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성장교실 이야기
조나경(부석고등학교 국어교사)
1. “학생마다 다른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수업 설계란?”
올해로 4년 차가 된 저는 학교를 옮겼습니다. 학교를 옮겼다고 해서 아이들이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 학교의 아이들은 기존 학교의 아이들보다 ‘무력감’이 강했습니다. 3월 나무학교 성장교실 첫 모임에서 우리가 1년간 다룰 주제 중 ‘학생의 동기’를 초점으로 한 주제가 제시되었을 때, ‘아! 저거다.’ 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동기’에 대한 한마음 한뜻의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가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교실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동기를 어떻게 다 충족하지? 지나친 이상주의적 사고가 아니었을까?’ 첫 모임을 하기 전까지 가슴 속에 돌덩이가 얹혀있는 기분이었습니다.
2. 첫 ZOOM 회의- 집단 지성으로 방향을 잡다. ; ‘개별화 수업’으로!
4월 13일 첫 회의를 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천안, 아산, 서산에 계시다 보니 평일 저녁에 대면으로 만나기엔 어려움이 있어 줌으로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전 과제로 우리의 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도서가 무엇일지 생각해오기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첫 회의에 저희 모둠의 퍼실리테이터이신 인지중학교 김정민 선생님께서 함께하셨습니다.
선생님들과 모둠 주제인 ‘학생마다 다른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수업 설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니 모든 선생님께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동기’라는 정의적 영역에 초점을 두다 보면 막연함이 커지기 때문에 개개인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수업 방법’에 초점을 두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다면 수업 방법으로는 어떤 것을 설정해야 할지로 회의를 진행해갔습니다. 이때 정민샘께서 교육칼럼과 애니메이션 영상을 공유해주셨는데요. 교육칼럼은 홍완기 선생님의 “우리 안의 개별화수업”이었고, 영상은 다니엘 마티네즈 라라&라파 카노 멘데스 감독의 “Alike” 였습니다.
두 자료를 보면서 학생에 맞게 교육을 제공한다면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화수업’과 ‘동기’의 상관관계를 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의의 끝자락에 『교실현장에서 가져온 개별화수업 1 : 실천편』을 읽고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3. 책을 읽고 나서도….
4월 성장교실을 하는 날, 앞서 말한 책을 읽어 오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책을 읽어도 개별화수업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개별화수업은 학생별로 진행하는 수업이라고 생각되었고, 개별화수업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도 막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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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성장교실이 끝나고 난 후, 다음 회의도 비대면으로 만났습니다. 이때는 선생님들 각자가 개별화수업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성장교실 선생님들, 퍼실리테이터 선생님들께서 각자의 수업에서 진행해볼 개별화수업 계획을 고안해서 오셨는데요. 저는 이때까지도 개별화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적절한 수업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ㅠㅠ
4. 대면 회의를 통해 방향을 잡다!
비대면 회의의 한계를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6월에 대면 회의를 통해 7월 교육과정의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7월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니 막막했던 교육과정 운영의 길이 보였습니다. 묵은 체증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7월 11일 모임 사진
그리고서 7월 초에 줌으로 세부적인 방향을 한 번 더 이야기하였고, 7월 11일에 각자 분담한 과제를 피드백하는 대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과정과 결과물은 ‘노션’을 활용해서 공유했습니다. 성장교실을 운영하실 때, 노션을 활용하면 조금 더 원활한 자료 공유를 할 수 있습니다.(저희 교육과정 노션 링크를 QR코드로 실어두겠습니다. 여기에 발표 자료, 준비과정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7월 교육과정이 있는 주 평일에 한 번 더 모여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5. 드디어 7월 성장교실의 날이 찾아오다!
▲개별화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
성장교실의 시작은 개별화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출석하실 때, 허니컴보드를 드리고 개별화수업에 대한 생각이나 궁금한 점 등을 적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이후 그 내용이 유사한 것끼리 유목화하였고, ‘개별화수업’에 관한 이론을 소개하기 전에 허니컴보드의 내용을 짚어보았습니다. 이어 이론 소개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남겨주신 생각과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개별화 수업은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개인별 수업'과 '다양한 학생들의 강점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여러 수업 전략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수업'이 있음을 안내했습니다. 저희 모둠의 '개별화 수업'은 후자의 의미로, 모든 학생에게 학습 목표는 동일하게 유지한 채로 내용, 과정, 학습 결과물 그리고 학습 환경을 개별화하는 것이며, 교육과정 목표를 수정·적용하는 개인별 수업과는 구분된다고 말씀드리고 시작하였습니다.
