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수업 도전기
신경훈(천안중앙고등학교 국어교사)
세콰이어 캐피탈은 1975년 초소형 기업이었던 애플에 이미 투자를 했고, 일렉트로닉 아츠(EA), 구글(Google), 유튜브(Youtube) 등 차례로 투자를 했다. 현재의 스타트업의 시초이자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세콰이어 캐피탈에서 캐필털리스트로 활약 중인, 언어의 힘을 믿는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의 다음과 같은 말이 마치 교실 속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투자업무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료와 팩트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침전시킨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 그게 바로 투자자의 본질입니다. 공학박사나 의학박사 따위의 학위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게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콰이어 캐피탈 캐필털리스트 - 마이클 모리츠)
끊임없이 사실적 지식의 주입을 강요받고 창의성 없는 정해진 답들을 토해내는 것에만 몰두한 나의 교과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을 통해서만이라도 정해진 답과 따라야만 하는 과정 없이, 마음껏 자신만의 생각과 활동들을 펼쳐낼 수 있는 그런 배움의 장을 제공하고 싶었다.
3년 전 태안고등학교에서 “도전!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3학년 학생과 여름방학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세콰이어 캐피털사의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진행된 이 수업에서는 ‘도전! K-스타트업’과 ‘스타트업빅뱅’ 프로그램을 기본 포맷으로 모방하여 학생들이 직접 창업 아이템을 내고 제품을 실현하는 것까지 완성해서 PT를 한 후 투자금 유치를 받는 것까지, 대장정의 수업 계획이었다. 자세한 수업 과정은 아래 설명하겠지만 그때 했던 스타트업 수업의 아쉬움을 보완 및 강화해서 이번 스타트업 수업을 진행해나갔다. 그때 아쉬웠던 점은 먼저, 창업 아이템을 스마트폰 어플 개발이라는 다소 협소한 범위로 한정지었다는 것과 시장 분석, 고객 니즈 분석, 수익 모델 분석 등 창업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들을 지식적으로 깊이 이해하기 전에 피상적으로 다른 사업 계획서를 모방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단순히 어플을 만드는 것에만 몰두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를 보완 및 강화하여 창업의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에 중심을 두어 수업을 진행한 결과, 창업의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사실 20차시 방과후 수업 안에서 학생들과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 및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요.)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창업을 하기 위해 시장 및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자료 조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래의 창업 제품 모델은 태안고등학교에서 진행된 방과후 수업 ‘스타트업 태고’에서 학생들의 결과물을 가져온 것이다. 태안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의료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그러한 상황을 고객 니즈로 분석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 서비스를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하여 공익과 사익의 균형적인 수익 모델로 잡았다.
▼의료 인프라 구축과 편리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어플리케이션개발▼
현재 근무지인 천안중앙고등학교 20여명의 2학년 학생들과 함께 방과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 항상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러한 목표를 수업을 디자인한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중요하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표를 크게 잠재적, 명시적으로 구분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명시적 목표와 수업 과정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잠재 능력을 잠재적 목표로 구분함으로써 학생들이 수업 목표에 보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동기 유발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학생부종합전형과 직결되는 생활기록부의 교과 내용 기록들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잘 연결하면 실질적인 동기 부여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따라서 수업 의도를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이 수업이 어떤 가치가 있으며 형식적인 생활기록부 기록이 아닌 활동이 눈에 그려지는 생생한 활동 기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총 20차시로 진행된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 1~2차시의 오리엔테이션과 아이스브레이킹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생소하고 도대체 이 수업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이해시켜야 하며 학생들에게 이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복돋아 줘야 한다. 따라서 스타트업 유튜브 전문채널 ‘EO’에 있는, 스타트업 입문 과정에 해당하는 동기유발 영상을 시청한 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쿠팡’ 등 학생들이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이 스타트업으로 시작된 회사라고 소개한 후, 그 중 당근마켓의 스타트업 사업계획서를 간단히 보여주면서 활동의 친근감을 부여해줬다. 그 후 ‘카카오벤처스의 정신아 대표 파트너의 EO 인터뷰 영상’을 시청하고 스타트업에서 동료들의 협업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나서 카카오벤처스의 동료 PR 방식을 차용해서 학생들과 모둠별 자기소개 과정을 거치면서 협업의 중요성을 알고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했다.
