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
- 학교 안에서 학교 밖으로, 다시 학교 안으로-
김지상(모산중학교 기술교사)
▷ 숲소리 구독자들을 위해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모산중학교 기술 교사 김지상입니다. 현재 학교 내에서는 교무혁신부 총괄을 맡고 있고,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 현재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를 운영하고 계시죠? 학교 안에서 출발한 공동체로 알고 있는데, 연구회의 역사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2016년 영인중학교에서 혁신학교 운영을 시작하면서 동료 선생님들과 처음부터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교육의 본질, 기본에 충실한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반화’ 할 수 있어야 진짜 유의미한 변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모아졌던 것 같습니다.
영인중학교는 교사 인원이 적어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주제별로 운영하지 않고 다 함께 모여 여러 주제(수업, 생활교육, 공동체 형성 등)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상 수업 대화를 나누다가 공통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 생기면 관련 연수를 함께 듣고 서로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평가회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가며 학교 안 학습공동체로서 활발하게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일반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한 학교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학교의 이야기가 모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밖 학습공동체로의 확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도교육청에서 학교 혁신 활성화를 위해 ‘혁신 동아리’를 운영하여 지원해주신 것도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확대되는데 좋은 동력이 되었습니다.
▲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와 충청남도교육청 교육혁신과의 만남
그때부터 ‘충남 중등 학교혁신 문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학교 혁신의 일반화를 위한 여러 고민들을 다양한 학교의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학교 안 선생님들끼리 주제를 정하여 같은 시야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것들을 다양한 학교 선생님들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니 좀 더 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가 각 학교에 확산·정착되기를 바라면서 도움 자료 개발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혁신동행학교의 두 축인 ‘민주적 협의 문화’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관련한 자료들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민주적 협의의 의의, 회의가 어려운 이유, 도움이 되는 방법, 학교 규모별 사례 등을 모아 자료를 만들었는데, 최근 혁신동행학교가 모든 학교에서 운영되면서 강의, 컨설팅 등으로 학교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감을 많이 얻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시면서 현재 재직 중인 모산중학교에 미치게 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혁신학교인 영인중학교에서 혁신학교가 아닌 모산중학교로 오게 된 계기는 연구회를 통해 고민해 온 학교 문화의 변화를 통한 혁신 일반화가 가능한지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한 학교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학교의 이야기들을 모아 최대한 일반화 가능한 방안들에 대해 연구해왔던 것들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한 제가 현재 학교 안에서 교무혁신부장으로서 하는 고민들, 학교 혁신과 관련하여 드는 새로운 고민들에 관하여 학교 밖의 시선에서 함께 해줄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든든하고 실질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열띤 토론을 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혼자만의 고민에 갇혀있지 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올해 저희 부서가 전문적 학습공동체 업무를 맡게 되어 연구회에서 함께 연구했던 결과들을 학교 상황에 맞게 적용해 실천해보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밖 학습공동체에서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신장한 경험과 관계성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받았던 경험이 본질에 집중하여 의미 있게 운영하기 위한 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 나무학교와 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는 7살로 동갑이네요! 연구회를 7년 동안 이끌어오신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희 공동체는 느리게 걸어갑니다. 나무학교와 굳이 비교해 본다면 회원 모집에 있어서 나무학교는 열린 공동체(누구나)이고 저희는 닫힌 공동체(관계성을 통해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닫힌’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관계성이 없으면 함께하실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함께하실 수 있는데 단지 모집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열린 공동체는 새로운 리더와 운영진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고 공동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고가 많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학교는 많은 선생님들께서 찾아오는 만큼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요구와 수고가 많지 않아서 소소하면서도 깊이 있게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2 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 첫 모임
▷ 7년이나 공동체를 이끌어오신 선생님의 욕구와 바램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가지는 욕구와 바램은 명확합니다. 저는 모든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영인중학교에서 학교 문화의 변화를 통해 교사로서의 자존감, 효능감, 만족감을 느끼고 다른 동료 선생님들과 동료성과 신뢰를 느끼며 참 행복했던 경험이 모든 학교로 확산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학교 문화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 영인중학교에 근무하기 전부터였습니다.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많아서 학교에 애정을 두고 남아 계시는 선생님들이 거의 없고, 타지에서 들어오시는 젊은 선생님들이 주를 이루는 힘든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학생부장, 교무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책임감으로 인한 열심에 의해 심각한 문제 행동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어른(부모)들의 문제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일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들도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경우에 선생님들이 힘들어하시고, 어떤 경우에 만족을 느끼시는지 주의 깊게 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학기 초에 업무 분장에서 배려받았다고 느끼는 분과 그렇지 못했다고 느끼는 분의 모습이 일년 동안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여러 번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가 합리적이라고 느끼고 민주적이라고 느끼는 것이 선생님들이 한마음이 되어 교육 활동들이 의미 있게 이루어지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명확하게 경험했습니다.
연구회를 통해 더 많은 사례에 기반한, 더 많은 고민을 통한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 학교와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사람(교사)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갖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사가 많아져야 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이 연구회 활동을 통해 학교 안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 교사가 늘어가기를, 꼭 리더 교사가 아니더라도 고민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학교 구성원 또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확산자가 늘어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런 역할을 해주고 계신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 연구회 운영과 관련하여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구회 활동을 좀 더 활성화하고자 하는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멤버들이 다들 너무 바쁜 선생님들이라 천천히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2022 충남중등학교혁신문화연구회 단체사진
모든 학교의 혁신동행학교 지정으로 학교들의 관심과 고민이 많아진 것을 느낍니다. 요즘 강의를 하러 가면 끝나고 몇몇 분들이 오셔서(주로 담당자 또는 관련 부장님들) 진지한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더 편리하게 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 자료들을 만들어 제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최근 그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는 주제인 ‘학교의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도 활성화해보려고 합니다. 관리자의 민주성을 강조하면서, 관리자들이 무조건 양보하고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성숙한 학교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학교의 의사결정 구조는 관리자도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 존중하고 상호보완하며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례와 연구 자료가 현저히 부족해서, 관리자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제시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부족한 연구회에 인터뷰 요청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충남 교육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계신 나무학교 선생님들께도 감사와 격려와 응원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모산중학교에서 교무혁신부장을 담당하고 있는 기술 교사 김지상입니다. 충남 중등학교의 학교 혁신 문화를 연구하고 확산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