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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고등학교 교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수행평가, 고등학교 교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온양용화중학교 국어교사 양철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행평가. 수행평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과 교무실 속에서 수행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선생님들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교사의 입장에서 수행평가를 바라보지만, ‘위치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이 다르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수행평가가 수행평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숲소리 3호에서는 수행평가에 대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인터뷰했다. 숲소리 4호에서는 수행평가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참여하는 선생님 모두 지난 3호에 실린 글 ‘수행평가, 중학생 시선으로 바라보기’라는 글을 읽고 만나기로 했다. 하나씩, 하나씩 생각을 수렴해나가면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균형 잡힌 관점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도 함께 가지면서 말이다. 수행평가, 고등학생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사회자: 첫 번째 질문입니다. 선생님들 학생들의 수행평가 관련 인터뷰 글을 읽으셨는데 혹시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김초롱: 저는 이제 수행평가와 관련한 인터뷰 제안을 받고 뭐부터 이야기를 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해봤었는데, 제가 고민하고 생각했었던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 학생들의 대답에서 이미 나왔었다는 게 좀 놀랍더라고요.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하면서 교사 자신도 느끼고 있었던 보완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부분들을 아이들도 느끼고 있었구나, 선생님이 수행평가를 시켜서 그냥 따라오는 존재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는 수행평가에 대해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좀 놀랐었어요. 애들의 수준이 되게 높고 우리가 더 노력을 해야 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행평가에 대해 느끼는 문제들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잘 해결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더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이정윤: 저도 똑같은데요. 보통 수행평가를 하면 평가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학생 입장은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수행평가의 문제점과 장점 등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수행평가에서 일어나는 배움에 대해서는 조금 간과하고 그냥 평가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유재헌: 저는 선생님이 됐을 때부터 항상 느끼는 건데, 저희가 공무원이잖아요. 그래서 선생님이 요구 받는 능력치를 게임 캐릭터로 표현하면, 어딘가 하나의 강점이 있는, 특색 있는 것을 요구 받는 것이 아니라, 꽉 찬 육각형(모든 능력치가 좋은 만능형 캐릭터)이 되게끔 항상 요구를 받는 것 같아요. 수행평가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항상 수행평가의 다양한 기준들을 다 맞춰야 된다는 강박 때문에 내가 정작 하고자 하는 특색 있는 수행평가를 하기가 두려워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특색 있는 수행평가도 당연히 최소한의 그런 기준치, 예를 들어 객관성이나 타당성 같은 것들이 갖춰져야 하는 거예요. 그 기준을 갖춘 후에 특색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 학생들이 괜찮다고 느끼는 거죠.
유재헌: 공감됐던 부분은 수행평가를 고민하지 않고, 너무 유치한 것들을 제시하는 것을 학생들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저도 학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우리 수준을 이 정도로만 바라보고 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되게 기분이 나빴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랬었던 기억을 까먹고선 제가 수행평가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그래, 내가 이거 하나 좀 뾰족하게 특색 있게 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또 하려다가도 또 이런 글(학생 인터뷰 글)을 읽어보면 좀 정신을 좀 차리게 되는 것 같아요.
사회자: 특색 있는 수행평가를 위해서 모든 요소를 갖추기는 힘든데 그래도 최소한의 어떤 객관적인 기준은 갖춰야 아이들한테 의미 있게 제시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이진영: 저는 제가 생각했던 거랑 아이들도 매우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제가 수행평가를 계획할 때도 이러한 점들을 나름 고려해서 짰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기 어떤 아이가 음악, 미술(수행평가)까지도 진로와 극단적으로 연결돼서 힘들었다고 하는 애들이 있었어요. 저는 일부러 학종도 그렇고 생기부를 채워주려고 이렇게 한 적이 있거든요. 이렇게 제 생각과 상반된 의견들이 있어서 다음 수행평가를 좀 더 고민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은 음악, 미술까지도 진로랑 연계된 수행평가를 원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회자: 음악이나 미술 수행평가에서 진로와 관련해서 생기부를 써줬는데 그것을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했다는 말씀이세요.
이진영: 아니요, 여기 여기 답변에 보면은 '중학교 때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더 많은 경험치를 부여하는 수행평가가 많았지만, 고등학교 수행평가에서는 진로와 연계를 해야하는 수행평가가 많은데, 진로와 연계를 해야 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의 시야를 더 좁게 한다'라는 답변들이 있어서, 저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이런 학생들에게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학생의 답변을 보니, 학생들이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학생들도 좋은 수행평가에 대해 꽤 깊이 생각하고 있다
사회자: 아이들의 생각이 굉장히 다양하네요. 지금까지는 주로 공감되었던 부분을 말씀해주셨는데, 방금 이진영 선생님처럼 여기에서 학생들이 제시한 의견과 나의 생각이 많이 달랐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김초롱: 저는 방금 이진영 선생님 말씀하셨던 부분에 대해서도 좀 평상시에 많이 고민을 하는 편이에요. 저도 작년까지는 고등학교에만 근무를 했기 때문에 생기부에 진로랑 연관된 것들을 많이 기록을 해줬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평가에 대한 연수를 들었을 때 음악 기록에는 이 아이의 음악적 역량이 얼만큼 되는지가 기록이 되어야 하는데 다 진로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시더라고요. 음악 시간에도 진로를 하고 있고 수학 시간에도 진로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 학생이 얘기했던 거에 공감이 되었어요.
