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회 정책 제안 프로젝트
김선명(이순신고등학교 윤리 교사)
1_프로젝트 목적 및 배경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과목은 인간과 사회,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행복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행복 단원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에게 삶의 목적을 물어보면 80% 이상의 아이들이 ‘돈’이라는 낱말로 대답한다. 만약 방 한 칸을 꽉 채울 정도의 현금이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행복할 것 같냐고 다시 물어보면,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돈 그 자체가 아이들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가 돈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돈이 내가 가지고 싶은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무엇을 교환하고 싶은지, 내가 불행함을 느끼는 순간들은 언제인지, 이 모든 순간이 돈과 관련된 것인지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처음엔 똑같은 삶의 목적을 지니고 있었던 아이들도 각자 경제적 자유를 통한 안정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 자기 계발과 휴식을 위한 여행 등을 스스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가치 판단을 경험하며 자신의 행복관을 정립해 보길 바랐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막연히 행복을 이루기 위해 어마하게 많은 값이 든다고 생각하여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행복을 위한 인간, 사회, 환경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고,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직접 노력하거나 사회에 요구할 것은 무엇이 있는지 통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정주 환경, 경제적 안정, 도덕적 실천, 민주주의의 발전 등이 필요하다. 단순히 나 한 명의 경제적 안정과 긍정적 마음가짐만으로는 온전한 행복을 얻기 어렵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적응하고 있는 외부 환경 요소 중 은연중에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꽤 많다. 이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개선하는 민주시민 역량을 기르기 위한 수업 활동으로 <행복 사회 정책 제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2_성취기준 및 탐구 질문
행복 사회 정책 제안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성취기준을 배경으로 평가한다. 첫 번째, [10통사01-02] 사례를 통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행복의 기준을 비교하여 평가하고, 삶의 목적으로서 행복의 의미를 성찰한다. 두 번째, [10통사01-03]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으로 질 높은 정주 환경의 조성, 경제적 안정, 민주주의의 발전 및 도덕적 실천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프로젝트 탐구 질문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어떤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까?”이다. 탐구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은 자신의 행복관을 돌아보거나 정립하고, 행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내외부 요소들을 파악하는 활동들을 진행한다. 그리고 행복을 방해하는 외적 요인 중 한 가지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제안한다.
3_프로젝트 흐름
(1차시) 모둠 구성하기, 삶의 목적에 관한 피라미드 토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먼저 모둠을 구성했다. 모둠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도전적 과제를 회의와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모둠 구성 방법은 <숲소리 5호>의 ‘삶과 토론 철학 프로젝트 제2화’에서 소개하는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구성했다. 모둠 구성 방법도 중요하지만, 학생들과 모둠 활동의 목적과 방법을 공유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모둠으로 앉은 상태에서 전체 피라미드 토론을 진행했다. 논제는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이다. 각자 어떤 삶의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지 한 사람당 3가지의 목적을 포스트잇 한 장에 한 가지씩 작성했다. 작성을 마치면 어깨 짝과 함께 1:1 토론을 통해 6가지 중 서로 공감하거나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목적을 3가지로 추려냈다.
두 번째로 모둠 내에서 4인이 2:2 토론을 통해 다시 같은 활동을 반복했다. 세 번째로 옆 모둠과 모여 8인이 4:4 토론을 통해 활동을 반복했다. 네 번째로 네 모둠이 모여 16인이 8:8 토론을 통해 활동을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학급 전체의 회의를 통해 다 함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3가지의 삶의 목적을 추려낸 후 토론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전체 토론으로 이어지기까지 나눈 대화를 통해 겪은 생각의 변화와 결론으로 나온 3가지 삶의 목적에 대한 자기 관점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후 3명 정도 자발적으로 학급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많은 학생이 처음엔 돈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토론하다 보니 돈이 필요한 이유 즉, 돈보다 상위에 있는 목적이 친구들마다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발표했다.
누군가는 시간을 위해, 누군가는 경험을 위해, 누군가는 자유를 위해 누군가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돈을 사용한다는 점이 학생들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된 듯하였다. 나는 학생들의 대답을 종합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이 궁극적으로는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점도 함께 짚고 넘어갔다. 이에 더하여, 아이들이 행복에 대한 강박에 매몰되지 않도록, 인간의 모든 행위가 행복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는 교사의 생각도 함께 전달하였다.
(2차시) 행복의 기준 탐구
우리의 궁극적 목적으로서의 행복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행복의 의미와 기준에 대해 간단하게 강의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시대상에 따라 철학자가 어떤 행복의 기준을 제시하였는지 설명하고, 전쟁과 민주주의 발전 여부 등 국가 상황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했다.
다음으로 행복 관련 지수(인간 개발 지수, 세계 행복 지수, 더 나은 삶 지수, 국민 삶의 질 지표) 측정을 위한 주요 항목들을 연도별로 비교해보고, 변화 양상과 이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줬다. 특히 현대인 중 우리나라 MZ세대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대한 영상 자료를 함께 보여줘 행복 지수와 연결 지어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왔다.
