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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별 수업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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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담임

오랜만에 담임

이광현(천안신당고 역사 교사)
2019년 2월의 어느 날, 제가 2년 차 교직 생활이 시작되는 자리는 새로운 담임 발표가 있던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2 담임이었던 제가 중3 담임으로 발표되던 그 순간, 강당에 모여있던 많은 학생들, 그 중에서도 저희 반이 된 아이들이 큰 소리로 환호했던 순간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여느 선생님이 그렇듯 생활 속에서 호되게 혼내고 잔소리도 해가며 지지고 볶고 나니 어느덧, 첫 제자들이 졸업하는 날이 찾아와 헛헛함 내지 공허함을 느꼈던 것도 생각나네요.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난 학교가 힘들어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고자 지원했던 고등학교 전입 신청이 수용되며, 연구학교 주무자이자 학교 전체 공간을 변화시키는 업무를 담당한 일벌레로 교직 생활 2년을 더 보내게 되었습니다.
2022년 3월, 오랜만에 고2 학생들의 담임이 되며 ‘내 새끼들’이 생겼다고 기뻐할 새도 없이, 저의 코로나19 확진과 연속되어 감염된 아이들의 행정 서류 처리로 정신없이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생활교육연구소’에서 익혔던 관계 맺기, 학급 규칙 세우기 등 생각했던 프로그램들이 많았는데... 첫 스텝이 꼬이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과목 선택에 따라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달라지기에 저희 반 학생일지라도 저와 수업을 같이 하는 경우가 없어 관계 맺는 것이 순탄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이 있음에도, 내가 담임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세특’을 의무적으로 써주는 기계는 아니기에, 적어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것’만은 배우길 바라는 가치가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관계와 공동체성’이고, 또 하나는 ‘민주시민성’입니다. 사회과 교사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으로 분류된 이러한 가치는 단순히 몇 번의 수업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다양한 문제 상황을 만나고 해결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형성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생활교육의 큰 역할을 담당하는 담임의 철학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 2가지 가치를 생활교육의 중심에 두고 아이들과 1학기를 살아보았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관계와 공동체성’을 위해 아이들이 서로 소통할 기회를 많이 주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소통할 이벤트나 기회를 되도록 많이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아이들의 놀이(게임 포함)와 대화를 막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와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 얼마나 많은 기회와 시간을 사용할까요? 수업 시간 350분을 제외한 쉬는 시간 50분과 점심시간 60분 이외에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를 온전히 허락받는 시간이 더 있을까요? 혁신학교 학급 학생 수가 25명일 때, 아이들이 110분이라는 시간을 활용해 25명의 친구 중 몇 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연구 논문은 아니니 정확한 데이터를 찾으며 분석하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저는 수업 이동 시간, 수업 준비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실제 식사 시간 등을 포함한 110분 안에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온전히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습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과 후나 주말까지 같은 반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덕분에 저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만(?) 했습니다. 불행일까요, 다행일까요?
학생들의 ‘관계와 공동체성’을 맺기 위해 노력한 다음 사례는 ‘우리’라는 이미지를 생활 속에서 노출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학급 환경을 조성할 때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인쇄해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 곳곳에 붙였습니다. 제가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을 하며 배운 점은 인간이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집을 꾸미는 데 많은 신경을 쓰듯,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 공간에 ‘우리’라는 이미지를 계속 노출하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사진을 참 많이 찍어줬는데, 교사의 품이 많이 들거나 이벤트로 그치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 해결을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친구와 찍은 사진을 수집하고 인쇄해 주는 관리자를 1인 1역할로 반영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더 활발하게 응모하게 되어 효과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학기까지 운영해서 교실 전체를 아이들 사진으로 도배해보고 싶습니다.
‘민주시민성’을 기르는 것은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배워가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습니다. 사실 아이들 주도하에 학급 규칙을 먼저 세워가길 바랐지만, 저의 준비 부족으로 진행이 엉망이 되며 학급 규칙을 스스로 세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전 아이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겠다고 먼저 제안했습니다.(참고로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학교입니다.) 물론 그것은 ‘충남학생인권조례’에 규정된 자유권에 해당하는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하면서, 자율적 허용제의 부분 도입과 전면 확대 과정으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학생들 스스로가 책임 의식을 갖고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바로 잘 지켜졌을까요? 역시나 ‘한, 두 명의 친구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담임 교사 개인의 상실감과 서운함을 아이의 문제 행동과 연결해 이야기했고, 벌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규칙을 세우도록 제안했습니다. 고등학교의 이야기라, 특수한 상황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두명의 친구들’은 스스로 규칙에 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문제 상황은 다시 나타나지 않아 6월 초에 이미 우리 반은 휴대전화 전면 자율화를 도입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그러한 권리를 얻게 된 것은 스스로의 책임있는 행동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킨 이후였습니다.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아이들이 권리와 책임의 관계를 배웠길 바라며, 규칙 제정에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경험도 했길 바랍니다. 2학기에는 담임이 알지 못했던 학급의 문제 상황을 아이들이 스스로 인지해서,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숙의를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볼까 합니다.
제 이야기는 특별한 실천 사례, 이벤트는 아닐 것입니다. 또한 성공한 경험을 소개한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 학생들은 모두가 ‘동일한 친함’을 이루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서 2학기엔 초점을 조금 옮겨 어색한 친구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핸드폰을 자율화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아이들이 민주시민성을 함양했을까요? ‘담임이 제시한’ 의미있는 1인 1역할은 실패했습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하고, 누군가는 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고, 애초에 이벤트가 끝나니 사라지는 1인 1역할도 있었습니다. ‘담임이 제시한’ 1인 1역할은 학생들에겐 의미없는 역할이었던 것이죠. 애초에 ‘내가 하고 싶은’ 1인 1역할을 제안하도록 2학기엔 다시 시도해보려 합니다. 저도 노력하면 우리 아이들도 조금은 더 친밀한 관계로, 조금은 더 주체적인 시민으로 나아가지 않을까요?
이광현 (천안신당고 역사 교사)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당당하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사회의 불의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시민으로 자라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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