김초롱: 하지만, 학생들이 흥미를 느꼈었던 그런 수행평가의 활동을 이야기한 것을 보면 주로 실험이나 신체적인 활동이 많았던 수행평가를 말해요. 그래서 본인의 몸으로 어떤 활동을 했을 때 많이 뭔가가 남아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를 한 내용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담당 과목이 역사인데, 역사는 사실 신체적인 활동보다는 사고 활동이 굉장히 중요한 교과목이에요. 아이들이 딱히 화려한 모둠 활동이나 아니면 신체적인 활동이나 실험 등을 하지 않아도 그냥 사료만 하나 주고 짝꿍이랑 같이 읽어보고 살펴보고 생각해 보고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역사적인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꼭 과한 활동 등이 들어가야만 의미 있는 수행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글에서도 보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고 하는 수행평가를 굉장히 지루하다고 아이들이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우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교과서로 수업을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과서는 그 교과의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그 내용을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수행평가에 대한 인식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도 우리가 같이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체적인 활동, 실험과 같은 것만을 추구하기보다 그 교과에 맞는 방법으로 하는 수행평가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역사는 역사, 수학이면 수학, 내 진로와 관련이 없어도 세계 지리도 이렇게 하면 재미있구나, 세계 지리는 이런 과목이구나, 이런 것들을 깨달을만한 수행평가들이 많이 기획이 되고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수행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경험, 또 그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글에 대해서 논의해봤는데요, 이번에는 선생님들의 경험을 여쭤볼게요. 선생님들이 이제 경험했던 수행평가 중에 인상적이었던 수행평가, 기억에 남는 수행평가가 있으신가요? 선생님이 하셨던 것도 좋고, 다른 선생님이 하는 것을 지켜봤던 것도 좋습니다.
유재헌: 저희가 수행평가 시즌에 맞춰서 교사들끼리 수업 공개를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을 때 음악 선생님이 수업을 해 주신 걸 봤었는데요. 뮤지컬을 직접 가사랑 음율에 맞춰서 자신들이 제작하고 그것을 마지막에 발표하는 과정을 수업하셨었거든요. 물론 모든 애들이 다 가창력이 뛰어나고 막 이렇게 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음악에 맞춰서 내가 가사를 직접 만들어내고, 그러고 나서 이제 같은 모둠끼리 협력도 하고, 쇼맨십이 있는 친구들은 되게 즐겁게 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이렇게 하는 모습들이 1학년 2학년 3학년 이렇게 반복돼 나가면은 이게 하나의 문화가 되고, 아이들에게 문화적인 역량을 길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 좀 부럽기도 했어요. 애들이 좀 즐거워 보였거든요. 물론 교과의 특성이 있지만, 제가 보여주는 제 수행평가의 모습(수학 교과)에서는 애들이 조금 위축되어 있고 지식적인 것들을 많이 다뤄야 하는데, 음악 수행평가에서는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을 보니까 밝고 따뜻해 보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김초롱: 제가 업성고에 있을 때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담당할 때 영어 선생님이랑 미술 선생님이 같이 이렇게 융합을 해서 수행평가를 했었어요. 영어 시간의 주제는 ‘학교 환경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쾌적하고 좀 의미 있게 구성을 할 수가 있을까?’였어요. 쓰레기통이 필요한 곳에는 쓰레기통을 놔주고 사물함 같은 것도 보완을 해주는 것 같이, 그런 어떤 학교의 어떤 환경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개선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를 찾는 건데 영어 시간에는 학교 환경에 대한 문제를 찾고 개선 방안을 찾는 과정을 다 영어 작문으로 썼어요. 그리고 미술 시간에는 그 내용대로 교실이나 학교 주변을 꾸미는 그런 수행평가였어요.
김초롱: 물론 평가는 영어 따로 미술 따로 이렇게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영어 시간에 했었던 그런 어떤 프로젝트 같은 활동이 미술 시간에도 이렇게 연계가 되어서 본인들이 직접 학교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좀 체험하는 그런 수행평가였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서로 영어로 대화를 나누거나, 아니면 그걸 영어로 작문을 하거나 하는 과정에서도 영어적인 능력을 키우는 수행평가였고, 미술적인 측면에서도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수행평가였던 것 같아서, 저는 매우 의미가 있고 좋았다고 생각을 해요.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너무 많은 수행평가가 겹쳐서 과부하가 된다, 6월이랑 11월만 되면 수행평가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교과가 서로 연계된 수행평가를 진행해보면 그런 부분에서 개선이 많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회자: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아이들이 재미있고 진짜 실질적인 수행평가였던 것 같아요.
이정윤: 제 수행평가는 아니지만 같이 근무하던 과학 선생님의 보고서 쓰기 수행평가였는데 정말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아이들에게 시키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나중에 생기부 기록까지 체계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인상 깊었던 적이 있고요.