(3차시)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 바람개비 토론
학생들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 4가지로 질 높은 정주 환경의 필요성, 경제적 안정, 민주주의의 발전 및 도덕적 실천에 대하여 배운 후 바람개비 토론을 통해 각 조건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둠원 4명이 각각 다른 색상의 펜을 나눠 가졌다. B4 용지 가운데에는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을 작성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자의 4칸으로 나눈다. 모둠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네모 칸에 4가지 조건을 각각 작성하고, 행복을 위해 해당 조건이 중요한 이유를 생각하여 작성했다.
작성한 후에는 B4 용지를 오른쪽으로 한 칸 회전한다. 자기 자리 앞에 돌아온 조건에 대해 앞 친구가 작성한 내용을 읽어본 후, 해당 의견을 보완하여 작성한다. 이렇게 활동을 3번 반복하여 처음 작성한 조건이 자기 앞으로 돌아오면 활동을 마무리한다. 모둠별로 가장 잘 작성한 조건 한 가지씩을 꼽아 학급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마쳤다.
강의만으로는 학생들이 각 조건이 자기 삶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감하기 어려워했지만, 바람개비 토론을 통해 자기 언어로 조건들과 관련된 경험을 풀어내면서 명확하게 이해하는 듯 보였다. 학교 안에서 실현되지 않았던 민주주의가 자신의 존재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례나,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때 감정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읍 지역에 살면서 겪고 있는 불편함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발표하였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4차시) 도입활동, 행복 사회 정책 아이디어 도출하기
학생들에게는 정책 제안을 통한 사회 참여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당위성이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낄 수도 있고 방법도 막연하여 지나치게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청소년들이 자기 행복을 위해 행동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면서 일으키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두 가지 영상을 준비했다.
한 가지는 밀양의 세종중학교 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발견하여 정책을 제안하고 직접 실천 방안을 마련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영상이다. 학생들은 영상을 시청한 후,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가 본인들을 비롯한 지역사회 주민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고 답변을 작성했다.
두 번째는 ‘2022 충청남도 청소년 정책 제안 대회’ 영상이다. 영상 속 청소년들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정책을 제안했는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했는지, 각 정책이 전문가들을 통해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영상을 통해 살펴보고 답변을 작성했다.
앞으로 학생들이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수업 시간에 해야 하는 활동 과정과 관련 성취기준, 평가 계획 및 채점기준표를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학생들은 자기 주변을 탐색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자기 생활, 지역사회, 자기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이슈 등에서 문제를 발견하되, 제한적인 시간 안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거대한 문제점(우주 평화, 빈곤 종식, 생물 종 다양성, 국가 경제 발전 등)은 피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문제 발견을 너무 어려워할까 봐 몇 가지 예시를 제공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경제 분야와 관련하여 청소년 도박, 청년 고용 불안, 지역사회 경제 발전 불균형 문제를 선정했다. 사회 및 정치 분야와 관련해서는 젠더 갈등, 청소년 복지, 교내 질서 문제, 청소년 정치 참여, 공부와 삶의 균형, 사교육 문제 해결 등을 선정했다. 환경 분야 관련해서는 동물 복지, 학교 공간 활용, 충남 화력발전소 문제, 쓰레기 무단투기, 등하굣길 안전 문제, 버스 노선 문제 등을 선정했다.
선정한 주제와 관련하여 PMI 토론을 간단하게 진행했다. 모둠별로 선정한 주제와 관련하여 Plus(긍정적인 면), Minus(부정적인 면), Interesting(흥미로운 대안)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보고 학습지에 기록하게 하였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나눈 대화들은 다음 시간 정책 제안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활용되었다.
(5차시) 행복 사회 정책 제안 계획서 작성
학생들은 지난 시간 발견한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행복을 위해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 현황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이때 해당 문제를 직접 겪었던 사례, 문제점과 관련한 통계 자료,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기존 정책, 시민단체 또는 사회단체의 관련 활동 등을 찾아보게 했다. 정책 관련 정보는 국가법령정보센터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신뢰도 있는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다음으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3가지씩 작성하게 했다. 나는 모둠별로 순회하며, 스마트폰으로 자료 조사하는 동안 수업과 관련 없는 활동을 하지 않는지 감독도 하고, 학생들이 문제와 관련된 기존 정책이 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꼼꼼하게 분석하여 실현 가능한 대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피드백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깊은 학생들은 직접 아산 시청에 전화하여 학교 앞 신호등과 가로등 설치에 대한 계획을 묻기도 하였고, 시내버스를 늘리지 않고도 등하교 시간에 노선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법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충남에 화력발전소가 밀집하여 대기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찾아 시청하고 메일을 통해 감독과 인터뷰를 한 학생도 있었다.