3~4차시로 진행된 ‘스타트업이 뭔데?’ 과정을 통해 ‘데스밸리, TOM, SAM, SOM, 레버리지’ 등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스타트업 기본 용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과 EO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활용하여 집중적인 스타트업 용어 습득 후 ‘BaamBooZle’이라는 게임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학생들의 집중과 흥미를 유발하는 수업을 했다.
5~6차시는 ‘사업계획서 훔쳐보기’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어떤 사업계획서와 PT를 통해 투자금을 받는지에 대한 전체 구조에 대해 강의한 후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의 단계와 전략 등에 대해 함께 학습하였다. 이때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한 후, ‘맥도날드 성공 사례’를 담은 영화 ‘파운더’의 한 장면을 시청하고, 밀크쉐이크가 7배 이상 매출 효과를 내게 된 중요한 요인인 고객 니즈를 분석하여 적용하는 활동을 하였다.
7~8차시는 ‘사업계획서 재구성하여 발표하기’ 활동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라고 하는 건 매우 부담이 된다. 긴 호흡이 아닌 20차시 정도의 수업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의 고민이 가장 컸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실제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업 양상을 조사한 후 ‘내가 만약 쿠팡의 창업자였다면 이렇게 사업계획서를 썼을 것이다’라는 가상의 사업계획서 따라 써보기 활동을 진행했다.(이 과정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로 사용하면서 주제로 선택한 ‘왓챠피디아, 에어비앤비, 엘리스 교육어플, 쿠팡, 머스트잇 명품커머스’ 등의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의 사업 전반적인 양상을 분석할 수 있었고 사업계획서의 틀에 맞춰서 기술하는 법을 습득하였다. 또한 어렵게 느껴졌던 스타트업 용어들을 실제 사업계획서에 녹여내는 모습도 보여줬다.
9~12차시는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가 1~2차시에 이어 굉장히 중요한 활동이기도 하다. ‘제로투원’ 책의 저자인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에 의하면 돈이 되는 사업보다 스타트업에서 더 선행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꾸준히, 그리고 비교적 잘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 선정’이라고 한다.
0에서 1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템의 성격을 가진 스타트업 특성을 이해한 후 아이템 선정을 해야 했다. 우선 학생들은 현재 트렌드가 무엇이며 이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미래의 혁신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2021 트렌드코리아(서울대)’ 책 분석과 ‘DMC리포트’ 사이트에서 현재 트렌드 시장에 대해 분석하는 활동을 가졌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막연한 창업 아이템 선정이 아닌, 보다 준비된 자세로 진정성을 가지고 창업 아이템 분석에 다가설 수 있었다.
13~14차시 수업은 ‘창업 아이템 구체화 작업:DMC리포트 발표’이다. 전 차시에 트렌드를 분석한 후 창업 아이템과 분석한 자료를 재구성하여 발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때 학생들이 마인드맵핑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마인드맵 프로그램: 마인드마이스터)
현재 14차시까지 수업이 진행된 상태이며 15차시부터는 구체화된 창업 아이템으로 모의 사업계획서를 작성 후 피드백, 팀별 PT진행까지의 과정이 남아있다.
▲ 천안중앙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스타트업 수업 (2021,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줌 활동을 주로 하였음)
▲ ‘notion(노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수업 포맷
<참고 문헌>
Sequoia Capital Writhing a Business Plan
EO 스타트업 유튜브 채널
DMC Report
유서경(2021). 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동향 및 시사점 : Trade Focus
신승용(2021). 창업자의 경험 특성이 스타트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한국창업학회지
존 라머, 존 머겐달러 외 1명(2017). 프로젝트 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 지식프레임
늘 부족하지만 욕심이 많아 크고 작은 것들에 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 교사가 됐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아이들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