이정윤: 최근에는 숲소리 지난 호에 글 쓰신 선생님, 이번에 온양여고 가신 프로젝트 수업 많이 하시는 선생님, 박준일 선생님이 어떤 프로젝트 수업을 하신 것 같은데, 그런데 그게 아마 수행평가랑 관련이 있던 것 같아요. 제가 온양여고에서 작년까지 근무하다 와서 가끔 온양여고의 소식을 듣는데, 아이들이 그 수업을 많이 활용하나봐요. 특히 고3 같은 경우에 자기소개서 쓸 때 학생들이 좋은 소재로 활용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잘 된 수행평가나 잘 된 프로젝트는 생기부 기록도 그렇고 나중에 아이들 자기소개서 쓸 때까지도 아이들한테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고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올해 고3을 지도해 보니까, 아이들이 자기소개서 쓸 때 가치 있었던 수행평가는 소재로 쓰기에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자기소개서가 또 조만간 또 사라질 예정이라서 그거는 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이진영: 저는 올해 제 수행평가를 얘기해 드리자면 제가 오늘 나무학교 성장 교실에서 교사교육과정, 교육과정재구성 팀에 들어가서 발표를 했었어요. 그래서 교육과정재구성을 꼭 학교에서 해보려고 해서 국어랑 융합 수업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국어 시간에는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를 배우고 나서, 쉽게 쓰여진 시를 자신의 학업이나 진로나 관련된 내용으로 다시 쓰는 것이었어요. 특정한 시어를 써야 한다는 것과 같은, 선생님이 제시한 조건을 반영해서요. 미술 시간에는 윤동주와 관련된 한국 근현대 미술 이론을 설명해 주고, 2021년 5월 쯤에 있었던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라는 전시회에 대해 설명해 줬어요. 이렇게 미술가랑 문학가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상이랑 구보 등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해 주면서 문학과 그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래서 너희들이 그 쓰는 시를 바탕으로 시화를 그릴 거라고 학기 초부터 계속 말해 줬었고, 중간에 관련된 이론도 다 배우고 나서 자신의 시화를 그렸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11월에 원래 시낭송 대회도 하는데, 그래서 대회에서 자신이 창작한 시를 발표를 해도 되고, 기존에 있는 시를 발표해도 되고요. 그래서 그렇게 국어시간에 시를 쓰고 미술 시간에 시화를 그리고 낭송하기까지로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회자: 저는 들으면서 느껴지는 것이, 이제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인상적인 수행평가의 특징이 아이들의 삶과 연관이 되거나, 교육과정의 다른 영역, 다른 교과와도 연결이 되고, 학교의 문화와도 연결이 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행평가를 '좋다', '나쁘다' 같이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수행평가는 되게 다른 영역에까지 파급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수행평가는 교과 지식이나 이론도 담고 아이들의 어떤 진짜 수행도 담고, 삶에 적용하는 부분도 있고, 또 다른 영역들이랑 연결이 잘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신 게 사실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그런 수행평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삶과의 연결, 성취기준 간의 연결, 교과와 교과의 연결
사회자: 주제를 조금 바꿔서, 이번에는 수행평가가 학교에서 이제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부분도 사실 분명히 있잖아요. 이제 수행평가를 이렇게 의미 있게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또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 인터뷰 글에서도 학생들이 지적을 해주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런 부분을 학생들의 지적만 받고, 그래도 수용하면서 결론을 내려버리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선생님들의 의견을 조금 더 듣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한 의도가 크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학교에서 수행평가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부분,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조금 영역이 다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의 소통 문화와 연결될 수도 있고요, 교과 교사 간의 협의 관련된 걸 수도 있고, 평가 문항 개발하는 과정, 학생한테 주는 피드백, 평가 기준의 어떤 수립과 안내, 그리고 이걸 둘러싼 각종 규정, 학교 업무 구조, 문화, 구조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다양한 영역을 생각해보시면서, 수행평가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이고, 그게 왜 그런지도 한번 같이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말씀 드리고 보니, 질문이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정윤: 몇 가지 생각했던 걸 말씀드리면, 저는 학년초, 학기초에 평가 계획을 제출하잖아요. 그런데 물론 그때 평가 계획에 수행평가가 들어가는 게 맞긴 맞는데, 학기 초에 쓰다 보니까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예를 들면, 요즘에 고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고교 학점제 같은 것도 많이 하면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게 돼요. 새 학년이 시작됐을 때, 어떤 과목을 맡게 될지 모르고 또 어떤 선생님이랑 같이 맡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행평가를 미리 계획하고 학기초에 내야 하는 게 조금 조급하고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학기 중에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이랑 대화를 해보고, 아이들이 원하는 걸 반영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촉박하게 정해놓은 틀에 맞춰 수행평가를 계획하고, 그걸 진행하려니까 좀 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그걸 바꿔도 되게, 아니면 좀 달라져도 되게끔 뭔가 규제가 허용이 된다면 좋을 것 같은데, 학기초에 정한 것 외에 다른 걸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정윤: 그리고 또 지금 고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이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이제 학생들의 결석이 정말 자주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면 예를 들어 과학과에서는 실험 수업을 한번 하고 수행평가를 하는 것을 선호하긴 하는데요. 만약에 어떤 학생이 결석을 하면, 그 실험 상황을 다시 세팅을 해주고, 실험 재료부터 다 준비를 해야 되고, 실험을 하려면 거의 한 시간 정도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결석생 같은 경우에 대처하는 게 어려워요. 그러니까 조금 더 간단하고 아무 때나 주어질 수 있는 그런 식의 평가를 쫓아가게 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종이에다 (지필 평가 방식의) 수행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서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저도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물론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들을 주긴 하지만, 좀 아무래도 간단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정윤: 또, 학기 초에 평가 기준안을 작성하려면 수치적으로나 아니면 어떤 명확한 기준들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수치화시켜서 제시하는 게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하는 수행평가 같은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결석하는 아이들 빠지는 아이들 때문에 장기적인 프로젝트 같은 것이 저는 아직은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일회성이나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수행평가를 조금 하고 있는 그런 와중입니다.