(6~7차시) 행복 사회 정책 제안 산출물 내용 구성, 산출물 제작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과 해결책까지 작성한 이후,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 제안서를 완성했다. 제안할 정책 이름과 제안 배경, 제안 내용, 기대효과와 소요 예산 등을 작성하고 산출물 제작 과정에서 어떻게 역할 분담할지 회의하는 활동을 한 차시 동안 진행했다.
정책 이름은 기존 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짓도록 했고, 제안 배경은 정책의 필요성과 취지, 관련된 문제 현황과 정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설득력 있게 작성하도록 지도했다. 제안 내용으로는 정책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과 대상, 기간, 추진 일정 등을 작성하고, 정책 실현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극복 방안, 예산 대비 효과성 예측 등을 논의하여 작성하게 했다.
기대효과로는 정책을 실현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효과와 해당 정책이 ‘나’와 ‘청소년’을 비롯하여 소속된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작성하게 했다. 학생들이 소요 예산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하긴 했지만, 기존 정책에서 산출한 소요 예산을 잘 이해하고 대략으로 작성하게 하여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보게 했다.
6차시에 정책 제안서 작성을 마친 후 7차시에는 발표 자료로 재구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전지 크기의 이젤패드에 정책 이름과 배경, 내용, 기대효과, 소요 예산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산출물에서 드러나는 미적 감각은 평가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형식과 내용을 빠트리지 않고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8차시) 산출물 발표 및 자기평가·동료평가지 작성
산출물 발표는 갤러리워크 방식을 활용했다. 갤러리워크 발표 방식은 한 차시 내에 8개의 모둠이 모두 발표할 수 있다는 점, 역동적인 발표가 가능하다는 점, 소수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발표하여 부담이 덜하다는 점, 모든 구성원이 발표자 또는 청중으로서 과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피드백을 통해 의사소통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한다.
8개의 모둠을 각각 4개 모둠씩 A팀, B팀으로 나눈 후 A팀이 먼저 발표하고, B팀은 청중 역할을 한다. 발표자 모둠은 모둠원끼리 발표할 영역을 균형 있게 분담하여 8분 이내로 발표하고, 청중 모둠은 같은 모둠원끼리 돌아다니며 발표를 듣고 동료평가지를 작성한다. 나는 돌아다니며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청중과 상호작용이 적은 모둠을 중심으로 피드백했고, 세 번째 발표부터 채점기준표를 들고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의사소통 역량을 평가했다.
A팀 발표를 3번 정도 마친 후에는 B팀과 역할을 교환하여 발표 활동을 반복한다. 원래는 발표를 모두 마무리하고 남은 시간에 자기평가지를 작성하게 하고 싶었지만, 발표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느라 여유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수업이 끝난 후 여유 시간에 자기평가 내용까지 작성하여 제출하게 했다.
(9차시) 형성평가
행복 사회 정책 제안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행복의 의미와 기준,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명확히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수업 활동이었다. 학생들이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의사소통 역량뿐만 아니라 역량 발휘의 기초가 되는 핵심 지식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형성평가를 진행했다.
지필평가 형식의 8개 문제로 형성평가를 했다. 학생들은 각자 8개의 문제를 풀어본 후, 모둠 내에서 2문제씩 나눠 맡아 해설을 작성하게 했다. 활용하여 발표할 때 나눴던 A팀, B팀을 활용하여 직소 모형을 진행했다. 팀 내에서 같은 2문제 해설을 작성한 모둠원끼리 전문가 모둠으로 모여 해설 내용을 공유하고, 보완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본 모둠으로 돌아가 각자 모둠원들에게 해설해줬다.
직소 모형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해당 문제에서 다루는 지식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사 또한 순회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개별적으로 살펴보고 피드백할 수 있어서 오개념을 바로잡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
4_ 수업 후기
개교 학교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기본적인 욕구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행복을 방해하는 문제로 교내 화장실 위생 문제나 급식 질서 문제, 교내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제시하는 경우 정책 제안까지 나아가는 데 곤란함을 겪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지금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위생, 안전, 식사처럼 행복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들마저 제대로 충족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교내 문제를 다룬 친구들의 경우 제안한 정책을 바로 학생회 측에 제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매해 새로운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은 참 어려운 듯하다. 그래도 우리 이순신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직접 배움의 주인공이 되고, 삶의 장면에 배움을 활용하고, 수업에서 교사 및 동료 학생들과 더 많이 연결되는 경험을 조금이나마 제공했다는 뿌듯함은 있다.
학생들이 수업 후 자기평가지에 작성한 내용을 읽다 보면 다시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할 힘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고, 모둠 활동과 회의를 이끄는 경험도 했고, 자기 자신과 가족, 학교, 지역사회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는 경험도 했다. 무엇보다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던 과제를 친구들과의 협업으로 해결했다는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얻었다.
윤리 교사로서 다양한 과목의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각 교과와 과목의 핵심 지식을 삶과 연결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나의 행복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해왔는지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되었다. 교사로서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더 좋은 어른, 더 좋은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프로젝트 수업은 참 귀하고 값지다.
김선명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여 배우는 역동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도전을 즐깁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적 지혜를 배우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