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소리 읽기
home
교과별 수업 및 평가
🌉

9월 성장교실 이야기-내가 꿈에 그리던 수업은 무엇일까?

내가 꿈에 그리던 수업은 무엇일까?

- 배움 중심 수업이 길이다 -

서덕원(고덕중학교 역사/사회교사)

1. 아이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은 무엇인가?

남자 중학교에서만 신규 교사로 9년을 재직하며 뼈와 목소리가 굵어지다 2017년 시골 학교로 와 전 학년을 가르치며 고인 물이 되었다. 스스로 달변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도 곧잘 했고, 수업 중 아이들의 눈이 풀릴 때쯤 재미있는 활동을 투입해서 모두가 졸지 않는 수업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내가 꿈에 그리던 수업이었을까? 매년 역량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 수업이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내 안에 갇혀 수업의 본질과 맛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배어 나왔다. 친구의 권유와 협박에 싫은 듯 싫지 않은 듯 나무학교에 들어섰다. 아마 친구의 권유가 없었다면 난 매년 틀에 박힌 활동 중심 수업을 하지 않았을까.
수업에 목말랐던 수영쌤, 경아쌤, 채희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했고, 이는 곧 배움 중심 수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 그러면 배움 중심 수업은 무엇일까? 대답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최종 답을 찾기 위해 몇 달 동안 무던히 연구하고 고민했다.

2. 우리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배움 중심 수업을 하라고요??

그동안 ‘나무학교’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어봤고 어떤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잘 몰랐었다. 나무학교에 오면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모둠별 주제를 정한 후 그 주제에 대해 나무학교 선생님들에게 수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망했다’라는 생각이 메아리처럼 퍼졌다. 배움 중심 수업이라는 주제도 막연하게만 알았기에 이번 기회에 잘 알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게 경아쌤, 수영쌤, 채희쌤과 배움 중심 수업팀이 되었다. 경아쌤은 이런 내 속도 모르고 ‘덕원쌤이 딱 팀장감이야’라며 날 낭떠러지로 밀었고, 결국 리더십은 1도 없는 내가 배움 중심 수업 팀장이 되었다. 이제 뒤로 뺄 수도 없었다.
먼저 배움 중심 수업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과정 문해력』이라는 책을 읽은 후, 선생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활동 중심의 수업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두가 즐거운 학생 참여형 수업 싹쓰리』라는 책을 선정해 탐독했다. 우리 팀원들은 서로 먼 지역에 살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만날 때마다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회의하고 결정했다.
『교육과정 문해력』을 읽으며 배움 중심 수업에 대한 오개념이 있었음을 깨우쳤다. 배움 중심 수업은 학생 활동 중심 수업도 아니었고, 지식을 경시하는 수업도 아니었다. 배움 중심 수업은 ‘삶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이란다. 그러면 역량은 무엇일까? 자발적 배움은 어떻게 불러일으켜야 하는가? 학생들 스스로 배움이 일어나게 하려면 교사와 학생이 소통해야 하고, 교사는 이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휘자이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취기준에 대한 자기 생각과 삶에 활용 가능한 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배움 중심 수업에서 그리는 학생을 우리가 도출해낼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부딪쳐봤다. 9월 성장교실 수업 전 우리는 모든 것을 수업에 투입했다. 우선 래포 형성을 위한 모둠 짜기, 팀빌딩 게임, 그리고 핵심 질문 만들기, 역량에 걸맞은 수업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두려움 반, 설렘 반을 안고 9월 배움 중심 수업 성장교실을 무사히 끝냈다. 끝나면 성공한 것이니까!

3. 924, 배움 중심 수업으로 영혼을 불태우다!