사회자: 결석생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 모든 선생님들이 다 공감할 것 같아요. 결석하면 또 데려다가 하게 하고, 결석해서 데려다가 시키려고 하면 또 그날 결석해 있기도 하고…. 선생님들 다른 일도 바쁜데 그것을 다 챙기기도 어렵고, 그리고 과학과 같은 경우는 실험을 하게 되면 실험을 위한 세팅을 해야 되니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정윤: 그래서 자꾸 실험하면 좋긴 좋은데, 실험을 하지만 그걸 수행평가로 또 연결하기가 좀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실험은 실험대로 하고 그것에 대한 수행평가를 따로 하는 게 차라리 편할 수도 있더라고요.
사회자: 네, 중요한 부분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이제 평가 계획 수립을 할 때 어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부분을 반영해서 만들거나 아이들이랑 소통하면서 민들기가 어려운 구조, 그리고 결석생 이제 챙기는 문제들요.
이정윤: 그리고 과목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과학과는 실험을 가지고 수행평가를 많이 하기도 하지만, 저는 실험은 자유롭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실험 시간에는 진짜 수행평가라고 하면 애들이 너무 완벽한 결과만 얻으려고, 정답을 도출하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실험할 때에는 자유롭게, 편하게 실험하라고 하고, 그 다음 시간에 그 실험했던 거에 대해서다시 질문을 하는 게 저는 더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정윤: 학생들이 계속 "선생님, 이거 꼭 이렇게 나와야 돼요?", "이 결과 이거면 안 되죠?" 하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조별 실험이니까 남들이 했던 걸 그냥 배껴 쓰는 경우도 많고 짧은 시간 안에 하기 어려운 실험은 그 실험만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게 공정한 평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재헌: 저는 고등학교의 생활기록부를 볼 때부터 수학 교육에서 조르단 이펙트라는 현상이 있거든요. 그게 뭐냐면 좀 어떤 학생이 뭔가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의 이면에 '이해를 기반해서 그런 행동이 일어난 거다'라고 추측을 해서 평가를 할 수 있잖아요. 때때로는 저희가 그거를 형식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예를 들어 학생이 2차 방정식 근의 공식 등을 노래로 부를 수 있다고 해서 그 학생이 2차 방정식 문제를 잘 푸는 건 아닌데 저희가 판단할 때에는 그 학생이 2차 방정식 노래를 할 수 있으면 그거에 관한 (2차 방정식을 잘 풀 수 있다는) 이제 멘트를 적어주잖아요. 근데 걔는 그냥 그것만 단순하게 형식적으로 외우고 있는 것일 수 있거든요. 근데 이런 경우가 많다라고 저는 많이 느꼈거든요.
유재헌: 거기에 따르는 원인은 제 전문성의 부족일 수도 있지만 혹은 다른 선생님들과의 비교, 혹은 사립학교와의 비교 때문일 수도 있어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나만 혼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써주면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가치가 너무 절하되니까요. 저희가 생활기록부가 한 이 정도 수준에서 하는 활동들을 진짜 실제 기록에서는 이 정도까지 부풀려서 막 쓰게끔 되어 있잖아요.
유재헌: 나중에 자기소개서라든가 아니면 3학년 올라갔을 때, '너 지금 이 활동의 의미는 이런 거 이런 거 이런 거 이해하고 있지?'라고 물어보고, 잘 이해는 못하고 있는데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서 적어주기도 했거든요. 근데 이게 제가 경력이 좀 별로 없었을 때에는, 제 전문성 부족으로 뭔가 잘 채워주고 싶고, 노력하는 친구들한테 그런 것들을 잘 보답해 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타협을 했다면, 이제는 같은 동교과 선생님들과 똑같은 활동을 기획했을 때 그냥 그렇게 타협하면서, 대학 입시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동반자의 입장을 취하면서 앞서 말한 일들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유재헌: 제가 학적이나 생활기록부 담당을 했을 때에도 여러 선생님들이 써주신 과목별 특이사항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은 되게 잘 써 주셨어요. 잘 써 주셨는데 아이의 현재 수준은 분명히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되게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좀 저희가 뭔가 독립적으로 우리 수업이나 평가에서 지켜내고 있지 않고 여러 가지 간접적인 압박들을 많이 받게 되다 보니까 생기는 현상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수행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평가하고 기록해야 할까?
