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평가로 이어지려면: 영어과 수행평가 이야기
강미영(서산 음암중, 영어교사)
“똑똑똑, 선생님, 2021학년도 1학기 평가기준안 제출 기한 안내해 드립니다.” 학기 초에 이 메시지를 받게 되면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올해는 수행평가는 무엇으로 하지?’라는 설레고 걱정되는 마음과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수업이 평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겨울방학에 우리는 어느 정도 수행평가에 대해 깊은 고민과 탐색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주변 선생님들과 함께 의논하는 자리도 갖고 기존의 평가기준안을 살펴보며 보완할 점은 없는지 고민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올해 내가 계획한 중1 영어과 수행평가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배움일지 포트폴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카드 프로젝트’이다.
첫 번째 이야기: 배움일지 포트폴리오
나의 교과인 ‘영어’인 경우, 수업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는 영어를 실제 사용해보고 자신의 학습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교사에게는 학생의 수업이해도를 지속해서 점검해 볼 수 있는 수행평가를 고민하였다. 그래서 여러 해 실행하여 온 것이 ‘배움일지 포트폴리오’이다. 학생들은 배움일지 포트폴리오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수업 시간 종료 5분 전에 기록한다.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이 작성한 내용을 함께 점검하며 개별 피드백을 주며 확인한다.
▲ 배움일지 포트폴리오 구성 및 결과물
이 수행평가를 통해 나는 학생들이 해당 수업에서 어느 부분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오개념이 생겨났는지 알 수 있었고 수업시간내에 간단한 피드백이라도 주려 노력했다. 다음은 수업 시간에 배움일지 포트폴리오를 쓸 때의 장면을 대화로 나타내었다.
학생1: 선생님, 오늘 수업 배움일지 다 썼어요.
나(교사): 00가 쓴 문장을 같이 살펴보자. 오늘 배웠던 Enjoy와 Finish를 문장 속에 거의 실수 없이 썼는데, 이러한 동사가 올 때 동사 뒤 형태는 어떻게 써야 할까?
학생1: ....ing?요?
나(교사): 그렇지! 그럼 I enjoy go to concerts.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학생1: I enjoy going to conerts.요.
나(교사): 그렇지! 그럼 나머지 고쳐서 지금 써보자! 그리고 혹시 오늘 수업중에 이해 안 된 부분은 없었고?
학생1: 네!
나(교사): 그래!! (도장꾹!), 다음 친구 배움일지 가지고 오세요!
하지만 자세하고 피드백이나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학생이 완전한 오개념을 갖고 있을 때, 학습과 관련이 있지만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쉬는 시간 이용이나 다음을 기약하는 때도 있다. 더불어 다음 차시에 보충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 및 수업 구성에 도움이 되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념이해 정도를 파악하고 학습 질문을 선생님에게 개별적으로 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쓰기 귀찮고 학습에 많이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어서 보완 방법을 고민 중이다.
두 번째 이야기: 가치카드 프로젝트
영어는 기능적 성격이 강한 교과이다 보니 특정 역량이나 가치에 기반한 수업 및 수행평가를 실시하기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1학기에 1학년을 대상으로 많은 선생님들과 어울림 역량을 길러 줄 수 있는 융합수업을 함께 하게 되었다. 영어시간에는 ‘학교폭력예방’을 주제로 한 수업을 구성하고 수행평가와 연계하여 실시하였다. 영어과 단독으로는 힘들지만 다교과가 같은 맥락을 갖고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조금 더 깊이 있는 사고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울림 역량 중 의사소통역량과 영어과 역량의 영어의사소통역량 함양을 목표로 잡고 수업을 구성하여 실행하였다.
▲ 가치카드 프로젝트 활동지1
▲ 가치카드 프로젝트 활동지2
▲ 가치카드 프로젝트 결과물
마지막 이야기: 수행평가 ABC?
아직 1학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수행평가의 절반 이상을 해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수업나눔 도구인 ‘수행평가 ABC’를 활용하여 나의 수행평가를 돌아보고자 한다.
이번 수행평가로 만족스러웠던 점은 학생들이 거의 매시간 배운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보고 짧지만 교사와의 소통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점이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학생들 개개인에게 좀 더 의미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없었던 점이다. 다음에 다시 한다면 좀 더 친절하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학생들에게 자주 부여해 줄 방법을 고민 및 보완하여 수행평가를 실행하고 싶다.
두 번째 수행평가에서의 만족스러웠던 점은 어울림 역량 중 ‘의사소통역량’과 영어과 역량인 ‘영어 의사소통역량’을 같이 함양할 수 있는 수업과 평가를 계획 및 실행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역량을 학생들이 얼마나 함양했는지, 학생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확인 기회 및 방법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학생들에게 수업 및 평가활동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주고 나 또한 돌아보며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혹시 저의 고민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직은(?) 교실 속 아이들의 웃음과 배움이 좋은 영어 교사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