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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코로나19 속에서 더 빛난 우리들의 수업축제 이야기

올해, 축제 할 수 있을까요?
기약 없는 약속과 멋쩍은 취소에 익숙해진 한 해였다. 나무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행사,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성장교실도 종종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집단 모임이 불가능해진 지금, 수업 축제가 가능할 수 있을지 나무 학교 안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본래대로라면 마당 문을 활짝 열고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하여 평소 나무학교를 궁금해 하셨을 분들을 잔뜩 초대해 왁자지껄하게 수업 고민과 이야기보따리를 나누는 것이 지금까지의 나무학교 수업 축제 분위기였거늘 올해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축제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로 TF팀을 모집했다. 모집 공고를 절박하게 읽으신 모양인지 감사하게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해 주셨다. 학교 안팎으로 휘몰아치듯 변화가 찾아온 한 해였다. 나도 올 한해 갑작스럽게 원격으로 전환한 수업 형식 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이 차곡차곡 쌓였지만, 선생님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TF팀의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오히려 수업 축제에 대한 열망이 평소보다 더 뜨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갑자기 변한 수업 환경을 막막하게 여기며 이 고민을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마땅히 그럴 기회가 없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들을 헤아려 올해도 수업 축제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첫 번째 회의
첫 번째 회의는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인원을 한 공간에 모이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축제를 성공적으로 열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었다. 오전에는 줌이나 유튜브 라이브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외부 기조 강연을 열고, 오후에는 개별 프로그램을 각 교실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20-25분 분량의 짧은 흐름으로 꾸리되, 5기 성장교실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체험형 강의를 기획해 보기로 했다.
1회부터 4회까지 수업 축제는 계속 천안에서 열었다. 올해는 전 지역 집합인원을 50명 이하로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다수의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산 인지중학교와 천안 신방중학교 두 군데로 장소를 나누어 다수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 간 선생님들의 교류를 최대한 넓히려 했다. 오히려 외부 강연을 줌으로 대체하니 충남 도내 선생님들의 초대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고, 자유로운 플랫폼 변형도 시도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이런 고민 없이 예전처럼 축제를 진행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마주쳐도 언제나 방법을 찾는 선생님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나무학교 회의를 거치면 각각의 선생님들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실감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답답함을 느낀 원격수업과 관련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조언들이 넘쳐난다. 집단 지성의 힘을 몸소 실감하는 순간이다.
나무학교 수업 축제의 주제는 ‘교실, 그 너머의 만남’으로 정했다. 2019년까지 우리가 행했던 기존의 학교 수업은 대부분 교실을 벗어나지 않았다. 올해는 모니터로만 학생들과 만나야 하는 시간이 길었다. 선생님들의 고충이 많았다. 온라인클래스를 활용하는 기초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발생할 학교 공간의 필연적이며 혁신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올해의 교육적 전환이 불러온 선생님들의 고민, 앞으로의 구체적인 미래 교육, 그리고 코로나 다음 단계의 교육 전망에 대한 고찰과 앞으로 나무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축제에서 함께 논의해 보고 싶었다.
방역에 대한 의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진행 과정부터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도록 하고, 외부에 계속 방역 상황을 강조 및 홍보하기로 했다. 수업 축제는 나무학교 정회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외부 선생님들의 참여도 넓게 열어두기로 했다. 교육적 컨텐츠를 바탕으로 핵심 세션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의 선발도 시급한 문제였다. 다행히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선생님들에 대한 추천과 자발적 신청으로, 오후 프로그램은 알차게 꾸릴 수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회의
천안과 서산의 외부 강연 방송을 맡아주실 선생님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초청할 강연의 주제를 확정했다. 오후 수업은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되, 차후 영상과 사진으로 축제에 못 오신 선생님들을 위하여 밴드에 공유하기로 하였다. 오후 프로그램의 주제도 얼추 가닥이 잡혔다. 부모 코칭, 교과융합수업, 언택트 시대의 온라인 수업과 교실 속 의사소통 등 나무학교만의 교육 철학이 살아있는 다양한 주제와 선생님들의 노하우로 꽉 채워진 나눔 프로그램을 꾸려보기로 했다. 홍보와 모집 일정도 속속들이 정해졌다. 축제 포스터 및 영상 제작, 공문 발송, 장소 꾸미기, 등록부 관리, 도시락과 간식, 발열체크와 손소독 담당 등 세세한 부분까지 TF팀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업무 분담 과정을 거쳤다. 강의에 오는 나무학교 정회원 선생님들에게는 강연자 선생님의 책을 한 권씩 선물하기로 했다. 책을 미리 읽고 강연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반영한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다. 어찌 보면 수고로울 수도 있는 일에 흔쾌히 시간과 정성을 쏟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눈부시다. 팀별 예산 확정 및 업무메일 홍보 일정 등 아주 작은 것까지 생각 조각을 모아 열리는 나무 학교 수업 축제. 마치 모두의 의견을 모아 구성된 아름답게 짜인 옷감과도 같은 프로그램 표가 완성됐다. 환한 햇빛 아래 웃는 얼굴로 흥겨운 한마당을 열었으면 좋았으련만, 축제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미소를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큼 다들 마음을 쏟아 축제를 준비했다.