사회자: 근데 진짜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사실 신뢰성이잖아요. 아이가 한 것만큼 사실 평가하는 게 신 신뢰도와 관련된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이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여러 가지 구조와 조건들 때문에 만약에 부풀려지거나 그러면 그것도 좀 진짜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이 주제와 관련하여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해결 방안 같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유재헌: 제가 생각하는 거는 저희 교과 선생님들이 생활기록부나 이런 것들의 압박이 들어오더라도 우리가 진짜 고민을 했고 정확하게 평가했다는 이런 과정들이 수반되면은 그 자신감이 따라올 것 같은데 되게 학교의 일상은 그렇지 않았던 걸 저는 많이 봤던 것 같아요. 평가 계획 수립하라고 하면은 작년에 했던 거 제출하고, 채점 기준표 뭐 이렇게 내라고 하면은 그냥 그냥 대강 작성한 후에 ‘그때 가서 바꾸지.’ 이런 정도로 교과 협의회가 이루어지다 보니까요. 왜냐하면 또 그런 걸 또 하나하나 기준을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회의가 너무 길어지고 소모 적인 논쟁으로 가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유재헌: 그런 논의의 과정을 좋아하는 분들, 같은 가치관을 모인 동교과 선생님들이 있으면은 그 과정이 그래도 즐거워지고 이렇게 깊은 고민 하에 만들어진 수행평가니까 같이 나아갈 수 있는데, 이런 구체적인 논의의 과정을 어려워 하시고 ‘그래봤자 다른 학교 가봐라 다 이렇게 한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가치관들도 분명히 물론 맞는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막 어떻게든 같이 고민하고 수행평가를 탄탄하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같이 해나가면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해요. 그렇게 해야 나중에 수업에서도 권위 있게 학생들한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재헌: 그렇지 않고 선생님이 ‘좀 편하게 가자.’라는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학생들도 알 것 같아요. 그러면 평가 점수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이나 좀 낮다고 생각하면은 얼마든지 다 와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저희가 정면 돌파하려는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회자: 학생 글에서 이제 그런 글이 있더라고요. ‘선생님들이 채점하기 쉬운 평가를 하려다 보니까’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저는 그걸 보고 약간 좀 놀랐거든요. 뜨끔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다 안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아까 이정윤 선생님이 얘기하신 평가 계획 수립 과정이랑 동교과 소통과 협의 이거랑 다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김초롱: 저는 일단 그냥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일단 수행평가가 의미 있게 잘 관찰되고 평가가 되려면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줄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 과목당 거의 두 개 이상의 수행평가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과목이 8개만 돼도 벌써 아이들은 한 달에 16개 수행평가를 수행해야 하거든요. 그런 여러 개의 수행평가의 과부하에서 오는 것들을 좀 정리를 하는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연구부의 평가계에서 주로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정리하면서 수업을 하고 있을 때 예를 들어서 진로 선생님이 진로랑 관련된 독서를 이렇게 수행평가를 하셨는데 다른 과목에서도 그런 진로랑 관련된 독서 하는 그런 똑같은 수행평가가 중복돼서 되는 경우가 좀 여러 차례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연구부 평가계에서 좀 더 선생님들의 인원을 보충하든지 해서 학년이나 이런 다른 교과에서 중복되는 수행평가를 조절을 하게 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업성고 같은 경우에는 교내 대회 같은 것을 수합해서 중복되는 것은 빼고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수행평가도 마찬가지로 이쪽 과목에서 하는 것을 저쪽 과목에서 똑같이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계획되어서 아이들한테 수행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평가계나 연구부에서 좀 맡아서 정리해서 조정하는 과정이 있다면 1년이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중복되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초롱: 또 제가 생각했을 때 좀 문제점 중에 하나는 수행평가가 수업 시간 안에 해결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더라고요. 애들이 막 수행평가가 있는 시즌에는 거의 2~3시까지 잠을 못 자고 집에서 수행을 해서 제출을 하는데 수행평가의 기본적인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요. 관찰자가 관찰을 해서 이 아이가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고 있는지 관찰을 해서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서 평가를 하는 게 수행평가의 기본 취지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아이들이 집에서 수행을 해오거나 아니면 팀 활동의 경우에는 따로 어디서 주말에 모여서 애들이 해오거나 이런 방식을 좀 어떻게 개선을 할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역시 아까 이정윤 선생님도 말씀하셨고 유재헌 선생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우리가 평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너무 2월달이 촉박하게 이루어지다 보니까 생기는 문제점들인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부분들을 교과별로 충분하게 논의한다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초롱: 마지막으로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수행평가를 꼭 점수화를 해야 하는가?’예요. 어차피 아이들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딱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한다기보다는 똑같은 과제를 A학생은 a’의 방법으로 수행을 해서 잘할 수도 있고, B학생은 b’의 방법으로 수행을 해서 잘할 수도 있는데 교사가 마련해 놓은 루브릭 같은 평가 기준에 맞춰야만 하느냐 하는 것들 그리고 꼭 점수 그것들이 물론 고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생활기록부에 세세하게 기록이 되지만 결국에 내신 성적에는 점수화되어서 이렇게 통지표에 들어가서 내신 등급으로 이루어지잖아요. 수행평가의 기본 취지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들을 배워왔는지에 대한 평가라면 굳이 점수화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굳이 수행평가를 점수에 반영을 시켜야겠다고 하면 수행평가했었던 내용을 지필평가에서 어떤 문항으로 출제를 하는 방법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수행평가는 점수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다양하고 취지에 맞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좀 이상적이기도하고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긴 하지만요.
