. 그래서 제가 느꼈던 부담감도 아주 옅어졌고요. 혼자 하는 건 너무 어렵지만, 함께 하면 할 만하니까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생님들께도 이 책으로 학교에서 독서 모임을 해보시기를 추천해 드려요. 끝으로 5장 첫 페이지에 나온 글귀를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는 젖으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공감으로 자란다. 그러므로 공감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 하인즈 코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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