축제 준비, 손님맞이
단정한 배너로 안내의 예의를 갖추기로 했다. 정성스럽게 마련한 자리에서 선생님들을 모시고 싶은 나무학교 선생님들의 마음을 담은 예쁜 포스터도 준비했다. 한 나절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고픈 배를 달랠 작은 간식꾸러미, 한 끼 식사도 예약 완료. TF팀에서는 미리 강연자 선정도서를 읽고 외부 강연자 선생님께 드릴 알찬 질의응답 내용까지 넉넉하게 모아 두었다.
공문만으로 축제를 홍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올해도 업무 메일을 발송했다. 충남 도내 모든 학교를 일일히 클릭하여 메일을 보내는 일이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적잖게 품이 든다. 그래서 축제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올해는 업무 메일을 보내지 않으려 했다. TF팀은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많다. 회의조차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상황에서, 작년 같으면 얼굴을 보고 금방 끝냈을 몇 꼭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임을 주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기다가 10-11월은 한창 바쁜 시기다. 시험 준비에, 한 학기 마무리 준비를 하느라 학교 업무도 숨 돌릴 새 없는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선생님들을 축제에 모시고 싶다는 마음이 맞아, 여러 선생님들이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주신 덕분에 올해도 도내 모든 선생님 한분 한분에게 다정한 초대장을 보낼 수 있었다. 들인 정성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성원이 돌아왔다. 예상보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신 것이다.
축제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외부 강사를 직접 모시지 못하는 것이었다.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강연을 원격으로 진행하려 하니 여러 가지 한계점에 자주 부딪쳤다. 강연자와 눈을 마주하고 소통하며 이야기를 직접 듣는 생생함, 함께 호흡하는 즐거움, 현장이 갖는 재미와 축제만의 들뜬 분위기를 줌 강연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원격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과 바로바로 소통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일 년 내내 겪은 선생님들이기에 고민은 더 많았다. 교실 현장에서 대면으로 진행하는 수업보다 원격 수업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였기에 회의는 더욱 길어졌다.
“각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송 장비나 라이브 송출 방식이 차이가 난다면 축제 진행과 강의 방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최대한 통일하는 것이 좋겠어요.”
“노트북에 비디오 캡쳐 보드를 활용해서 화질 좋은 카메라를 연결하고, 오디오 믹서나 USB 콘덴서 마이크를 연결한 후에 OBS 스튜디오로 강사 모습과 노트북 화면을 동시에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하면 어떨까요?”
“모든 강의를 전부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녹화를 목적으로 하되 라이브 송출할 강의만 따로 미리 밴드에 유튜브 링크로 올리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네이버 밴드 라이브방송 기능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휴대폰으로 촬영한다면 폰에 연결하는 무선 마이크가 있어야 강사님 목소리가 잘 담길 것 같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한데 모아 외부 강연 준비도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TF팀 일부는 하루 전 서산 인지중학교와 천안 신방중학교에 미리 도착해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당일 아침까지 나무학교 TF팀 외에도 기꺼이 손길을 보탠 나무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축제 준비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올해 다섯 번째 개최하는 축제. 첫 시작부터 올해 축제까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축제를 준비하기 전에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어떻게든 행사는 성공적으로 열리고, 끝난다. 나무학교 선생님들의 힘이다.