김초롱: 그래서 수업 시간 안에 해결하는 문제, 그리고 너무 중복된 수행평가는 연구부나 평가계에서 어느 정도 교과별로 정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앞선 선생님들 말씀대로 평가 계획을 수립할 때 좀 여유 있게 소통을 하면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 마지막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점수화 될 필요가 이런 내용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상입니다.
사회자: 네 감사합니다. 중요한 많은 내용을 얘기해 주셨어요. 수행평가의 점수화에 대해서는 따로 자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하면 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진영: 저도 김초롱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제 교과에 더 이입을 해서 생각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다른 과목들은 그래도 교과서가 있으니까 학기 초에 곧바로 수행평가를 진행하지는 않아도 괜찮잖아요. 하지만 예술 교과의 경우, 특히 제 경우에는 오리엔테이션 끝나고 바로 수행평가를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그 전에 그 평가 기준안을 내면서 2학기 전체의 수업을 거의 다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고 들어가거든요. 왜냐하면 평가 기준안을 내야 되니까 그 수업의 진행 방향, 재료를 준비하기 위한 예산, 수업의 기간과 차시, 다른 학사 일정 등을 다 고려하고 완벽하게 짜고 들어가야 수행평가가 밀리지 않고 그나마 진행이 되거든요. 저도 이런 상황인데, (평가 계획을) 중간에 조금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학사 일정이 바뀌거나, 3주 원격 수업을 하게 되면, 갑자기 수행평가를 해야 할 3차시가 날아가는 거죠. 그러면 ‘애들아 그냥 빨리 대충 해서 내.’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좀 중간중간에 그런 평가 기준안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진영: 또 저도 굳이 예체능 같은 경우는 평가를 해야 되나 그 생각이 많이 들어요. 왜냐면은 더 다양한 재미있는 수업을 아이들의 진로나 삶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데, 평가를 해야 되니까 평가가 가능한 수업을 해야 되잖아요. 그냥 ‘너희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만들고 표현해.’라고 할 수 없고, 어떤 주제를 주고 그 조건을 학생들이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에 따라 수행평가를 해야 되니까 너무 많이 제한되는 것 같아요. 수업 소재나 교과의 특성을 고려해서 자율성을 좀 더 보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진영: 또 학생들이 이의제기를 했을 경우도 제 평가 기준은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이 부분에서 이걸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너는 점수가 깎였어.’ 이렇게 말을 하게 되는데 그림만 내용만 놓고 봐서는 그 아이가 깎이지 않아도 되는데 제가 억지로 a·b·c를 주려다 보니까 낮게 줘야 할 때가 있어요.
이진영: 또 아이들의 1학년들 같은 경우는 제가 입학했을 때 아이들의 수준을 몰라서 조금 난이도를 높게 잡았는데 대부분이 제가 원하는 의도에 도달하지 못했고, 아이들 수준을 고려해서 점수를 후하게 주다 보니까 다 같이 점수가 상향 점수가 되버렸어요. 결과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못 나왔는데 점수를 다 깎았다가는 애들한테 점수를 너무 낮게 줄 것 같아서 부족하지만 그래도 점수를 더 잘 주다보니, 오히려 활동의 결과는 안 좋은데 점수는 더 잘 나오는 좀 이상한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경우를 생각해볼 때, 처음에 제출한 평가 기준을 좀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해요.
사회자: 김초롱 선생님 발언 후반부부터 이진영 선생님 말씀하신 것까지 루브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루브릭으로 평가를 하지만, 항상 느끼는 것은, 루브릭을 최선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수업에서 실제로 활용해보면 채점기준표에 담을 수 없는 아이들의 여러 가지 장점과 강점, 내가 예상하지 못한 어떤 요소들이 있었음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저도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사회자: 그리고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만, 결국 교사가 판단해서 채점기준표를 짜는 거잖아요. 그런데 채점기준표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되는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많이 됩니다. 학기 평가 계획 짤 때 선생님도 사실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기 초에 막 부랴부랴 짜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사회자: 혹시 채점기준표 관련해서 더 의견 있는 선생님 계신가요?
유재헌: 채점기준표 관련해서 항상 생각되는 것들은 통계를 배우다 보면 조작적 정의를 배우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 멘트들을 이제 글로 서술을 하는데 어떤 하나의 개념을 평가하기 위해서 저희가 관찰할 수 있는 정의로 만드는 걸 조작적 정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생각한 조작적 정의로 이제 해가지고 했을 때 그걸 나중에 통계 작업을 통해서 그게 얼마만큼 상관관계가 있었는지를 분석할 수 있어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 이제 이 채점기준표가 더욱 전문성이 갖춰질 것 같아요.
