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성장교실 이야기 <피드백>
박용배(천안가온중학교 국어교사)
1. 들어가는 말
“내 수업을 듣는 모든 아이들을 100점짜리로 만들겠어.”
당연하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저 문장은 반짝반짝 빛나서 나를 설레게 하지만, 사람이 별을 손에 쥘 수 없듯,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다. (혹시 실현 가능한 분이 있다면 제게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이실직고하자면, 나는 작년까지도 저것이 실현 가능할 줄 알았다. 내 영혼을 열심히 갈아서 아이들에게 주면, 이를테면 40점짜리 수행을 100점짜리로 만들기 위해 60점만큼의 피드백을 주면. 어느 노인이 혼신으로 방망이를 깎았듯, 나는 혼신으로 피드백을 깎는 (자칭) ‘참교사’였고, 그런 나의 모습에 한껏 취해서 의기양양했다.
이처럼 교사의 혼을 갈아서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잔뜩’ 가져다주면 좋은 피드백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40점짜리 학생에게 나머지 60점을 채울 만큼 피드백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독’이 된다. 왜 그럴까? 양(量) 많은 피드백이 독이라면, ‘좋은 피드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모든 교사가 품고 있을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이번 3월 교육과정을 기획하였다.
2. 교육과정 문 열기
올해 성장교실은 매번 ‘지난 교육과정 돌아보기’로 문을 연다. 직전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나의 좌충우돌 실천담을 짤막하게 공유하는 시간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성장교실은 자칫 분절적으로 느껴지기 쉬우므로, 지난 교육과정의 실천 혹은 반성담을 공유하는 시간을 활용하면 일 년간의 교육과정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엮을 수 있다. 2월 교육과정에서 저마다의 평가계획을 수립했었기에, 이번 시간에는 선생님들의 평가계획이 어떻게 구체화되어가는지, 혹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계획을 수정했다면 수정 방향은 어떠한지를 진솔하게 터놓았다.
▲ 지난 교육과정 돌아보기
다음은 성장교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 이번 아이스 브레이킹에는 ‘나의 나무’를 정하고, 이를 소개하는 활동이 이루어졌다. 선생님들은 자신의 수업 목표나 삶의 방향, 교사로서의 소명 등을 떠올리며 저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각양각색의 나무 중에서도 김영수 선생님의
‘메타세쿼이아 ; 한 그루보다는 여러 그루가 함께했을 때 멋진 길을 만드는 모습이 학교의 선생님들을 연상시킵니다. 메타세쿼이아처럼 함께 하고 싶고, 믿고 보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가 기억에 남는다.
▲ 나의 나무 정하기
3. 교육과정 톺아보기
3월 성장교실의 이론적 기반이 되어준 책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 중심 피드백(김선, 반재천 공저)』이다. 성장교실 운영팀은 사전에 책에서 피드백의 목적, 역할, 기능을 발췌하여 자료를 만들었고, 성장교실 선생님들이 그 자료를 함께 읽는 것에서 본 교육과정의 본론이 시작되었다. 독서 후에는 홍보라 선생님이 실제 피드백 실패담을 터놓으면서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으며, 함께 피드백의 목적, 역할, 기능 등을 정리하면서 피드백 실패의 원인을 찾아갔다.
▲ 피드백의 목적, 역할, 기능 알아보기
이어서 최은정 선생님이 준비한 ‘피드백 실습하기’는 피드백이 필요한 여러 상황을 제시하고, 각 경우마다 어떤 피드백을 제시할 것인가 서로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다.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한 학생에게 해줄 피드백’, ‘수학 쪽지 시험 문항 10개 중에서 2개밖에 해결하지 못한 학생에게 해줄 피드백’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이 펼쳐졌다. 이때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해본 후, 책의 이론을 바탕으로 피드백의 방향과 방법을 살펴보고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았다.
▲ 사례를 통한 피드백 실습
본 교육과정의 이론적 토대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 중심 피드백>에 있기에,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는 시간도 마련하였다. 박용배 선생님의 친절하고 세심한 명강의(하하)로 서적의 내용을 톺아보며 피드백 이론 공부를 이어갔다. 우리의 지향점은 결국 ‘조언적 피드백’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9가지 방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40점짜리 학생에게 남은 60점만큼의 피드백을 쏟아붓는 것은, ‘학생이 지금까지 한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많아지므로 학생에게 독이 되는 피드백이다. 피드백을 할 땐 학생의 수행 단계를 세분화하여, 최종 단계가 아니라 학생의 바로 다음 단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편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의 실천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선생님들께 더 큰 울림을 줄 것이다. 문진아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학생과 나누었던 피드백 내용을 실제 대화로 구성하여 제공해 주었고, K-W-L 차트를 활용한 피드백 사례 등을 나누어 주었다. 또한 정다정 선생님은 수행평가에서의 피드백, 수업 개선을 위한 피드백의 사례를 공유하고, 실제 수업에서 활용했던 ‘라벨지 활용 형성평가’를 선생님들과 함께 실습해 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선생님들은 피드백의 다양한 유형을 몸소 익힐 수 있었다.
▲ 피드백 사례 나눔
성장 교실 교육과정의 핵심은 결국 ‘오늘 배운 내용을 내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란 질문으로 완성된다. 3월 성장 교실의 마지막은 7기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업, 평가 계획을 가져와서 어떤 피드백을 실천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공유하는 단계였다. 또한 선생님들이 수업 현장에서 해소하지 못했던 고민을 풀어놓고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본 ‘피드백’ 교육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4. 나오는 말
교사의 어려움은 어떠한 상황에도 ‘만점짜리 답안’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될 것이다. 친절한 전문가가 나타나서 수업, 평가, 피드백에 대한 해답을 내 손에 쥐어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다만 해답은 없을지라도, 지금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갈 수는 있다. 40점짜리 수행을 100점으로 만들자며 학생에게 온갖 정보를 쏟아내던 내 방식은, 이번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학생과 교사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고민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나무 학교가 필요한 이유이자, 우리가 성장 교실에서 만나는 이유일 것이다.
천안 소재의 중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