모든 준비에 앞서 ‘안전한 축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우선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올해의 축제는 당일 잘 끝나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 축제가 끝난 후에도 코로나 감염자가 없어야 비로소 완벽한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50인 이상의 집단 모임은 자제하려 했다지만 그래도 교실 안에서 몇 명씩 선생님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더군다나 축제에 참가한 선생님이 이 자리에서 감염되어 본인 학교로 돌아가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방역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KF94 마스크를 넉넉하게 준비하여 덴탈 마스크를 착용하신 선생님께 제공하여 바꿔 착용하실 것을 부탁드리고, 손소독제 사용을 시간마다 권장했다. 오전 외부 강연은 칸막이를 설치한 과학실에서 진행했다. 점심시간은 본래 여러 곳에서 모인 선생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이야기를 교환하는 자리였지만, 올해는 양해를 구하고 본인 자리에서 조용히 식사만 하시기를 부탁드렸다. 즐겁고 떠들썩한 축제 자리에 마치 절간과 같은 고요함만 남았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불편해하시는 기색 없이 모두 때때로 손소독을 하시고, 식사 이후 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며,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어 기품 있는 손님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올해 축제는 그렇게 여러 선생님들의 조용하지만 다정한 배려와 함께 끝났다.
나무학교 축제에 어서 오세요
시작 전 간단하게 나무학교와 수업 축제에 대해 알리는 시간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이 모든 불편함을 이해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학교라는 공동체는 왜 이런 공유와 수업 나눔을 시도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나무학교 행사의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자발성이다. 누가 시켜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다. 이런 나무학교의 가치관과 신념을 전달하기 위해 오서현 대표님과 함께 짤막한 인사를 건넸다.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하고 모니터를 거쳐 전하는 마음이라 잘 전해졌을지 의문이었지만, 화면 너머로 인사를 건네는 선생님들의 화답은 따뜻하고도 정다웠다.
오전 강연은 수업디자인연구소 김현섭 소장님의 ‘미래를 여는 블렌디드 러닝’,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 부소장 김태현 선생님의 ‘교사의 시선’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비록 줌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었지만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멋진 강연을 펼쳐 주신 두 분의 강연자 선생님과 그에 못지않게 진지한 경청과 깊이 있는 질문으로 강연을 함께 꾸며나간 선생님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교육에 대한 교사의 열정 앞에서는 그 어떤 한계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후 프로그램은 각각 서산 인지중학교에서는 ‘협업과 나눔의 학교 문화 만들기’, ‘새로운 수업 도전을 위한 교실 만들기’, ‘과정중심평가의 핵심 : 성찰과 피드백’의 주제로, 천안 신방중학교에서는 ‘공감, 경청, 질문, 격려의 의사소통방법’, ‘블렌디드 러닝 : 교실 그 너머의 수업’, ‘온라인 수업 속 융합 수업 이야기’라는 주제로 축제에 참여한 선생님들과 함께 일년간의 수업을 나누고 활동을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갑작스럽게 변화한 학교 현장에서 다른 동료 교사는 어떤 고민을 했을지,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을지 함께 공유하는 나눔의 자리였다. 기꺼이 퍼실리테이터를 자청하고, 한해살이 수업 결과를 오롯이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어 주신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마련할 수 없는 자리였다. 직접 수업사례를 체험하는 자리에서는 마스크를 써도 느껴지는 선생님들의 밝은 미소와 즐거운 웃음소리가 이 자리가 축제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가깝게 함께 한 온기 있는 다섯 번째 수업 축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늘 있던 뒤풀이조차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짧은 말 끝에 집으로 돌아가시는 모든 선생님의 뒷모습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축제를 잘 끝냈다는 안도감, 올해도 이렇게 나무학교와 함께 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유대감과 함께 초대한 선생님들께 배움을 선물한 뿌듯함을 모두가 공유한 하루였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아무리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자리라도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올해 수업축제를 회상하며 그런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행사가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수업 축제는 그런 자리였다. 처음 겪어보는 어려움과, 아무도 능숙하지 않았던 준비, 모든 것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행사. 그러나 단 하루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선생님이 기꺼이 시간과 힘과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축제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을 선물 받았을 것이다. 모임은 그렇게 의미를 갖고, 의미는 동기를 만들고, 동기는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함께여서 행복하고 만나서 즐거웠던 나무학교 수업 축제, 내년에는 얼마나 더 멋진 아이디어로 흥겨운 축제 한 마당을 만들지 벌써 기대된다. 내년에도 수업 축제에서 많은 선생님을 만났으면, 그리고 또 즐거운 추억을 함께 하게 되길 바라며, 축제를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나무학교 TF팀 선생님들께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더욱 더 많은 선생님들이 오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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