유재헌: 이와 관련해 이런 연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어떤 요소를 평가하기 위해서 선생님이 그 요소를 조작적 정의를 하고, 학생들을 관찰한 후에 조작적 정의를 바탕으로 ABC 등급을 나누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계처리까지 해보는 거죠. 실제 그 행동을 한 친구들이 진짜 이해를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설문을 한 후, 선생님의 평가 점수와 학생들의 설문 결과의 수치랑 어느 정도 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을 하면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게 뭔가 저도 학교 현장에서 매번 같은 수행평가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작업들을 개인이 한다라는 게 과연 가능한 작업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사회자: 제가 이해한 대로 정리를 한번 해보면은 교사가 채점기준표를 만들고 그걸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아이들이 실제로 그 내용을 이해했는지 따로 설문을 조사를 한 번 더 한 다음에, 평가 점수와 설문 점수 두 가지를 비교해서 상관 분석을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네 할 수도 있다.
유재헌: 네네. 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이제 검증을 할 수 있는데 그 작업이 쉽지만은 않은 거죠. 여기까지 생각하니, 과연 교사 개개인이 채점기준표를 만드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2차 방정식의 근을 해결하는 그 개념을 제가 평가하고 싶으면 그것과 관련된 하위 개념들을 조작적 정의로 3가지 만들고, 이를 통해 평가를 했을 때, 앞서 말한 통계 작업으로 뭔가 검증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검증을 하면은 내가 했었던 조작적 정의가 그래도 타당했는지 타당하지 않은지 정도는 통계적인 작업을 통해서 저희가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매년 다른 수행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런 통계작업을 하기까지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해요.
사회자: 저도 좀 막연하게 유재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생각을 해봤었어요. 유재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구체적인 어떤 연구 방법까지는 생각 안 해봤지만, 채점기준표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쌓여 있고 그것을 누군가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재구조화를 해놔서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2학년 국어의 글쓰기는 이 정도, 3학년 글쓰기는 이 정도라는 것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지역마다, 학교마다 편차가 많이 크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공통적인 기준을 가지고 제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되게 막연하게 했었거든요. 유재헌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유재헌: 근데 이제 이게 선생님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그냥 체념하는 자는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채점기준표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저희가 막연한 뭔가를 느끼잖아요. 내가 만약 능력이 더 있었으면 더 정확한 채점기준표를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나 실망감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정확하고 타당한 채점기준표를 만드는 것은 교사 개인에게만 달린 영역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저는 계속 들었거든요.
사회자: 감사합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지금 저희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질문이 학교에서 수행평가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부분이 있다면 문제점이 뭐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회자: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다루지 못한, 학교의 구조적인 부분, 예를 들면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절차나 과정, 규칙이나 규정, 소통하고 의사결정하는 문화나 구조, 이런 여러 가지 학교의 구조적인 면에서 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은 뭐가 있을 수 있을까요.
이진영: 수행평가를 할 때 중복되는 수행평가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런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서 학기 초에 전체 선생님을 모아놓고 학년 전체적으로 어떤 수업과 평가를 하는지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 선생님들은 자신의 교과 아니면 이제 다른 교과는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잖아요. 만약에 저희가 서로의 평가 기준안에 관심을 갖고 본다고 해도 평가기준안이 모호한 경우도 많아서 문서만으로는 서로의 수업과 평가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이진영: 만약 이런 수업과 평가 공유회 같은 것을 한다면 다른 교과의 수업을 듣고 ‘저 수업은 나랑 이렇게 연결되니까 같이 융합을 해보거나,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서로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진영: 이런 과정 없이 제 미술 수업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한문과 선생님이 사자성어를 네 컷 만화로 그리는 수행평가를 하시기도 하고, 학생들이 자꾸 미술실에서 재료를 빌려가야 된다고 해서 알아보니까 어떤 과목에서 계속 그리기 같은 수행평가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게 너무 중복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학기 중이라 이미 평가는 시작이 됐고, 평가기준안도 제출했으니 중간에 바꿀 수가 없는 거죠.
사회자: 연구부나 교무부에서 이런 걸 해주면 좋겠네요.
이진영: 이걸 어떤 부서에 맡기면 새로운 일이 되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다들 선생님들이 싫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인식이 바뀌어서 이 과정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문화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유재헌: 뭔가 구조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는 업무를 줄여달라 수업이나 평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다 배제시켜 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것만이 또 정답이 될 수는 없어요. 학교에서 모두가 다 업무 때문에 바쁜 것이 아니에요. 분명히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계신데, 관성에 젖어서 하던 대로 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세요.
유재헌: 그리고 업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이상적인 근무 환경을 이야기하는 정도지, 구체적이고 타당한 주장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상적인 근무 환경을 요구하는데 진짜 필요한 거는 적정한 근무 환경이 무엇이냐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의미 있는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업무 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보통은 수행평가를 의미 있게 하기 어려운 이유가 ‘학생 수가 많다.’, ‘수업 시수가 너무 많다.’, ‘업무가 많다.’ 이 3가지를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주장한다고 아무것도 안 바뀔 것 같아요. 이게 필요한 좀 당위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좀 쌓여야 이것도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다른 사람들은 공무원, 교사들은 편하게 일찍 퇴근하면서 돈 번다고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들이 학생 수가 많다, 수업 시수가 많다, 업무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은 불평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좀 많이 나와서 책으로도 나오고 일반 사람들한테도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생각을 했는데 이제 유재헌 선생님 얘기한 거랑 말씀하신 거랑 좀 맥락이 비슷해서 말씀드려봤습니다.