▲ 배움팀 책자 및 일정
▲ 배움 중심 수업의 정의와 수업 철학
▲ ‘배움 중심 수업’하면 떠오르는 것은?
▲ 배움 중심 수업의 관점
우리는 지독하게 콘셉트를 잡는 팀이었다. 모두 상의는 하양, 하의는 블랙으로 ‘모나미룩’을 맞춰 입고 수업을 이끌었다. 준비한 것만큼 선생님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으셔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준비해온 바를 펼치는 무대인 만큼 혼을 태웠다. 오전에는 배움 중심 수업에 대한 이론 수업을 준비했다. 배움 중심 수업의 정의, 수업 철학, 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질문의 조건과 배움 계단 수업모형까지 제시했다. 일방적 강의에 대한 집중력은 보통 20분을 넘기지 않기에 속사포로 설명하고, 선생님들과 핵심 질문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교과별로 만들어 본 핵심 질문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우리 팀 선생님들의 수업 사례를 제시하였다. 배움 탐구와 배움 표현, 배움 활용을 포함한 3차시 기본의 수업모형을 제시한 후, 나무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직접 핵심 질문과 배움 포인트를 작성해보며 오전 활동을 유의미하게 마쳤다.
▲ 수업 사례 발표 (경아쌤)
▲ 핵심 질문 및 배움 포인트 만들기
▲ 배움 계단 수업 지도안 (예시)
점심 후, 퍼실 진권쌤과 상배쌤이 신박한 무인도 게임으로 모둠 짜는 방법을 제시하고, 오후 활동을 위한 새로운 모둠을 짰다. 곧바로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팀빌딩 게임을 투입했다. 간단히 풍선을 통통 치는 몸 풀기 게임부터 ① 물병 던지기 ② 디비디비딥 ③ 손가락 도장 찍기 릴레이 게임으로 모둠별 승패를 가렸다.
▲ 무인도 게임으로 조 짜기, 팀빌딩 게임
상기된 분위기를 이어받아 학생들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한 수업 방법으로 ① 비주얼 씽킹 ② 모둠 전지 토론을 제시하였다. 우리 팀도 점심 후 긴장이 풀려서인지 날개 돋친 듯 날아올랐다.
▲ 비주얼씽킹 안내 (수영쌤)
▲ 모둠 전지 토론 안내 (서덕원)
(1) 비주얼 씽킹
수업 방법으로 비주얼 씽킹을 제시한 이유는 모든 교과에 적용이 가능하고, 복잡한 정보를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배움 중심 수업에서는 역량에 앞서 성취기준의 구성 요소인 지식과 기능을 탐구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지식과 기능 탐구를 위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주얼 씽킹이 최적이었다. 비주얼 씽킹의 다양한 수업 사례와 평가 방법, 비주얼 씽킹 수업의 성공 요인 등을 안내하였다. 그 후 선생님들께서는 직접 학교의 구성원들을 주제로 핑거맵, 나의 월급의 쓰임새를 주제로 서클맵, 방학 중 나와 학기 중 나를 비교하는 더블버블맵, 학교의 일과시간을 주제로 플로우맵, 교사로서 행복의 조건을 주제로 트리맵 등을 열심히 제작해 보셨다. 모두 최고의 학생이었다.
▲ 비주얼 씽킹 / 갤러리워크
(2) 모둠 전지 토론
배움 중심 수업에서는 학생 간, 학생과 교사 간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친구 및 교사와 대화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서로의 배움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비계가 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업 방법으로 우리 배움팀은 모둠 전지 토론을 생각했다. 모둠 전지 토론은 논제를 계속 인식하며 토론할 수 있기에 토론의 전체 흐름과 논증 과정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고, 의견의 보완 및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토론에 제격이었다. 모둠 토론 전지를 접는 법을 안내하고,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모둠 토론을 수행해 보았다.
▲ 모둠 전지 토론
끝으로 선생님들과 함께 하루 일정을 돌아보며 ‘오늘의 나’를 주제로 뇌구조 비주얼 씽킹을 그리며 소감을 나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4. 끝났는데 새로 시작하는 이 느낌은 뭘까?

학년말에 당연하게 오던 권태가 사라졌다. 올 한 해 내가 제일 잘한 일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무학교 성장교실에 참가한 것이다. 덕분에 나와 같이 수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는 안도감과 한 달에 한 번 만남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교육학 관련 책도 많이 읽으며 갈팡질팡하던 내 교육 철학을 붙잡을 수 있었다. 교육에는 트렌드가 없고, 수업의 본질은 학생의 배움이라는 것.
수행 평가가 고민이라면, 모두가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면, 아이들이 수업이 끝난 후 삶과 이어져 성장하길 바란다면, 내가 내 수업에 만족하고 싶다면, 오랜 기간 지치지 않고 발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배움 중심 수업으로 우선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이곳.
▲ 배움 중심 수업팀
<참고 문헌>
유영식(2018), 교육과정 문해력, 테크빌교육.
우치갑 외 22인(2021), 모두가 즐거운 학생 참여형 수업 싹쓰리, 디자인봄.
배움팀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김경아, 정채희, 이수영, 김진권, 서덕원
교사 서덕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