▲누리샘의 수업 사례 나눔
▲나경샘의 수업 사례 나눔
이어 누리샘과 제가 실천한 개별화 수업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누리샘께서는 <'흥미에 따른 주제 도서'와 '학습 결과물' 중심의 개별화 수업 사례>를 주제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학습자의 '흥미'에 따라 주제 도서를 달리하고, 학습 양식에 따라 표현물을 달리한 개별화수업 사례였습니다. 수업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누리샘께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난이도, 주제, 형식 등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개인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하여 책을 선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 양식을 반영하여 스스로 표현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만화, 노래 가사, 소책자, 포스터, 환경신문, 글, 카드 뉴스, 영상 등의 다양한 결과물이 산출되었습니다. 이후 해당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나누고, 수업 성찰과 고민되는 지점을 나눴습니다.
저는 <'학습 준비도'에 따른 '학습 내용'의 개별화 수업 사례>를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음운변동에 관한 학습 목표를 동일하게 배우되, 학습 내용에 해당하는 학습지를 개별화하는 수업으로, 학습 준비도에 따라 학습지의 수준을 달리했습니다. 수업을 계획하고 망했던 과정, 이후 어떻게 해결책을 모색하였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즐겨 듣는 가요 두 곡에서 ①음운변동의 유무 파악하기, ②지정한 단어에서 어떤 음운변동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③노래 안에서 어떤 음운변동이 일어나는지를 직접 찾기. 이렇게 3가지 수준의 학습지를 준비했습니다. 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수업 성찰을 나누었고, 보완되면 좋을 부분을 나누었습니다.
수업 사례 발표 이후, 점심 식사 전 학습 양식의 개별화를 위한 다중지능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오후 활동에서는 퍼실리테이터이신 경훈샘께서 카훗을 활용한 개별화수업 사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카훗은 참여도가 높으며, 누적된 결과를 포트폴리오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화수업에 활용하면 좋은 도구였습니다. ‘나무학교’에 관한 카훗 퀴즈를 직접 풀어보며 카훗의 매력에 빠져보기도 했습니다.
▲경훈샘의 수업 사례 나눔
▲희정샘의 수업 사례 나눔
강점 지능에 따른 학습 양식의 개별화를 진행하기 앞서 누리샘께서 다중지능 이론이 무엇인지 안내하셨습니다. 그리고 희정샘께서 영인중학교 학생들의 ‘강점 지능에 따른 우리 학교 소개하기’ 사례를 나눠주셨습니다. 학생들의 강점 지능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학교 소개 산출물이 나왔는데요. ‘홍보 글쓰기, 구글 시트를 활용한 설문 결과, 보드게임 만들기, 선생님 인터뷰 영상 제작 등 8가지 강점 지능을 살린 결과물을 나누는 과정에서 학생들마다의 강점 지능을 활용하여 개별화수업을 진행하는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체·운동지능 모둠 활동 사진
▲언어지능 모둠 활동 사진
오전에 진행한 다중지능 검사 결과에 따라 선생님들을 ‘언어 지능1·2, 논리·수학 지능, 신체·운동 지능’ 모둠으로 분류해드렸고, 해당 강점 지능에 따라 ‘나무 학교 홍보하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혹시나 막연하다고 느끼실까 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우수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역시 우리 샘들!bb) 언어 지능 모둠에서는 ‘나무학교를 통해 성장하는 동화’, ‘나무 학교의 장점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주셨고, 논리·수학 지능 모둠에서는 ‘나무 학교 MBTI’를 제작해주셨습니다. ‘신체·운동 지능’ 모둠에서는 ‘몸으로 표현하는 나무학교 카훗’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도 강점 지능에 따라 학습 양식을 다양화한다면 생기를 잃어버린 학생들도 학습 동기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성장교실 교육과정을 마치며
개별화수업은 지금까지 나무학교 성장교실에서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주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글이 좀 길어졌네요.
개별화수업을 실천해보고,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아보면서 개별화수업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만 개별화하여도 아이들은 기존 수업과의 차이를 느끼고, 학습 동기를 느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장교실을 준비하는 과정은 제게 고뇌와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한없이 많구나, 나는 왜 이것밖에 생각나는 게 없지?’ 등의 고뇌와 성찰은 저를 매우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힘을 모아 ‘개별화수업’을 공부하고, 방향을 찾아가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 정말 소중했고, 감사했습니다. (7월 교육과정 팀 사랑해요.)
‘성장교실’은 성장통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통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이 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장 교실에서 많은 선생님들과 성장통을 나누고 싶습니다.
▲7월 성장교실 팀
<참고 문헌>
게일 H. 그레고리 외 1인, 조영남 외 2인 역(2014).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수업전략』, 학지사.
캐롤 앤 톰인슨, 홍완기 역(2019). 『교실현장에서 가져온 개별화수업-실천편』, 한국뇌기반교육연구소.
홍완기(2020). 「우리 안의 개별화 수업[Differntiated Instruction], 서울교육 2020 여름호(239호).
Daniel Martínez Lara & Rafa Cano Méndez(2017). “Alike’, CGI Animated Short Film HD.
조나경(부석고등학교 국어교사)
매해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 중인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