사회자: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 관련해서 많은 부분들을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교사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진영: 수행평가 채점도 사실 교차채점이 써 있긴 하는데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잖아요. 근데 실제로 진짜 교차 채점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혼자인 과목들은 진짜 너무 난감한 것 같아 봐서 다른 학교 선생님을 좀 제도적으로 이렇게 불러서 같이 채점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저는 좋을 것 같아요.
유재헌: 학교의 문화가 바뀌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이 최근 2년 동안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남들한테 함부로 ‘이게 맞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누군가는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이시고, 이미 누군가는 학교에서 너무 바빠서 이미 하루의 일정이 가득가득 차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런 분들한테 이것도 맞는 것 같다고 해서 이제 새롭게 다 같이 해보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요.
유재헌: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렇게 바쁘지 않은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에게는 어떤 제안을 하고,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분들과도 어떻게 같이 해볼까 하고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저 스스로 열심히 하고, 이런 시도, 저런 시도를 하면서 ‘이런 걸 해봤다, 이렇게 하니까 좋더라.’라는 것을 주변에 말하고 소통하고 있어요. 막 이렇게 주변에 물어보고 대화하는 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아요.
유재헌: 학교에 한 70명이라는 교직원이 모여 있잖아요. 이 안에서 어떤 구심점이 있고, 분위기나 문화가 조성되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미 현실에 지치고, 새로운 변수를 안 만들려 하시는 분들에게 감히 뭔가 새롭게 해보자, 실제적으로 해보자라고 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중에 내가 전문성을 가진 교사로서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려면 지금 이런 과정들이 필요하다는 그런 신념을 다시 세우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아요.
사회자: 그러면 채점기준표를 구체적으로 짜고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평가를 추구할 때 좀 부딪히는 어려움 혹시 있으셨나요.
유재헌: 이제 어쨌든 실패를 각오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다양한 선생님들 속에서 제 기준만 계속 주장할 수도 없고요. 최대한 내려놓고 뭔가 밑 작업을 한 후에 이렇게 하자고 하면 그래도 다들 많이들 동의를 해 주세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저를 많이 믿고 신뢰해주시니까 그냥 이렇게 가고 있는데, 만약 그렇지 않은 관계 속에서 그냥 혼자 간다고 하면 저도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제 것만 맞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서 장점을 배우기도 하고요.
사회자: 함께 해야 되니까 새로운 방식으로 하려면 한 발 더 움직이고, 100% 내가 원하는 대로는 할 수 없고,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선생님들, 오늘 다루려고 했던 질문들을 모두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대화가 재미있었고 몰랐던 새로운 것들도 알게 돼서 즐거웠습니다. 구체적으로, 날카롭고, 유쾌하게 얘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또 부탁드릴게요.
“수업과 평가가 동시에 변화할 때 학교현장의 변화는 가능하다.”
“수업과 평가에 대한 전문능력을 갖춘 교사가 학교교육 개선에 적극 참여할 때
교육개혁의 이상은 실현될 수 있다.”
위의 두 문장은 24년 전, 1998년에 발행된 교육부의 교육홍보자료인 ‘수행평가의 이해’에 나오는 말이다. 수업과 평가가 동시에 변화할 때 학교현장의 변화는 가능하다는 인식은 오래됐다. 이런 인식 아래에서 평가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 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있었을 것이다.
인용한 두 문장은 모두 타당하다. 수업과 평가가 동시에 변해야 학교 현장이 변할 수 있고,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함양할 때 교육이 변화될 수 있다. 하지만 저 두 문장이 드러내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교육개혁의 몫을 ‘수업과 평가에 대한 전문능력을 갖춘 교사’에게 돌리고, 정작 교사가 ‘수업과 평가를 내실 있게 할 수 있는 여건’에는 관심 갖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 수행평가가 내실 있게 운영되기 위한 학교 구조의 변화는 더딘 것이 안타깝다. 아마 이때부터 교사들은 다인수 학급, 행정업무 과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을 것인데, 아직까지 큰 개선점 없이 이대로 흘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위 인터뷰는 이런 보통의 현장 속에서 고민하는 선생님들과의 대화의 기록이다. 분명히 교사가 자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고, 구조가 변해야 하는 영역이 존재할 것이다. 전문가는 높은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겸비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윤리성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Howard Gardener, 2006) 교사도 전문가라면, 어떤 외적 보상이 없더라도 교사들 스스로 높은 수준의 교육 실천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교사들이 교육 환경과 자신의 실천 사이에서 큰 딜레마를 겪지 않도록 다인수 학급, 불필요한 행정업무 등의 구조적인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교사의 노력과 구조의 변화, 그 괴리가 좁아질 때 생겨나는 열매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흘러갈 것이다.
--참고한 문헌---
Howard Gardener, 2006, 인간적인 창의성: 훌륭한 전문가와 도덕적 딜레마, 창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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